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기아(000270)가 개발한 ‘착용 로봇’이 대한항공(003490)의 항공기 정비 업무를 시작으로 산업 현장에 본격 투입된다. 로봇을 입은 작업자는 팔과 어깨를 위로 뻗는 ‘윗보기 작업’을 할 때 근력·관절의 부담을 낮춰 능률을 높일 수 있다. 현대차(005380)·기아는 내년부터 착용 로봇의 해외 판매로 웨어러블 로봇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현대차·기아는 8일 인천시 중구 대한항공 항공기 정비고에서 산업용 착용로봇 ‘엑스블 숄더’ 1호 전달식을 열었다고 9일 밝혔다. 이번 전달식으로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1월 엑스블 숄더의 사업화 계획을 밝힌 후 처음으로 계약 고객사에 제품을 공급했다.
엑스블 숄더는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의 자체 기술로 개발됐다. 조끼 형태여서 착용이 쉽고 윗보기 작업을 반복할 때 로봇 내부 스프링에서 발생한 회전력으로 어깨 근력을 보조한다. 무거운 공구나 부품을 들었을 때 어깨 관절에 가해지는 부담을 최대 60%까지 줄일 수 있다. 배터리가 없어 충전 불편을 덜었을 뿐 아니라 조끼만 따로 분리해 세탁할 수도 있다.
대한항공은 엑스블 숄더를 군용기·민항기·도심항공교통(UAM) 등 다양한 항공기를 조립·정비하는 현장에 우선 도입하기로 했다. 높은 기체를 다뤄야 하는 정비 업무 특성상 엑스블 숄더의 도입은 작업자의 부상 위험과 피로도를 낮출 것으로 기대된다. 정현보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 상무는 “항공기 조립·정비 안전과 품질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엑스블 숄더의 확대 적용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기아는 현대차그룹 27개 계열사와 국내 제조기업 등 고객사를 대상으로 엑스블 숄더 인도를 확대해 나간다. 건설·조선·농업 등 산업 현장에서 엑스블 숄더 판매를 늘리고 내년에는 유럽·북미 등 해외시장 진출을 추진할 예정이다. 성장 잠재력을 갖춘 웨어러블 로봇 시장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려는 전략이다.
현대차·기아는 무거운 짐을 들 때 허리를 보조하는 ‘엑스블 웨이스트’, 보행 약자의 재활을 위한 ‘엑스블 맥스’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커스터머 마켓 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웨어러블 로봇 시장 규모는 지난해 24억 달러(약 3조 3500억 원)에서 2033년 136억 달러(약 18조 98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동진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 상무는 “엑스블 숄더는 자동차 제조 현장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업으로 확대 적용돼 작업자의 근골격계 질환을 예방하고 업무 효율성 향상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엑스블 숄더는 2월 유럽연합(EU)의 통합 인증마크 등록 기관인 DNV로부터 ‘ISO 13482 인증’을 받으며 안전성을 입증했다. 또 세계 3대 디자인상 중 하나인 ‘2025 iF 디자인 어워드’에서 제품 부문 본상을 거머쥐며 디자인 우수성도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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