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북아일랜드로 돌아온 제153회 디 오픈. 개막 전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선수는 고향에서 경기를 치르는 세계 랭킹 2위의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였다. 대회 기간 28만 명에 이르는 갤러리가 찾아 매킬로이를 향해 일방적인 응원을 보냈다.
하지만 최종 라운드 마지막 홀에서 포효한 것은 세계 1위 스코티 셰플러(29·미국)였다. 그는 우승이 확정된 순간 모자를 던지는 격한 세리머니로 기쁨을 만끽했다.
셰플러는 21일 로열 포트러시 골프클럽(파71)에서 끝난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더블보기 1개를 묶어 3언더파 68타를 쳤다. 최종 합계 17언더파 267타로 2위 해리스 잉글리시(미국)를 4타 차로 따돌렸다. 5월 PGA 챔피언십에 이어 시즌 두 번째이자 통산 네 번째 메이저 트로피에 입을 맞췄다.
4타 차 선두로 나선 셰플러는 초반에 2위와 격차를 7타까지 벌렸다. 8번 홀(파4)은 처음이자 마지막 위기였다. 티샷 후 페어웨이 벙커에 빠진 공을 한 번에 빼내지 못해 더블보기를 범한 것. 하지만 셰플러는 9번 홀(파4) 버디로 곧바로 만회했고 이후 1타를 더 줄였다.
이번 대회에서 셰플러는 완벽에 가까운 어프로치와 퍼트로 경쟁자들을 압도했다. 나흘간 어프로치와 퍼트로만 각각 9타와 8.5타의 이득을 봤다. 로열 포트러시에서 가장 어렵다는 ‘재앙의 모퉁이’ 16번 홀(파3)에서도 셰플러는 나흘간 3타나 줄였다.
2022년과 2024년 마스터스에서 우승을 차지한 셰플러는 올해 PGA 챔피언십과 이번 우승으로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US 오픈 우승 하나만 남겼다. 커리어 그랜드슬래머는 올해의 매킬로이를 포함해 6명뿐. 파리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셰플러는 역사상 최초의 골든 커리어 그랜드슬래머가 될 수 있다. 여자 골프에서는 박인비가 2016년 리우 올림픽 금메달로 이 기록을 달성한 바 있다.
무적에 가까운 기량으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와 비견되는 셰플러는 공교롭게도 우즈와 똑같은 기간에 메이저 4승을 달성했다. 우즈가 첫 메이저 우승인 1997년 마스터스부터 2000년 디 오픈까지 메이저 4승을 기록하는 데 1197일이 걸렸는데 셰플러도 4승을 챙기는 데 같은 기간이 소요됐다. 또한 셰플러는 우즈에 이어 세계 1위 신분으로 디 오픈 정상에 오르는 두 번째 선수가 됐다.
셰플러는 또 한 해 메이저 2승을 모두 4타 차 이상으로 해내는 진기록도 썼다. 벤 호건(미국)과 우즈에 이은 세 번째 기록이다. 우즈와의 비교에 대해 셰플러는 “우즈는 메이저를 15번 우승했다. 나는 이제 겨우 네 번째다. 겨우 4분의 1지점에 도달한 셈”이라며 “우즈는 골프 역사에 독보적인 존재”라고 했다. 우승 상금 310만 달러를 받은 셰플러는 시즌 상금을 1920만 달러로 늘리며 세 시즌 연속 상금 2000만 달러 돌파도 눈앞에 뒀다.
전담 캐디가 30년 전의 마약 전과 탓에 영국 입국 비자를 받지 못한 바람에 다른 선수의 캐디와 임시로 호흡을 맞춘 잉글리시는 마지막 날 5타나 줄여 단독 2위에 올랐다. 잉글리시는 5월 PGA 챔피언십 때도 셰플러에 이어 준우승한 바 있다. 당시는 5타 차였다.
2014년 이후 두 번째 디 오픈 우승을 노렸던 올해 마스터스 챔피언 매킬로이는 10언더파 공동 7위로 마감했다. 2위로 출발한 리하오퉁(중국)은 1타밖에 못 줄여 11언더파 공동 4위를 했고 한국 선수 중 유일하게 컷을 통과한 임성재는 이븐파 공동 52위로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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