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 의성군의 고운사는 화마에 소속 건물들이 잿더미가 된 것도 억울한데 ‘보물’ 자격도 잃게 될 처지에 놓였다.
국가유산청은 “3월 경상북도 지역 산불로 전소된 국가지정문화유산 3건에 대해 전문가 현장 조사와 논의를 거쳐 문화유산위원회에서 지정 해제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21일 밝혔다. 지정 해제 검토 대상은 보물인 ‘의성 고운사 연수전’과 ‘의성 고운사 가운루’, 국가민속문화유산인 ‘청송 사남고택’ 등 3건이다.
물론 화재 피해를 입었다고 무조건 문화유산이 안되는 것은 아니다. 앞서 2008년 서울 숭례문은 화재를 겪었지만 ‘국보’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이번 경우는 해당 건물들이 모두 불에 타 보물 등 지정 해제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당시 대형 산불이 곳곳으로 번지면서 고운사의 연수전과 가운루가 전소됐다. 연수전은 1744년 왕실의 계보를 적은 어첩을 봉안하기 위해 건립됐고 1887년 중수됐으며 2020년 보물로 지정됐다. 가운루는 1668년에 지은 것으로 추정되는 건물로 조선 중·후기에 성행했던 건축 양식이 잘 남아있는 독특한 사찰 누각이다. 가운루는 지난해 7월 보물로 지정됐다. 18세기 후반 건립된 것으로 추정되는 청송군 사남고택 역시 불길을 피하지 못한채 잿더미가 됐다.
국가유산청과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은 최근 고운사 연수전과 가운루, 사남고택 등 피해 유산을 조사했으며 부재 총 624점을 수습했다. 연수전은 나무 부재 2점, 철물 206점, 기와 75점 등 부재 283점이 확인됐고 가운루는 부재 총 269점을 찾았다. 부재는 의성군과 고운사에 모두 넘겼다. 청송 사남고택의 경우 부재 72점을 확인해 청송군에 인계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수습한 부재는 향후 산불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한 전시와 교육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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