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를 가장해 상대를 속이고 막대한 돈을 가로채는 이른바 '로맨스 스캠' 수법으로 연인에게서 100억 원을 뜯어내고, 그중 70억 원에 이르는 범죄 수익을 숨긴 20대 남성이 중형을 선고받았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구지방법원 형사11부(재판장 이영철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 A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A씨는 또래 여성과 교제하는 것처럼 접근해 그녀의 부모가 소유한 현금 등 자산 약 100억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았다.
A씨에게서 범죄 수익 일부를 넘겨받아 보관한 혐의(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로 함께 기소된 공범 20대 B씨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2023년 11월부터 올해 3월 사이 20대 여성 C씨에게 호감을 표시하며 가까워졌고, 그녀의 신뢰를 이용해 부모 명의의 계좌에서 거액을 이체받고 현찰을 챙기는 방식으로 총 100억 원 상당을 편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그중 약 70억 원을 상품권 형태로 바꾼 뒤, 이를 다시 사설 업자를 통해 현금화하는 방식으로 추적을 피하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숨긴 자금 중 일부는 B씨에게 건넸던 정황도 확인됐다.
수사 과정에서 검찰은 A씨로부터 확보한 29억 원 상당의 현금, 상품권, 명품 시계와 가방 등 고가 물품에 대해 가압류를 결정했다.
재판부는 “피해액이 크고, 정상적인 사기 범행이 아니었다”며 “피해자들의 경제적 기반을 흔드는 데 그치지 않고, 인격적으로 말살하고 파탄시켰다”라고 판시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열린 결심공판에서 A씨에게 징역 30년을 구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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