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수요가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하면서 기내식 시장이 덩달아 커지고 있다. 팬데믹 당시 매출이 급감했던 기내식 제조업체 및 식품기업들은 운항 항공편 증가로 수요가 급증하는 모습이다. 기내식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띄면서 항공사들은 여행객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다양한 기내식 메뉴를 적극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22일 식품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에 기내식을 납품하는 대한항공씨앤디서비스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6664억 원으로 전년 대비 23.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6.8% 증가한 822억 원을 기록했다. 아시아나항공 등에 기내식을 납품하는 게이트고메코리아도 지난해 매출액 1896억 원, 영업이익 557억 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각각 28.2%, 35.7% 증가율을 보였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1537억 원이던 게이트고메코리아 매출은 팬데믹 직후인 2021년 181억 원으로 고꾸라졌지만, 2022년부터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해 지난해 2019년 수준을 뛰어넘었다.
기내식 제조 업체에 식자재를 납품하는 식품 기업들의 매출 그래프도 우상향세다. 국내의 한 대표 기내식 제조 업체에 치즈와 면, 소스 등 식자재를 납품 중인 CJ프레시웨이는 올해 상반기 기내식 관련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6배 급증했다. 게이트고메코리아, LSG스카이셰프, 샤프도앤코코리아 등 복수의 기내식 제조 업체에 식자재를 납품하고 있는 동원홈푸드의 경우 이달 1~15일 기준 해당 사업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약 30% 늘었다. 여름 휴가철 항공 수요가 몰리며 주문량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동원홈푸드는 현재 샐러드와 소금 등의 식자재를 납품하고 있는데, 앞으로 납품 품목을 소스나 완제품 등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CJ제일제당도 올해 상반기 기내식 관련 매출이 전년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CJ제일제당은 티웨이항공 등 복수의 국내 항공사를 대상으로 기내식 서비스를 운영해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해외여행 증가세가 뚜렷해지면서 식품기업들의 기내식 사업 실적이 당분간 상승 흐름을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관광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5월 해외여행객 출국자 수는 1233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 증가했고 같은 기간 방한 외국인 수도 14.7% 증가한 721만 명을 기록했다. 역대 최대치였던 2019년(696만 명) 기록을 뛰어넘는 규모다. 올해 상반기 국제선 출발 항공 운항편 수는 11만 9866개로 전년 동기 대비 6.3% 증가했다. 입국 및 출국 수요가 모두 늘어나며 기내식 사업도 날아오른 셈이다.
이에 항공사와 식품 기업들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기내식 관련 메뉴를 다양화하고 있다. 동원F&B는 올해 들어 채식주의자를 고려해 고기 성분 없이 제조된 ‘양반 비빔드밥’ 납품을 시작했다. 이와 함께 양반밥, 양반김 등 가정간편식(HMR)도 지난해보다 30% 가량 늘어난 40여 가지의 메뉴를 국내 항공사에 납품 중이다. CJ제일제당은 티웨이항공에 제공하는 기내식 메뉴로 기존의 ‘소고기 버섯죽’과 ‘소시지&에그 브런치’ 2종에 더해 올해 3월 ‘비벼진 비빔밥’과 ‘폭찹스테이크’ 2종을 새롭게 추가했다. 이 밖에도 제주항공은 이달부터 아이스음료, 제로 칼로리 탄산음료, 얼음컵 등 새로운 기내 메뉴를 추가했으며 티웨이항공은 늘어난 식문화 수요에 맞춰 이달 23일부터 장거리 노선 승객을 대상으로 순수 채식 기내식 2종을 선택할 수 있도록 메뉴를 확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해외여행 수요가 회복되고 있는 가운데 기내식은 외국인 승객들에게 K푸드를 자연스럽게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기내식 관련 사업은 항공 수요에 밀접하게 연동되는 구조인 만큼 항공편과 노선, 여객 수가 계속 증가하면서 함께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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