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 군사위원회가 ‘주한미군의 현재 규모 유지’ 내용을 담은 내년 회계연도(2025년 10월~2026년 9월) 국방수권법안(NDAA·국방예산법안)을 통과시켰다. 본회의를 남겨두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려는 주한미군 규모 및 역할 조정 움직임을 금지할 법적 제동장치 마련에 나선 것이다. 특히 앞서 11일 미 상원 군사위가 통과시킨 NDAA에는 국방장관이 보증하고 의회가 협조할 경우 주한미군 감축이 가능해지는 길을 열어 놓았는데 하원안은 달랐다.
하원 군사위는 15일(현지 시간) 전체회의를 열고 NDAA 심의에 착수해 약 2만 8500명의 주한미군 주둔을 유지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화당 소속 조 윌슨 하원의원의 NDAA 수정안을 구두 투표로 가결 처리했다.
수정안에는 미 국방부 장관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안보 동맹과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는 게 의회의 인식이라고 명시했다. 그러면서 “한국에 배치된 약 2만 8500명의 미군 규모를 유지하고 상호 방위 기반 협력을 향상하며 미국의 모든 방어 역량을 활용해 확장억제를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확인하는 것을 비롯해 한국과의 동맹을 강화하는 것이 포함된다”고 규정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통과된 2025년도 국방수권법의 문구와 동일하며 당초 올해 국방수권법 초안에는 빠졌던 주한미군 현상 유지 내용이 윌슨 의원의 수정안으로 다시 포함돼 통과된 것이다. 국방수권법안은 매년 국방부의 예산 지출과 정책을 승인하는 법안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국방전략과 전 세계 미군 재배치 방안이 이르면 다음 달 말 나올 것으로 예상돼 주한미군 규모와 관련한 국방수권법안의 내용이 어떻게 귀결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에서 가능성이 거론되는 주한미군의 일방적 감축 추진에 대해 의회가 일정한 견제 장치 역할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문안이 마련될지 주목된다.
국방수권법안은 상원과 하원에서 각각 법안을 처리한 다음 상·하원 법안 내용에 상이한 점이 있을 경우 상·하원 단일안을 만들어 재의결하는 절차를 밟은 뒤 대통령이 서명하면 법률로 확정된다.
한편 한국군이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하면 현재 주한미군사령관이 겸직하고 있는 유엔군사령관을 주일미군사령관이 맡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조비연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16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이재명 정부 통일·대북정책 추진 방향’ 주제의 통일정책포럼에서 “4성 장군 20% 감축을 추진 중인 트럼프 행정부가 전작권 전환을 계기로 주한미군 사령관을 3성으로 내리고 미군 4성 장군이 주일미군사령관과 유엔군사령관을 겸직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는 주일미군이 인태 지역 미군의 거점이 된다는 것을 의미하며 예산·인력 배분의 우선순위를 차지하게 됨에 따라 주한미군의 감축도 뒤따를 수 있다고 조 연구위원은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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