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인공지능(AI) 스타트업 xAI가 직원들에게 감시용 소프트웨어 설치를 강제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테슬라와 X(엑스·옛 트위터) 등 머스크 소유 기업들의 고강도 업무 요구와 통제 문화가 xAI에서도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13일(현지시간) 미국 경제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xAI는 최근 AI 챗봇 ‘그록’ 개발에 참여하는 엔지니어들에게 ‘허브스태프(Hubstaff)’라는 감시 소프트웨어를 의무 설치하라고 지시했다. 허브스태프는 화면 캡처, 키보드·마우스 활동 추적 등 직원의 컴퓨터 사용 내역을 근무 시간 동안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프로그램이다. 회사가 지급한 장비가 없는 경우 개인용 컴퓨터에도 설치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xAI 측은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근무 시간에만 작동한다고 해명했지만, 직원들은 개인정보 침해 우려를 제기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내부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슬랙에서는 한 직원이 “이건 생산성으로 위장한 감시이자 문화로 위장한 조작”이라며 설치 지시에 반대하고 사직 의사를 밝혔고, 해당 글에는 수십 건의 공감 반응이 달렸다.
xAI의 통제적 조직문화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월, xAI 엔지니어 벤저민 더크라커는 AI 모델 성능 순위를 SNS 플랫폼 X에 올렸다가 삭제 요구를 받았다. 그는 오픈AI 모델이 xAI의 ‘그록3’보다 낫다는 의견을 올렸지만, 회사는 이를 ‘기밀 유지 위반’으로 문제 삼았다. 결국 더크라커는 이에 반발해 퇴사했다. 당시 머스크 본인이 이미 그록3 개발 사실을 공개한 상황이었던 만큼 직원의 개인적 평가까지 통제하려 한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머스크가 소유한 다른 기업들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2022년 X 인수 직후 머스크는 직원들에게 심야 이메일을 보내 “장시간 고강도 근무를 원하지 않으면 퇴사하라”고 통보했다.
지난해에는 X 직원들에게 1페이지 분량의 개인 기여도 보고서를 제출하게 한 뒤 이를 기준으로 스톡옵션 등 보상을 차등 지급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워 논란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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