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004370)이 신라면 스프 제조사이자 외가(外家) 기업인 세우를 인수한다. 수십 년간 제기된 일감 몰아주기 논란을 해소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이달 말 세우 인수를 최종 마무리한다. 지난해 말 양사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최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인수가액은 1000억 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세우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 137억 원을 고려하면 기업가치 배수(멀티플) 약 8배가 적용됐다.
세우는 신라면 스프의 핵심인 양념 분말가루를 제조해왔다. 신동원 농심 회장의 외삼촌인 김정조 회장과 그의 친족이 지분 대부분을 보유한 사실상의 가족 기업이다. 지난해 매출 1368억 원에 영업이익 106억 원을 기록했다.
농심의 이번 세우 인수를 두고 표면적인 이유론 핵심 원재료 생산을 내재화하고 공급망을 공고히 할 수 있게 됐단 설명이 거론된다. 이면에는 다른 사정이 있다는 게 지배적 시각이다. 고질적인 내부거래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더 크다는 분석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그간 농심과 특수관계인 소유 기업 간의 높은 내부거래 비중을 꾸준히 지적해왔다.
실제로 세우는 지난 2021년 기준 전체 매출 1023억 원 중 632억 원을 농심과의 거래로 올렸다. 당시 농심은 공정위의 대기업집단 지정에 따른 규제를 피하기 위해 세우를 비롯한 외가 기업들을 계열 분리했다. 계열 분리 후에도 거래 관계는 이어져 비판을 받기도 했다.
최근 식품업계의 인수합병(M&A) 흐름과도 결이 다르다. 경쟁사인 삼양식품은 소스 사업 확장을 위해 지앤에프를 사들였다. 양사는 지분이나 거래 관계가 없던 곳으로, 사업 다각화를 위한 전략적 투자로 이해됐다. 반면 농심의 세우 인수는 사업 확장보다는 지배구조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단속하는 성격이 짙다는 평가다.
이번 인수는 이재명 정부의 초대 공정거래위원장 임명이 임박한 시점에 이뤄졌다는 점에서도 주목받는다. IB 업계 관계자는 “이재명 정부가 실용주의 강조한다고 해도, 통상 진보 정부는 재벌 개혁과 경제력 집중에 비판적인 인사를 공정위원장으로 임명해 온 전례가 있다”며 “농심이 새 규제 당국 출범 전 문제 될 만한 요소를 미리 정리하려는 것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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