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 이후 부동산 시장을 억제하기 위한 카드로 고강도 가계대출 규제를 꺼내 들면서 은행채 발행이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반면 공공주택 공급 확대에 따른 자금 조달을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관련 공기업의 채권 발행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이에 따라 두 종류 채권을 운용하는 기관투자가 입장에서 현재는 은행채가 공사채보다 높은 금리가 벌어지고 있지만 공사채 물량이 늘어나면 가격이 떨어져 금리가 오르면서 격차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18일 한국투자증권이 새 정부의 부동산 대책 관련 채권 공급 이슈를 분석한 결과 은행채 발행은 줄고 공사채 발행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에 따르면 금융권 가계대출과 정책대출을 기존 계획 대비 각각 50%, 25% 감축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여기에 최근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주택 가격을 잡기 위해 주택담보대출 위험가중치 상향 등 추가적인 규제를 내놓을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확산하면서 금융권의 가계대출 감소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런 대출 규제는 은행채 발행 위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대출 감소로 은행의 추가적인 자금 조달 수요가 낮아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반면 공사채 발행은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그간 LH 등 개발공사는 택지 조성 이후 이를 민간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회수했다. 하지만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이를 문제라고 지적한 만큼 택지를 매각하지 않고 아파트 건설까지 전담해야 할 상황에 직면했다. 여기에 정부가 공공분양 아파트 공급 방식으로 지분 적립형과 이익 공유형(환매조건부)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런 주택 공급 방법은 개발공사의 수익 회수 시점을 늦추기 때문에 대규모 자금 조달을 위해서는 공사채 발행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지분 적립형과 이익 공유형이 실제 도입된다면 주담대 수요가 줄어들고 이는 곧 은행채 발행 감소로 이어지게 된다. 대출 규제와 공공주택 공급 압박이 맞물리면서 은행채 발행이 공사채 발행으로 대체되는 셈이다.
이처럼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정부의 정책은 수급 측면에서 은행채와 공사채의 희비를 가를 것으로 예측된다. 공사채 발행 증가로 가격이 하락하면 금리가 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추세라면 은행채와 공사채의 금리 차이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올해 1월 은행채와 공사채의 금리 차이는 75bp(bp=0.01%포인트)였다가 7월 들어 97bp로 벌어졌지만 이 같은 추세는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새 정부의 주택 공급 정책이 지금보다 명확한 윤곽이 잡히면 공사채와 은행채 사이의 금리 갭은 좁혀지는 경향이 나타날 것”이라며 “현 상황에서도 은행채는 강세 요인이, 공사채는 약세 요인이 존재하고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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