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장관이 된다면, 일터 기본법(일터 권리를 위한 기본법)을 적용해서 고 오요안나처럼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못해 사실관계를 다퉈보지 못하는 ‘억울한 일’이 없도록 하겠다.”
김영훈 고용부 장관 후보자가 MBC 기상캐스터였던 고 오요안나에게 장관 후보자 지명 후 공개 석상에서 “억울한 일”이라는 표현을 처음 썼다. 그동안 정부와 국회가 고 오요안나에 대해 ‘안타깝다’고 한 애도에서 한 발 더 나간 셈이다. ‘억울한 일’이라는 말은 고 오요안나처럼 근로기준법 상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한 노동법 사각지대를 적극적으로 줄이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김 후보자는 1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연 자신의 청문회에서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고 오요안나는 방송사 프리랜서가 근로자처럼 법적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현실을 수면 위로 올렸다. 올 5월 고용부의 MBC 특별근로감독 결과에 따르면 오요안나는 유가족 주장대로 선배들로부터 발언으로 인한 괴롭힘을 당했다. 하지만 오요안나는 근기법 상 ‘MBC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고 프리랜서로 판단됐다. 오요안나가 MBC와 근로계약을 맺고 다른 MBC 근로자처럼 전속 고용 관계로 일 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고용부 결론이다.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은 오요안나는 자신이 당했던 괴롭힘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직장 내 괴롭힘은 근기법 상 근로자만 해당된다.
노동계에서는 ‘방송사는 비정규직 백화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방송사들은 외주 제작사를 중심에 놓고 다양한 도급 계약을 맺으면서 프리랜서의 근로자 지위를 찾기 어렵게 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고용부는 2021년 MBC, KBS, SBS 등 지상파 방송 3사에 대해 근로감독을 했다. 당시 방송작가 363명 중 152명의 근로자성이 인정됐다. 5월 MBC 특별감독에서도 보도·시사 교양국 내 프리랜서 35명 중 25명의 근기법 상 근로자성이 확인됐다. 하지만 고용부는 해당 방송사에 이들 프리랜서를 근로자로서 재고용하라고 강제할 수 없다.
고 오요안나는 근로자처럼 일하면서 사업소득세 3.3%를 내는 일명 ‘가짜 3.3’과 통계에서 근로자가 자영업자로 분류되는 ‘오분류 문제’를 이재명 정부에 환기했다. 김 후보자는 청문회 사전답변서에도 고 오요안나와 관련해 “노동법 적용을 의도적으로 회피하는 현장의 잘못된 관행을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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