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아의 수면 시간이 미국이나 호주 유아에 비해 훨씬 짧고, 잠드는 데 걸리는 시간도 더 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같은 수면 패턴은 산모의 불면과 수면 부족으로 이어져 부모의 삶의 질도 악화된다는 분석도 함께 제시됐다.
성신여대는 15일 서수연 심리학과 교수 연구팀이 호주 모나쉬대(Monash University)와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 미국, 호주에 거주하는 생후 6개월, 12개월, 24개월 유아의 엄마 2005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해 이뤄졌다.
연구에 따르면 한국 유아는 전 시기에 걸쳐 미국 유아보다 수면 시간이 짧고, 잠드는 데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12개월과 24개월 시점에서는 호주 유아와 유사한 양상이 드러났다.
이 같은 결과는 기존 연구의 ‘아시아 유아의 취침 시간이 늦고 수면 시간이 적다’는 결론과도 일치한다. 그동안 이에 대해서는 주로 학업 스트레스나 과도한 사교육 때문이라는 해석이 많았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유아가 돌이 되기 이전부터 이러한 수면 문제가 나타난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보여줬다는 데 의의가 있다.
특히 돌 무렵인 생후 12개월 시점에서 한국 유아는 미국 및 호주 유아보다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이 74분 가량 짧은 것으로 드러났고, 이를 주 단위로 환산하면 7시간 이상 부족한 수준이었다.
전문가들은 아이가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이 정서적 발달과 정신 건강을 지키는 데 핵심 역할을 한다고 지적한다. 최근 아동 우울증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유아기부터 건강한 수면 습관을 확립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이의 수면 문제는 부모의 수면 환경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이가 ‘잠들지 못하거나 밤중에 자주 깨어 찾는’ 행동은 부모의 수면을 방해해 피로 누적과 양육 스트레스로 연결된다. 해당 현상은 영유아 3명 중 1명에게서 나타나고 있다.
일부 선진국에서는 이 같은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수면학교’와 같은 공공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아이가 밤에 잘 자도록 도우면서 보호자 역시 양질의 수면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서비스다.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제도가 한국에서도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수연 교수는 “태어날 때부터 선진국에 비해 대한민국 아기들이 적게 자고 산모들의 불면증 증상이 높은 것은 사회적 요인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한국 산모에게 불균형하게 집중되는 야간 육아 부담, 아버지의 늦은 퇴근으로 인한 아이의 취침 시간 지연, 선진국과 달리 코슬리핑(동침)을 고집하는 수면 문화가 산모들의 수면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요소들이 결국 저출산 같은 구조적인 사회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며 “이번 연구를 계기로 야간 양육과 관련된 수면 문화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보다 건강한 방향으로 변화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미국 행동수면의학회(Society of Behavioral Sleep Medicine) 공식 학술지 ‘Behavioral Sleep Medicine’에 2025년 7월 발표됐다. 연구에는 로라 아스트버리(Laura Astbury), 경서하, 송지운, 도나 피닝톤(Donna Pinnington), 신성경, 베이베이(Bei Bei), 서수연 등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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