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오전 10시 방문한 인천시 연수구 동춘동에 자리한 옛 인천 송도유원지 일원.
서울경제신문이 방문한 이곳은 민선 8기 인천시가 밝힌 송도르네상스 개발계획 지구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송도르네상스 개발계획은 시민들에게 옛 추억을 돌려주기 위해 송도유원지 일원을 스포츠콤플렉스, 문화복합 친수공간, 해변친수공간, 글로벌 문화허브 공간 등으로 개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실제 송도유원지는 1960~1980년까지 수도권 최고의 관광지로 유명세를 떨친 곳이기도 하다. 송도유원지는 이후 수도권에 여타 위락시설 등장으로 인기를 잃었으며, 2011년 폐쇄됐다.
인천시는 송도르네상스개발계획을 통해 송도유원지의 옛 명성 회복에 나선다는 방침이지만, 해당 지역 일대는 현재 중고차수출단지로 전락해 향후 개발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관련 부지 소유주들이 송도유원지를 근거리에 있는 인천항의 중고차 수출 야적장으로 활용중이기 때문이다. 실제 이곳은 국내 중고차 수출 물량의 8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내항·남항·신항 등 인천항과 자동차로 20분 정도 떨어져 있다.
문제는 임시방편으로 사용한 야적장이 이 지역 일대를 조금씩 잠식해 가며 이 곳을 아예 중고차 수출단지로 만들어버렸다는 데 있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송도유원지 전체 264만㎡ 부지 중 약 36만㎡가 중고차 수출 공간으로 활용 중이며 입주업체만 1600여 개에 이른다. 더욱 심각한 점은 이들 수출 중고차들이 인근 원도심 곳곳에 방치돼 불법 주·정차 및 소음·분진 관련 민원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실제 이곳에서 종종 목격되는 수출중고차의 경우 차량 앞 또는 뒷 유리 가장자리에 이미 팔렸다는 뜻의 ‘솔드 아웃(sold out)’이라는 영문이 적힌 채 방치돼 있었다. 일부 차량은 타 지역 임시번호판을 부착해 수출 대기 중에 있었으며, 행정기관으로 부터 영치 처분을 받은 번호판이 없는 차량도 눈에 띄었다.
이 곳은 수출 중고차량의 성능 테스트 장소로도 활용돼 보행자들이 안전문제를 호소하는 곳이기도 하다. 실제 이날 골목길에서 만난 차량들은 아찔할 정도로 빨리 달렸으며,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차량 불법 개조 의혹 사례도 목격됐다. 수출단지 초입에는 액화석유가스(LPG) 차량을 휘발유 차량으로 개조할 수 있다는 뜻의 ‘LPG GASOLING REMODEL CHANGE’라는 영어 문구가 바로 눈에 띄었다. 일부 국가에서 특정 연료 차량만을 허용하거나 LPG 차량의 수입을 제한한다. 이 때문에 이곳에서는 수출용 차를 불법 개조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불법개조 의혹 업체 사업장은 대부분 철망으로 둘러쳐져 있어 일반인의 접근이 쉽지 않았다. 또 천막 아래에서 작업하는 곳이 대부분이라, 사업장이 제대로 꾸려지지 않은 모습이었다. 각종 장비를 동원한 자동차 분해 작업에 따른 소음 및 분진으로 주변을 돌아다니기 힘든 상황이었다.
특히 인상을 찌푸리게 하는 부분은 개방된 수로에서는 풍겨오는 심각한 악취다. 수로 인근에는 기름띠가 껴 있는 큰 웅덩이가 자리하고 있었으며, 이 같은 수로는 송도국제도시가 자랑하는 아암호수로 이어진다. 인천 연수구 관계자는 “매년 2회씩 준설을 하면서 이곳을 정비하지만 적재된 수출용 중고차량이 많아 각종 대책에도 불구하고 주변 환경문제 개선과 관련한 한계가 명확하다”며 “중고차 수출단지가 이전하는 방법이 가장 이상적인 해결책이지만 실제 이전이 가능할 지 여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
반면 송도유원지 관리업체 측은 불법 개조 이슈 등에 대해서 관련 사례를 보고 받지 못한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씨앤케이건설(옛 인천도시관광) 관계자는 “현재 송도유원지 인근에서는 수출 중고차 불법개조와 같은 행위는 없다”며 “여기서는 물건을 적치하는 행위만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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