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중동 지역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자 정부가 석유·가스 수급 및 수출입 상황 점검에 나섰다. 우리나라는 화석연료 수입의 상당 부분을 중동 국가에 의존하고 있는 데다 중동 위기 자체가 석유·가스 가격 상승을 촉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페르시아만과 홍해 일대의 항해까지 제한될 경우 수출 물류에도 비상이 걸릴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3일 서울 중구 한국가스공사에서 윤창현 자원산업정책국장 주재로 ‘석유·가스 수급 긴급 점검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산업부 관계 부서는 물론 한국가스공사·한국석유공사·에너지경제연구원·대외경제정책연구원·석유협회가 참석했다.
산업부는 “현재 중동 인근에서 항해 중이거나 선적 중인 원유·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은 모두 정상 운항 중”이라며 “당장은 석유·가스 도입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다만 정부는 사태 진행 상황에 따라 화석연료 도입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비상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국내 석유·가스 비축 현황을 점검하고 중동 상황을 지속 모니터링 하겠다”고 말했다. 윤 국장도 “우리나라는 원유와 LNG 수입 중동 의존도가 높아 중동의 상황은 에너지 안보와 직결된다”며 “석유·가스 수급 가격 동향을 면밀히 살펴 국민 경제에 미치는 부담이 최소화되도록 원팀으로 신속 대응하겠다”고 강조했
앞서 이스라엘은 이날 새벽 이란의 나탄즈 핵시설을 비롯해 수십 곳의 표적을 타격했다. 합동참모총장과 혁명군수비대 총사령관을 포함한 군 수뇌부가 사망하는 등 큰 타격을 입은 이란은 대대적인 보복을 위해 드론 100여 기를 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날 미국 뉴욕상업거래소 기준 7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장중 전 거래일보다 14% 상승한 77.62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JP모건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현실이 될 경우 유가가 배럴당 130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태 전개 방향에 따라 석유·가스 수입 뿐 아니라 수출입 물류 전체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중동에 위치한 수에즈 운하는 세계 해상 무역의 12%가 통과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수출품 역시 모두 이 곳을 경유한다.
이에 서가람 산업부 무역정책관은 ‘수출 비상대책반 회의’를 소집해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회의에는 한국무역협회,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한국무역보험공사 등이 참석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란의 보복에 대비해 이스라엘이 항구 운영을 중단하고 항공기 공역을 폐쇄하는 등 현지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며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상황을 지속 관찰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중동 지역 수출 피해 기업에 유동성을 지원하고 중소기업 전용 선복을 제공하는 등 지원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서 국장은 “지난해 기준 대중동 수출 비중은 2.9%로 크지 않지만 유가와 물류 비용이 상승하면 우리 수출 전반에 파급 효과를 미친다”며 “부정적인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기업 애로 해소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해양수산부 역시 같은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중동 인근 해역을 운항하는 한국 선박의 안전관리 상황을 점검하는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해운협회, SK해운, 현대글로비스 등 30여개 해운 관련 기업과 단체가 함께했다. 해수부는 호르무즈 해협 인근을 항해하는 우리 선박의 안전관리 상황을 상세히 점검함은 물론 선박 피격·피랍 발생시 대응 체계도 점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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