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000660)가 SK실트론을 통해 삼성전자(005930)보다 더 많은 양의 웨이퍼를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관련 자료가 공개된 후 최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서버용 D램 특수를 누리는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보다 공장을 더 활발히 돌린 것으로 풀이된다.
16일 SK실트론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SK실트론은 1분기 중 ‘A계열’ 회사에 1244억 원의 웨이퍼를, ‘B계열’ 회사에 1288억 원의 제품을 팔았다. ‘A계열’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약 27% 줄었고 ‘B계열’은 32% 늘었다.
SK실트론의 A계열 고객사는 삼성전자, B계열은 SK하이닉스로 추정된다. 1분기 동안 SK실트론의 웨이퍼를 가장 많이 사갔던 1등 손님은 SK하이닉스인 셈이다. SK하이닉스 판매액이 삼성전자를 역전한 것은 SK실트론이 2017년 SK그룹에 인수된 후에 주요 고객사 매출액을 공시하기 시작한 2018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 수치는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보다 생산 면에서 크게 앞섰음을 나타난 것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각 사의 웨이퍼 구매 비율은 큰 변동이 없는 것으로 안다”며 “각 사 웨이퍼 구매 전략의 변화보다 삼성전자 메모리·파운드리의 전반적인 생산량이 줄고 SK하이닉스는 약진하면서 매출 역전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리콘 웨이퍼는 반도체 칩을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원판이다. SK실트론은 일본 신에츠화학·섬코 등과 함께 세계 글로벌 ‘톱3’ 웨이퍼 회사로 불리는 만큼 이들의 웨이퍼 납품 이력은 각사의 반도체 생산량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된다.
한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시장 반등을 기대하며 1분기 연구개발(R&D) 비용을 크게 늘렸다. 각사가 공개한 1분기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R&D 비용으로 9조 348억 원을 집행했다. 지난해 7조 8201억 원 대비 15.5% 증가한 수준으로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SK하이닉스는 전년 동기 대비 39.2% 증가한 1조 5440억 원의 R&D 비용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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