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는 심각한 지방 미분양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관리 강화 기조로 인해 건설업계 폐업이 19년 만에 최대 수준까지 급증한 것으로 평가한다. 새 정부에서 지방의 주택시장 수요 활성화를 위해 미분양 주택에 대해 취득세 경감과 5년간 양도세 면제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재명 정부의 대선 공약집에서 밝힌 ‘건설 경쟁력 강화로 건설강국 중흥’을 달성하려면 위기의 건설업계에 대해 과감한 규제 완화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9일 국토교통부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한 종합건설업체는 641곳으로 2005년 이후 19년 만에 가장 많은 곳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서도 중견 건설업체 10여 곳이 줄줄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시공능력평가 58위인 신동아건설을 비롯해 삼부토건(71위), 대우조선해양건설(83위), 대흥건설(96위), 대저건설(103위), 삼정기업(114위), 이화공영(134위), 안강건설(138위), 벽산엔지니어링(180위) 등이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했다. 건설업계의 불황은 경제성장률 악화로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건설투자는 -6.1%의 역성장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됐다. 건설투자는 지난해 -2.7%를 기록하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0.4%포인트 깎아내린 것으로 평가받았는데 올해는 성장률을 0.9%포인트 끌어내릴 것으로 우려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건설투자가 만약 0% 성장만 해도 올해 성장률은 0.8% 가 아닌 1.7% 수준은 됐을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건설업계는 지방 미분양 주택 해소가 새 정부의 최우선 과제라고 평가한다. 국토교통부 주택 통계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 7793가구에 달한다. ‘악성 미분양’으로 간주되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11년 8개월 만에 최대 규모인 2만 6422가구까지 늘었다. 특히 전북(41.7%), 경북(21.8%), 대구(16.1%) 등은 3월보다 두 자릿수 이상으로 늘어나는 등 지방 부동산 시장 위축이 지역 경기 침체와 지방 건설사의 재정위기를 가속화한다는 평가다. 정부는 이에 2월 ‘지역 건설경기 보완방안’을 발표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지방 미분양 아파트 직접 매입과 기업구조조정(CR) 리츠 출시 지원 등의 해결 방안을 내놓았다. LH는 15년 만에 지방 악성 미분양 주택 매입에 나섰지만, 매입 물량이 3000가구 규모로 적은 데다 매입 상한가 규정 등으로 인해 시장에 누적된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긴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CR리츠 역시 올 상반기 대구, 전남 광양 등에서 1800가구 규모를 매입할 예정이지만 아직 본격적인 상품화가 되지 않아 시장 회복 지원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계는 이에 경제 성장률 제고와 지역 건설경기 회복을 위해 강력한 세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지역경제 근간인 건설경기 회복’을 제시한 바 있다. 건설업계는 이에 2주택자 취득세 중과 폐지 등을 통해 지방 미분양 주택 해소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행 법규상 2주택자는 조정대상지역의 주택을 취득하면 일반세율(1~3%)보다 높은 8%의 세율이 적용된다.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은 올 3월 2주택자에 대한 취득세 중과를 폐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는데 탄핵정국으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양도세율 산정 시 주택 수 산정범위도 변경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 규정상 양도세율 산정 시 주택 수에 포함하지 않는 지방 주택은 수도권·광역시·특별자치시 이외 지역에 소재하는 기준시가 3억 원 이하 주택이다. 이로 인해 미분양 문제가 심각한 부산·대구 등에서 물량 해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건설업계는 현행 기준을 비수도권 소재의 기준시가 3억 원 이하의 주택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장기 악성 미분양 주택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 문제를 해소해야 PF 리스크도 줄어들게 된다”며 “정부 재정으로 지방 미분양 주택을 매입할 수 없는 만큼 시장에서 미분양 주택을 소화하도록 해야 건설업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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