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혁신 금융 기업들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국내에 첫선을 보인다. 비자나 페이팔 같은 단순 핀테크 기업 외에도 혁신적인 투자 상품을 출시하는 자산 운용사나 해당 상품을 매매 할 수 있는 거래소 등 금융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들을 선별해 투자함으로써 기존 미국 금융 ETF와 차별화를 꾀한다는 방침이다. 편입 종목 중 다수가 디지털 금융 관련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만큼 향후 가상자산 기술 발전에 따른 투자 수요 증가 수혜도 기대된다.
21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은 오는 27일 ‘KODEX 미국금융테크액티브’ ETF를 유가증권시장에 신규 상장한다. 해당 ETF는 NH투자증권이 산출한 ‘아이셀렉트 미국 차세대 파이낸셜 테크’를 기초 지수로 삼는다.
기초 지수에 편입된 종목 다수가 디지털 금융 업종으로 최근 몇 년 새 혁신적인 사업 모델을 잇달아 내놓으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 초 미국 대선 이후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규제 완화와 세금 인하, 디지털 경제 촉진 등 금융 테크 기업에 긍정적인 정책을 잇달아 추진하는 덕에 수혜를 입고 있다.
실제 편입 종목 중 누 홀딩스는 올 들어 주가가 23% 넘게 상승했다. 중남미 지역 최대 디지털 은행 누 뱅크의 모회사인 누 홀딩스는 오프라인 지점이 없어 고객당 월평균 서비스 비용이 전통 은행 대비 85% 낮은 0.8달러에 불과하다. 임지용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디지털 중심 초저비용 구조를 기반으로 빠른 수익성 확보에 성공한 몇 안 되는 인터넷 뱅크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SaaS(소프트웨어 기반 서비스)로 유명한 레스토랑 관리 솔루션 제공 기업 토스트의 주가도 올 들어 21% 넘게 오르며 올해 미국 지수 수익률을 한창 웃돌고 있다.
편입 종목 다수가 가상자산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 들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기초 지수에 편입돼 있는 세계 최대 자산 운용사 블랙록은 비트코인 현물 ETF ‘아이셰어즈 비트코인 트러스트(IBIT)’의 발행사로 유명하다. 페이팔과 비자도 스테이블 코인을 자체 발행하거나 이를 이용한 대금 결제 서비스를 테스트하는 식으로 가상자산 산업과의 접점을 늘리는 추세다.
세계 최대 파생 상품 거래소로 잘 알려져 있는 CME 그룹은 최근 직접 암호화폐 리플(XRP) 선물 ETF를 출시하며 주목을 받았다. CME 그룹은 미국 증시 변동 장세 장기화로 투자자들 사이 선물과 옵션 거래 수요가 증가하면서 주가가 올해 들어 20% 가까이 상승했다.
실제 KODEX 미국금융테크액티브 ETF가 추종하는 지수는 올해 비트코인 가격과 비슷한 움직임을 보였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아이셀렉트 미국 차세대 파이낸셜 테크 지수는 올 3월 말 종가 기준 971.22포인트로 지난해 말 대비 6.43% 하락했다. 동 기간 비트코인 가격도 11.99% 떨어지며 하락세를 보였다. 이후 비트코인 가격이 다시 오름세를 보이자 해당 지수도 상승 전환했다. 이날 기준 아이셀렉트 미국 차세대 파이낸셜 테크 지수는 1055.69포인트로 올 3월 말 대비 8.70% 증가했다. 같은 기간 비트코인 가격도 20% 넘게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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