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사관리(HR) 플랫폼 리모트(Remote)가 18일 발표한 ‘2025 글로벌 일과 삶의 균형 지수(Global Life-Work Balance Index)’에서 한국이 조사 대상 60개국 중 31위를 기록했다. 전년보다 다섯 계단 오른 순위지만 여전히 평균 이하에 머물렀다. 미국은 지난해보다도 두 단계 떨어진 59위로 추락해 사실상 ‘워라밸 최하위국’으로 기록됐다.
이번 조사는 국내총생산(GDP) 상위 60개국을 대상으로 △유급 휴가일 △병가 △출산 휴가 △최저시급 △의료제도 △행복지수 △주당 근무시간 △성소수자 포용성 △공공안전성 등 10여 개 항목을 기준으로 진행됐다. 각 항목은 수치화 및 지수화 과정을 거쳐 국가별 총점으로 환산됐다.
전년 대비 5계단 상승했지만 ‘평균 이하’
우리나라는 전년 대비 5계단 상승한 31위를 기록하며 소폭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최저시급 인상과 주당 평균 근무시간 감소가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38.58시간이었던 평균 주당 근무시간은 올해 37.9시간으로 감소했고, 최저시급 인상도 지수 향상에 기여했다. 성소수자 포용성 역시 전년보다 6점 상승했다. 다만 병가 제도가 법제화돼있지 않고 출산휴가 일수 및 급여 보장 비율도 글로벌 평균에 못 미쳐 평가에서 불리하게 작용했다. 안전성 지수 역시 전년 대비 소폭 하락했다. 리모트는 이 지수에 대해 “경제 및 사회복지 체계, 교육 수준, 형사사법 시스템 효율성, 정부와 국민 간 신뢰 수준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아시아 국가들은 대체로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 인접국 일본은 29위로 한국보다 두 계단 높았고 중국은 52위에 그쳤다.
유럽, ‘워라밸 강국’의 위상 유지…뉴질랜드는 1위
유럽 국가들은 상위권을 장악했다. 1위는 뉴질랜드가 차지했다. 이어 2위인 아일랜드부터 상위권에 대거 유럽 국가가 포진했다. 벨기에, 독일, 노르웨이가 각각 3~5위를 차지했다. 뉴질랜드의 경우 연간 최소 4주의 유급 휴가를 비롯해 연간 최소 10일의 유급 병가를 제도화하고 있다. 출산 휴가도 최대 26주로 연장됐고 이후 52주의 무급 육아휴직을 보장한다. 동시에 탄력적인 근무가 가능하며 법적으로도 다양성을 위한 정책들이 마련돼 있다.
미국은 지난해 55위에서 올해 59위로 추락하며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법정 유급휴가일이 없고 공휴일조차 유급 보장이 의무가 아닌 점, 병가 보장 부재 등 제도적 공백이 지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성소수자 포용성과 공공안전성 지수까지 하락하며 전반적인 순위가 더 낮아졌다. 리모트는 “순위가 상승한 국가들은 의료·교육·복지 등 기본 인프라에 있어 개선세를 보였으며, 환경 지속 가능성과 정책적 유연성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반대로 순위가 하락한 국가는 경기 침체, 정치적 불안정 등 외생 변수에 노출돼 있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바바라 매튜스 리모트 최고인사책임자는 “일과 삶의 균형은 단순한 복지를 넘어 현대인의 필수 조건”이라며 “기업이 제공하는 유연성과 제도는 직원들의 직업적 성취는 물론 개인적 번영에도 깊은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한편, 리모트는 전 세계 200여 개국에서 인재 고용·관리를 지원하는 글로벌 HR 솔루션 기업이다. 기업이 해외에서 인재를 채용해야할 경우 해외 법령과 문화에 맞춰 인재를 채용하고 입사부터 퇴사까지 전 과정을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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