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미국에서 선보이는 2026년형 스포티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량(PHEV) 모델의 가격을 최대 6% 이상 인상한다. 최근 2년간 상위 트림을 기준으로 연평균 가격 인상률이 1.4%인 점을 고려하면 상승 폭이 크게 확대됐다. 미국 정부의 관세 부과에 따른 비용 상승 압박이 본격화하면서 연식 변경 모델 등을 중심으로 가격을 올리며 대응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8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이달 말 미국 출시 예정인 2026년형 스포티지 PHEV 모델의 권장소비자가격(MSRP)을 X라인 트림 4만 490달러(약 5531만 원), X라인 프레스티지 트림 4만 7190달러(약 6448만 원)로 각각 책정했다. 이전 모델과 비교해 600달러(약 80만 원), 2800달러(약 380만 원)씩 올랐는데 인상률로 따지면 각각 1.5%, 6.3%에 달한다.
상위 모델인 X라인 프레스티지 트림의 가격 상승 폭이 6%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아는 2022년 미국 시장에서 스포티지 PHEV 판매를 시작한 뒤 연식 변경을 거쳐 매년 2.1%(2023년), 0.7%(2024년) 가격 인상을 단행한 바 있다. 지난해까지 연평균 1.4%에 그치던 가격 인상률이 올 들어 6.3%로 4배 이상 확대된 것이다. 기본 모델인 X라인 트림의 판매 가격도 역대 최초로 4만 달러 선을 돌파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기아가 미국에서 가격 인상 ‘신호탄’을 쏘아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두 회사는 올 4월부터 시작된 미국 정부의 25% 수입차 관세에도 불구하고 가격 인상을 미루며 시장점유율을 지키는 데 집중해왔다. 그러나 관세 부과 전에 미리 확보해둔 현지 재고 물량이 소진되면서 원가 부담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현대차와 기아의 2분기 영업이익이 각각 3조 5964억 원, 2조 4409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6%, 16.8%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차·기아는 신규 모델을 중심으로 판매가를 인상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하반기 미국에서 신형 팰리세이드를, 기아는 K4 해치백 모델, EV9 나이트폴 에디션을 각각 출시할 계획이다. 고급 옵션을 적용한 상위 트림이나 대형 차종 등 가격 인상에 대한 소비자 저항이 낮은 차량 위주로 판매가를 올려 경쟁사와 차별화를 모색하는 전략이다.
랜디 파커 현대차 북미권역본부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한 미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녹록지 않은 하반기를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가격대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본 도요타 등 경쟁사들 역시 이달 들어 관세 부담을 덜기 위해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 도요타와 렉서스는 이달 1일부터 미국 내 자동차 판매가를 평균 270달러, 208달러씩 올린 바 있다. 미쓰비시도 지난달 중순 미국에 판매 중인 6개 차종 중 3개 모델의 가격을 평균 2.1% 인상했다. 스바루는 차량 가격을 최대 2055달러(약 278만 원) 올려 판매하고 있다.
기아 관계자는 “2026년형 스포티지는 관세와 별개로 고급 고객 선호 사양 위주로 기본 적용되며 가격 인상분에 상응하는 가치 상승이 있었다”며 “단순 연식 변경이 아닌 디자인 변경을 포함한 상품성 개선과 사양 조정으로 상대적으로 가격 변동 폭이 큰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해철 기자 s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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