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휴전 협상을 전격 제안하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정상 회담을 역제안하면서 교착상태에 빠졌던 휴전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다만 양측 모두 상대를 압박하기 위한 차원에서 ‘직접 회담’, ‘정상 회담’ 같은 과감한 제안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와 협상의 돌파구를 찾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1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당국에 오는 15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협상을 재개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번 제안은 푸틴이 선언한 72시간 전승절 휴전 종료 직후 나왔다. 휴전 기간에도 우크라이나와 쌍방 비난을 주고받던 러시아의 태도 변화 배경으로는 서방의 전방위 압박이 거론된다. 전날 유럽 4개국 정상은 키이우를 방문해 30일간 휴전을 촉구했고, 거부 시 군사 지원 확대와 추가 제재를 경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조건 없는 휴전을 지지한다"며 가세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30일 휴전이 먼저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다가 "목요일(15일) 튀르키예에서 직접 푸틴을 기다리겠다"며 "이번엔 러시아가 핑계를 찾지 않길 희망한다"고 역제안에 나섰다.
두 정상이 만난다면 2019년 12월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 분쟁 중재를 위해 열렸던 파리 회담 이후 5년 5개월 만의 대면이 된다.
다만, 서방에서는 푸틴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과거 러시아는 휴전 기간에도 교전을 계속했고, 이번에도 푸틴의 대화 제안 후 공격을 재개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시간을 벌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며 "최고위급 회담이 열리려면 휴전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푸틴의 제안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협조적인 태도를 보임으로써 더 강한 제재를 피하려는 의도"라고 해석했다.
3년 넘게 격렬한 전투를 이어온 적국 정상이 단 며칠 만에 마주앉아 대화하는 그림 자체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애초 두 정상이 휴전을 위한 진정성 있는 태도로 이런 제안에 나섰다기보다는 서로를 압박하기 위한 전략이었다는 것이다. WSJ은 "양국이 트럼프 대통령을 달래고 양보는 최소화하며 균형을 맞추기 위해 주말 내내 외교적 카드를 교환하고 벼랑 끝 전술을 구사했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이 (정상 대면 역제안으로) 판돈을 키웠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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