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페놀을 활용한 접착 기술은 어디에나 적용할 수 있습니다. 올해는 기술의 완성도를 높여 일본과 미국 시장에서 성과를 내겠습니다.”
이해신 KAIST 화학과 교수는 28일 서울 중구 폴리페놀팩토리 사무소에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막대한 투자 유치보다는 실력으로 가치를 증명해 5년 내 기업공개(IPO)에 도전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교수가 이끄는 폴리페놀팩토리는 설립 1년 1개월 차의 신생 기업이지만 성과는 눈에 띈다. 이 회사가 출시한 그래비티 샴푸는 별다른 광고 없이 벌써 국내에서만 120만 병 이상 팔렸다. 회사는 창업 1년 만에 200억 원에 달하는 매출을 거뒀다. 대만 시장에는 이달 22일 처음 진출했는데 론칭 하루 만에 수천 병이 완판됐다. 그는 “반도체는 TSMC에 밀릴지 몰라도, 샴푸만큼은 대만에서 1등이 되겠다”며 웃었다.
그래비티 샴푸의 핵심은 폴리페놀 유도체 기반의 접착 기술이다. 기존 탈모 기능성 샴푸들은 나이아신아마이드, 덱스판테놀 등 유효 성분을 함유하고도 머리를 감는 과정에서 성분이 씻겨나가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 그래비티는 폴리페놀 접착층과 결합된 이들 성분이 두피 단백질에 직접 코팅되도록 설계됐다. 이를 통해 유효 성분이 오래 남아 지속적인 효과를 낸다.
폴리페놀은 녹차·포도·초콜릿 등에 풍부한 천연 항산화 물질로 단백질과 강하게 결합하는 특성이 있다. 이 교수는 2007년, 홍합의 접착 구조에서 폴리페놀의 가능성을 발견해 생체모사 고분자 폴리도파민 기술을 개발했다.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게재됐다. 해당 논문은 현재까지 1만 1000건 이상 인용됐으며 세계 상위 1% 고인용 논문으로 꼽힌다. 하지만 그는 “과학자는 연구를 상업화해야 한다”는 철학 아래 창업에 나섰다. 그의 지도교수인 모더나 공동 창업자 로버트 랭어 MIT 교수의 영향 덕분이다. 물론 사업이 쉽진 않았다. 첫 제품인 염색 샴푸 ‘모다모다’는 큰 인기를 끌었지만, 유해성 논란에 부딪혔다. 일각에선 ‘과학자가 샴푸나 만든다’는 편견 섞인 시선도 따랐다.
하지만 그는 “샴푸·손톱 접착제·종이 빨대처럼 일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학이야말로 더 큰 가치를 갖는다”며 연구에 임했다. 실제로 폴리페놀 기반 접착 기술은 헤어 코팅제, 곱슬머리 펴는 미용 제품은 물론, 수술용 지혈제 등으로도 응용되고 있다. 현재 그가 개발한 지혈제는 국내 대형병원에서 사용 중이다. 폴리페놀팩토리는 오는 6월 일본 라쿠텐에 입점하고, 9월에는 아마존을 통해 미국 시장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그는 “올해 500억~700억 원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기술의 완성도를 바탕으로 제품 라인업도 단계적으로 확장해나가겠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