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을 이끈 1차 베이비붐 세대의 평균 자산이 가구당 6억 5000만 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들의 자산은 전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증여세에 막혀 아래 세대로 이전되지 못하고 있어 우리 경제의 활력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서울경제신문이 통계청에 의뢰해 1차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의 자산을 분석한 결과 이들의 가구당 자산은 지난해 기준 6억 5136만 원으로 전년 대비 4.4%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실버 세대의 자산 80%가 부동산에 묶여 있고 상속·증여 및 양도세 부담도 너무 높아 세대 간 이전이 지연되고 있다는 점이다. 자산은 많지만 현금 흐름은 꽉 막힌 일종의 ‘돈맥경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 실버 세대의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은 미국·일본·영국 등 주요 선진국(30~40%)보다 2배 이상 높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상속·증여세 체계를 하루 빨리 수술대 위에 올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고세율은 지나치게 높고 공제 금액은 낮아 세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실제 평균 자산 6억 5000만 원을 자녀에게 생전에 물려주려면 세금만 1억2000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가혹한 세금은 기업 승계에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인이 회사를 물려줄 때는 최대 60%의 세금이 부과되기 때문에 가업을 포기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반면 우리와 인구구조가 비슷한 일본은 고령층 자산의 잠김 현상을 풀어내기 위해 상속·증여세를 대폭 완화했다. 올해부터 자녀나 손자에게 연간 110만 엔(약 970만 원)까지 매년 세금 없이 증여할 수 있다.
정부는 ‘부자 감세’ 프레임에 갇혀 상속세 재편에 사실상 손을 놨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이전 “상속세 체계를 개편하겠다”고 밝힌 적이 있으나 대선 공약에서 빠지면서 사실상 흐지부지된 상황이다. 오문성 한양여대 교수는 “자본이 세대 간에 원활히 이전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주는 세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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