5대 주요 은행의 9월 전세자금 대출 잔액이 5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은행들이 가계대출 관리 일환으로 주택담보대출뿐만 아니라 갭투자용 전세대출 제한을 강화하면서 한 달 만에 1조 원 넘게 급감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기준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의 전세대출 잔액은 117조 8060억 원으로 지난달 말 118조 8362억 원에 비해 1조 302억 원 감소했다.
5대 은행의 전세대출 규모가 월간 감소세로 전환한 것은 올 4월 이후 5개월 만이다. 이들 은행의 전세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5월 638억 원, 6월 2400억 원, 7월 4014억 원, 8월 2121억 원 늘었다. 9월 들어 은행들이 조건부 전세대출과 신규 분양 주택에 대한 전세대출을 제한하면서 규모가 급감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계약일과 대출 집행일 간 시차가 긴 주담대와 달리 전세대출 규제 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나는 편”이라며 “주요 은행이 이달 조건부 전세대출을 일제히 틀어막으며 잔액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우리은행·농협은행은 집주인의 소유권 이전 조건이 붙은 전세대출을 중단한 상태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우리은행은 원칙적으로 신규 분양 주택에 대한 전세대출도 막고 있다. 농협은행은 대출 실행 전까지 임대인의 분양 대금이 완납되는 경우에 한해 임차인에게 전세대출을 내주고 있다. 신규 분양 주택에 대한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을 이어왔던 신한은행도 이달 13일부터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더불어 우리은행은 수도권 주택에 대해 이달 9일, 신한은행은 전국 주택에 대해 이달 13일부터 1주택자에 대한 전세대출도 제한하고 나섰다. 이혼이나 부모 봉양, 자녀 전학 등 각 은행이 내놓은 실수요자 예외 요건을 인정받지 못하면 대출을 받을 수 없다.
주택담보 대출 증가세도 둔화되고 있다. 이달 2일부터 24일까지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572조 9419억 원으로 지난달 대비 4조 2803억 원 늘었다. 월간 최대를 기록한 지난달 증가 폭(8조 9115억 원) 대비 절반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대출 규제와 부동산 거래량 감소의 효과로 주담대 감소 효과 역시 차차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8월 서울의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5574건으로 7월 8838건 대비 37% 줄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아파트 가격이 최근 많이 오르면서 매수세가 줄어드는 모양새”라며 “부동산 시장의 추이를 봐야 하겠지만 지난달부터 본격화된 대출 규제의 효과도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은 전체 주담대 판매 채널의 절반가량을 담당하고 있는 대출모집인을 통한 대출도 잇달아 조이고 있다.
우리은행은 다음 달부터 전국 대출모집인을 통한 주택 관련 대출 상품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고 농협은행은 이달 대출모집인의 대출 취급 한도가 모두 소집됐다. IBK기업은행도 다음 달부터 대출모집인을 통한 판매를 잠정적으로 중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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