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18일 제조 인공지능(AI) 분야에서 가장 큰 위협인 중국과 경쟁하기 위해 일본과 손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이날 경주 라한셀렉트호텔에서 열린 AI 토크쇼 ‘모두의 AI, 우리의 AI’에서 “한국도 제조 AI 데이터가 풍부한데 중국은 더 많고 학습 능력 또한 빨라지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어 “건강한 AI를 만들기 위해 좋은 영양이 있는 밥(데이터)을 먹어야 한다”며 “일본 역시 상당히 많은 제조 AI 데이터가 있어 서로 교환하고 학습시키면 훨씬 더 좋은 AI를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AI 발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해외 인재를 유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AI 엔지니어가 10만 명 이상 필요하고 미래에는 100만 명, 1000만 명이 필요한데 길러내는 데 시간이 걸려 해외로부터 고급 인력을 유입시켜야 한다”고 했다. 전력 소모가 많은 AI 데이터센터 확산을 위해 발전소 근처는 전기요금을 낮추는 탄력적 요금 제도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최 회장은 “데이터센터 운영비의 85%가 전기”라며 “모든 지역의 전기요금을 똑같이 받는 것은 잘못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AI 토크쇼는 정신아 카카오(035720) 대표가 진행을 맡아 다양한 기술 활용 사례를 소개했다. 정 대표는 “AI는 이미 평범한 사람의 지식수준을 넘어섰고 단순히 정보를 요약·정리하는 작업 외에 추론을 수행하는 만큼 앞으로 AI를 활용한 사업 기회가 본격 발굴될 것으로 본다”고 짚었다.
지역 제조 AI 사례 공유에 나선 박만헌 CFA 부사장은 “생산성 제고를 위해 로봇을 도입했는데 소프트웨어와 운용 인력 인건비가 연간 3억~4억 원에 달했다”며 “AI 솔루션으로 전문가 없이 로봇을 배치·운영해 매년 수억 원의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영재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경남 사천의 한 공장에 로봇을 최적 배치하고 공정을 효율화하는 시뮬레이션을 적용할 때 최소 박사급 연구원 2명을 한 달간 투입해야 하는데, AI 기술을 접목하면 30분 만에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규모가 작은 기업을 대상으로 AI 보급과 확산에 집중한다면 현재 관세전쟁, 중국의 추격 등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는 국내 제조업의 생산성이 빠르게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예상욱 세탁특공대 대표는 “고객의 옷에 부착된 케어 라벨을 AI가 매일 3만 개씩 학습하면서 데이터가 쌓이고 있다”며 “의류 업체들도 보유하지 못한 이 데이터를 활용해 향후 패션 트렌드 예측과 같은 신규 사업 모델을 발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라이너는 학술 자료 웹 형광펜(하이라이팅) 기능을 제공하는 서비스로 시작해 전문 지식 AI 검색엔진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김진우 라이너 대표는 “데이터를 어떻게 축적하고 활용할지 결정하는 것만으로도 AI를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의료 AI 개발·서비스를 운영 중인 뷰노의 이예하 대표는 무대에서 손가락 크기의 심전도 측정 기기를 직접 선보였고, 의료진이 없는 외딴섬에서도 이 키트를 활용해 노약자의 건강 상태를 점검하는 사례를 소개하며 사람을 살리는 AI의 모습을 연출했다.
대한상의 AI 토크쇼는 지난해에 이어 이번이 2회째다. 대한상의는 AI 시대를 맞이해 앞으로도 매년 하계 포럼을 통해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함께 AI 토크쇼에서 공감대를 넓히는 자리를 지속적으로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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