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인공지능 전환(AX) 대응을 위해 스마트 공장 고도화에 예산을 집중 투입하면서 ‘기초’ 수준 스마트 공장 보급이 급감한 것으로 조사됐다. 기초 단계는 고도화로 나아가기 위한 초석이 되는 만큼 기초 단계 지원에도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중소벤처기업부의 스마트 공장 수준별 보급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해 기초 단계 지원 건수는 1081개로 2023년 1565개 대비 30.92% 줄었다. 정부와 지자체는 스마트 공장 구축 지원 사업을 통해 적게는 50%에서 많게는 80%까지 비용을 지원한다.
스마트 공장 지원 유형은 공장의 정보통신(ICT) 기술 활용 정도와 역량에 따라 기초, 중간1, 중간 2 단계로 구분된다. 기초 단계는 정보를 디지털 전산화하고 생산 이력을 추적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다. 중간 1은 광범위한 생산 정보의 실시간 집계와 공장 운영 모니터링이 가능한 상태다. 중간 2는 정보통신(IT)과 소프트웨어(SW) 등 관리시스템을 통해 생산 설비를 실시간으로 자동 제어할 수 있는 단계를 일컫는다.
기초 단계 지원이 급감하는 동안 고도화 수준에 해당하는 중간 1 보급은 각 891개에서 1385개로 55.44%늘었고, 중간 2도 62개에서 154개로 148.38% 급증했다.
이는 정부가 2023년부터 스마트 공장 관련 예산을 크게 줄이며 양적 확대보다 고도화에 초점을 맞춘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2021년 4376억 원에 달했던 스마트공장 예산은 2022년 3570억 원으로 감소한 뒤 2023년 1617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특히 기초 수준이라도 갖춘 스마트 공장 보급수는 2만 5466개에 불과해 스마트 제조 혁신 기초 체력이 약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10월 기준 중소 제조기업 수는 61만 8000개에 달한다.
중소기업계에서는 이 같은 정부 정책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충북 청주의 한 기자재 제조업체 대표는 "영세한 중소기업이 정부 지원 없이 스마트 공장을 구축하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아쉬워했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AI 기반의 스마트 공장을 확산시켜 밸류체인을 만들어야 한다”며 “기초 수준의 보급 없이 고도화에 집중하는 것은 초등학교도 안 나온 사람에게 대학교육을 받으라는 것과 같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근본 문제 해결을 위해선 예산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주미 중소벤처기업연구원 본부장은 “정부가 한정된 예산으로 고도화와 기초 보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할 때 관련 예산을 획기적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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