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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유심 대란 원천봉쇄…해킹 불가능한 '양자암호' 뜬다

◆ 선진국 주도 상용화 경쟁 본격화

양자중첩 상태로 통신하는 'QKD'

탈취 시도땐 정보도 손실돼 안전

금융거래용 키 분배 등 응용 가능

양자내성암호와 융합모델도 확산

국내 이통사들 서비스 속속 출시

사진 제공=이미지투데이






SK텔레콤(017670)의 가입자 정보 유출 사태를 계기로 해킹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평가받는 양자암호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SK텔레콤 유심 정보 해킹에 쓰인 신종 수법인 ‘BPF도어’를 시작으로 인공지능(AI), 심지어 양자컴퓨터까지 동원한 해킹 신기술이 속속 등장하자 양자암호라는 새로운 방패 도입이 시급해진 것이다. 이미 선진국들 주도로 상용화 경쟁이 본격화한 만큼 한국 역시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7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판젠웨이 중국과학원 원사가 이끄는 중국과학기술대 연구팀은 표준 광섬유로 이뤄진 403㎞ 구간의 양자암호통신(QKD)에 성공했다는 연구 성과를 미국물리학회(APS)가 발간하는 국제 학술지 ‘피지컬 리뷰 엑스’에 2일(현지 시간) 발표했다. 연구팀은 신기술이 상용화 가능한 수준인 초당 47.8비트의 전송속도를 보여주며 보안 메시지 전송, 금융거래용 키분배 등에 응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3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도 일본 도시바 유럽법인 연구진이 고가의 장비 없이 기존에 쓰던 상용 통신망을 활용해 254㎞ 거리의 QKD에 성공했다는 연구 성과가 실렸다. 연구진은 ‘애벌런치 광다이오드’라는 상온 가까이에서 작동하는 값싼 장비를 활용해 극저온 냉각 없는 일반 광섬유 케이블로 정보를 전송했다. 최근 두 건의 성과는 QKD를 까다로운 조건 없이 표준 광섬유나 상용 통신망처럼 현재 쓰이는 저렴한 통신 인프라만으로도 구현할 수 있음을 확인함으로써 산업계 전반으로의 상용화 가능성을 한층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QKD는 입자가 0과 1의 디지털 정보를 동시에 갖는 ‘양자중첩’ 상태로 정보를 전달하는 기술이다. 수신자만 갖는 ‘양자키’ 없이는 정보가 0인지 1인지 정확히 알 수 없다. 해커가 중간에서 정보 탈취를 시도하면 양자중첩이 붕괴돼 정보도 손실된다. 다만 기존 광섬유나 전선으로 이뤄진 통신망을 그대로 사용하면 역시 정보가 손실되는 문제가 있어 극저온 등 특수 환경이 필요하다는 점이 상용화의 걸림돌이다. 윤천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양자기술본부장은 “산업계 전반의 보안 역량을 높이려면 QKD 도입이 필수지만 송신부와 수신부 한 세트를 도입하는 데만 수억 원의 비용이 들어 일반 기업이 도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장비 소형화와 저가화 기술 개발이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QKD와 양자내성암호(PQC)를 합친 하이브리드(혼합) 양자암호를 확산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PQC는 양자컴퓨터가 무력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현대 암호 알고리즘을 대체할 새로운 알고리즘이다. QKD는 송수신자에게 양자키를 안전하게 나눠주는 장비(하드웨어)이고 PQC는 새로운 알고리즘(소프트웨어)이라서 둘을 상호 보완적으로 함께 쓸 수 있다.

국내에서는 통신사들이 관련 사업에 적극적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 말 QKD·PQC 하이브리드 제품을 출시했고 여기에 쓰인 계열사 IDQ의 QKD 장비는 올 초 업계 최초로 국가정보원의 보안 검증을 받았다. 관련 기업들과 협력체 ‘엑스퀀텀’도 꾸렸다. 자회사 SK브로드밴드도 최근 한국전력기술에 PQC 전용회선을 구축하며 관련 사업에 뛰어들었다. KT는 QKD 기반 무선통신과 더 고도화한 양자인터넷 개발을 추진한다. LG유플러스는 PQC 솔루션 ‘알파키’를 출시하고 이를 AI 서비스에도 적용했다. 삼성SDS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공동 개발한 PQC 알고리즘 ‘에이머’의 표준화를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스마트폰 시리즈 최초로 ‘갤럭시 S25’에 PQC를 도입했다.

미국에서는 아이온큐가 이달 IDQ를 자회사로 편입하며 양자컴퓨터와 양자암호 간 시너지를 꾀한다. 앞서 퀀텀엑스체인지가 800㎞ 구간의 QKD 망을 구축하는 등 민간에서의 기술 개발과 상용화 노력이 활발하다. 특히 미국 정부는 양자인터넷에 필요한 양자중계기를 연내 개발하고 2040년까지 국가 양자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는 IBM이 개발한 PQC 알고리즘을 표준으로 채택하며 글로벌 표준 선점에 나선 상태다.

중국은 지상을 넘어 ‘스타링크’처럼 인공위성을 활용해 통신 거리를 획기적으로 늘린 QKD, 즉 양자통신위성 기술을 선점하고 있다. 중국 양자기술의 아버지 판 원사 주도로 2016년 세계 최초의 양자통신위성 ‘모쯔(묵자)호’를 발사해 7600㎞ 구간의 QKD에 성공한 데 이어 올해 3월 신형 ‘지난(제남) 1호’를 통해 1만 2900㎞ 통신으로 최장 기록을 스스로 갈아치웠다. 중국과 유럽연합(EU) 역시 2030년대 국가 양자망 구축을 목표로 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국가별 양자통신 기술 수준은 미국이 84.8점 1위, 중국이 82.5점으로 2위를 기록했으며 한국은 2.9점으로 조사 대상 12개국 중 최하위에 머물렀다. 미국은 2019~2023년 ‘국가 양자 이니셔티브’ 전략으로 39억 달러, 올해부터 2029년까지 18억 달러를 추가로 투입할 것으로 전망되며 중국은 누적 150억 달러 이상을 투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은 양자전략위원회를 출범하고 올해부터 8년간 7000억 원 규모의 첫 대형 연구개발(R&D) 사업인 ‘양자 플래그십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지만 아직 관련 절차 지연으로 예산 집행 등 실질적 착수는 이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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