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재상장폐지 결정을 통보받은 위믹스(WEMIX) 재단이 거래소 자율기구 닥사(DAXA)의 판단을 “명백한 재량권 남용”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재단은 절차와 기준이 부실했다고 보고, 이르면 다음주 중 거래지원 종료 효력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제기할 예정이다.
김석환 위믹스 재단(WEMIX PTE.LTD) 대표는 3일 오전 10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작심한 듯 닥사를 향한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국내 5대 원화거래소는 상장부터 거래, 상장폐지까지 모두 주도하면서도 자율협의체인 닥사의 방패막 뒤에 숨고 있다”며 “이처럼 막강한 권한을 가진 곳이 납득할 수 없는 방식으로 결정을 내린다면 이는 사실상 횡포”라고 지적했다. 위믹스 재단은 위메이드(112040)의 블록체인 자회사다.
위믹스 재단은 2일 오후 3시 닥사 회원사들로부터 다음 달 2일 WEMIX 거래지원을 종료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앞서 2월에는 약 88억 원 규모의 WEMIX 해킹 피해가 발생했고, 이 사실을 뒤늦게 공지했다는 이유로 3월 4일 주요 거래소(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는 WEMIX를 유의종목으로 지정한 바 있다.
이후 재단은 총 다섯 차례에 걸쳐 닥사에 소명 자료를 제출했지만 상장폐지 결정을 피하지 못했다. 김 대표는 “소명은 정식 요청 3회와 추가 요청 2회를 포함해 진행됐으며, 요구받은 자료는 모두 기한 내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닥사 측이 요구한 보안 점검 리포트도 키사(KISA) 인증을 받은 외부 기관을 통해 받아 제출했다"면서 "시스템 실사까지도 허용하겠다고 했지만 피드백 없이 상장폐지가 통보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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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소명 과정에서 닥사 측과 화상회의를 진행했지만 참석자의 신원도 알 수 없었다고 했다. 김 대표는 “누가 어떤 기준과 논의를 거쳐 결정을 내렸는지 설명이 전혀 없었다”며 “이처럼 불투명한 구조 속에서 실질적인 피해는 결국 국내 투자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WEMIX 가격은 상장폐지 공지 이후 급락했다. 1350원대에서 거래되던 가격은 공지 직후 470원대까지 폭락했다. 3일 오후 12시 6분 빗썸 기준 658원으로 일부 낙폭을 회복한 상태다.
위믹스 재단은 닥사의 일방적인 판단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가 발생했다고 보고, 이르면 다음주 중 거래지원 종료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기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사법 판단을 통해 닥사의 재량권 남용 여부를 따져보겠다”고 밝혔다.
위믹스 재단은 이번 사태 이후에도 글로벌 사업은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김 대표는 “현재도 300명이 넘는 인력이 블록체인 사업에 투입돼 있다”면서 “’레전드 오브 이미르’ 글로벌 등 차기 프로젝트를 통해 실질 성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거래소 상장 추진 등 책임 있는 조치를 이어가며 투자자 신뢰 회복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사태는 단지 위믹스 한 곳의 문제가 아니라 국내 블록체인 산업 전반의 구조적 불신을 드러낸 사건”이라며 “불가항력적 해킹 사고 하나로 모든 조치와 복구를 다 한 프로젝트가 상장폐지되는 일이 반복된다면 앞으로 어떤 기업이 이 시장에 들어오려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투자자 보호를 앞세우려면 최소한의 절차와 기준, 설명이 먼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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