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발트뷔네’로 불리는 평창대관령음악제가 23일 막을 올려 다음 달 2일까지 강원도 일대에서 열린다. 무더운 여름 도시를 떠나 시원한 숲속에서 즐기는 여름 클래식 페스티벌은 독일, 스위스, 미국 등에서 활발히 열리며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에서는 올해 22회를 맞은 평창대관령음악제가 대표적인 여름 클래식 축제로 자리잡고 있다.
21일 음악제를 주관하는 강원문화재단에 따르면 전체 평균 예매율은 약 70%에 이르며 개막 및 폐막 공연은 일찌감치 매진됐다. 재단 관계자는 “22년간 축적된 충성도 높은 관객층과 더불어 신규 관객의 유입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며 “클래식 애호가뿐만 아니라 가족 단위 관객 등 음악제의 저변이 해마다 확장되고 있다”고 전했다.
주무대인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 내 뮤직텐트와 콘서트홀에서는 연일 공연이 이어지며 강릉 테라로사 커피공장, 동해문화예술회관 등 인근 지역에서도 찾아가는 음악회가 펼쳐진다. 서울시립교향악단, 원주시립교향악단을 제외하고 국내외에서 약 150명의 음악가가 참여한다.
주제는 ‘인터 하모니(조화의 나눔–경계를 넘는 음악적 영감)’로 서로 다른 문화와 전통에서 영향을 받은 작곡가들의 대표작이 무대에 오른다. 말러의 교향곡 2번 ‘부활’을 비롯해 브리튼의 ‘세레나데’, 쇼송의 ‘피아노 사중주’, 스트라빈스키의 ‘병사의 이야기’ 등이 연주된다. 개폐막 공연 외에 2021년 몬트리올 국제 콩쿠르에서 동양인 최초로 우승한 피아니스트 김수연의 실내악 무대, 음악감독 양성원이 함께하는 트리오 공연 등의 예매율이 높다.
또 눈길을 끄는 무대는 예술감독 양성원이 추천한 브리튼의 실내악 오페라 ‘나사의 회전–비밀과 유령’이다. 한국 초연작으로 영국 특유의 음울하고 정교한 감성이 돋보이는 오페라다. 지휘는 현대음악 해석에 강점을 지닌 조나단 스톡해머가 맡는다.
음악제의 또 다른 중심축은 ‘평창페스티벌오케스트라’다. 세계 유수 오케스트라에서 활동 중인 연주자들이 한데 모여 구성한 이 오케스트라에는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바이올린 악장 박지윤,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바이올린 악장 이지윤, 벤쿠버 심포니 비올라 수석 헝 웨이 황, 프랑스 국립 아비뇽 오케스트라 플루트 수석 박예람, 파리 국립 오페라 클라리넷 수석 김한, 도쿄 필하모닉 바순 수석 최영진 등이 함께한다.
음악제는 마스터클래스를 통해 후학들에게 교육 기회도 제공한다. 올해는 총 38명이 지원해 17명이 선발됐으며 특히 국내에서는 드물게 열리는 타악 마스터클래스와 음악제 최초로 시도되는 오페라 코칭 마스터클래스가 포함돼 주목된다.
연주자와 관객이 커피를 마시며 소통할 수 있는 ‘음악가와의 차담’, 세계적인 수학자 김민형 교수·뇌과학자 김대식 교수의 특강과 고창현 변호사의 와인 아카데미 등 부대행사도 다양하게 마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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