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남자골프의 최고 스타는 옥태훈이다. 전반기 막판 2주 연속 우승으로 상금 등 주요 부문 1위를 휩쓸고 있다. 원동력은 그린 적중 때 퍼트 수 1.72개의 짠물 퍼트다.
자연스럽게 옥태훈의 퍼트 코치인 김규태(35) 프로도 주목받고 있다. 그가 운영하는 경기 용인 퍼팅 발리스틱스에서 만난 김 프로는 “옥 선수와는 2021년부터 정식으로 함께하고 있다. 최종 라운드에 미세하게 정타가 안 나오는 공이 많은 게 문제였고, 스트로크 때 체중이 오른발에 남아 있는 버릇도 발견해 같이 고쳐나갔다”고 돌아봤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의 노승희, 유현조, 김수지, 임희정 등도 김 프로한테 배운다. 가장 ‘잘나가는’ 퍼트 코치 중 한 명이다.
하부 투어 선수 출신의 김 프로는 20대 후반 떠난 미국 유학으로 인생이 바뀌었다. 다른 건 몰라도 퍼트는 자신 있어했던 그다. 그래서 퍼트 방면으로 특기를 살리기로 결심한 것이다. 교습법을 사사할 유명 퍼트 코치를 알아보던 중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정상급 선수들을 지도하는 스티븐 스위니에게 꽂혔다.
“골프를 오래하신 아버지가 보시기에 그리 재주가 있는 것 같지는 않았나 봐요. 20대 초반부터 ‘미국 가서 공부해봐라’ 하셨거든요. 인정 못하고 버티다가 20대 후반 되면서 ‘이 길이 안 맞나’ 심각하게 의심했고 정말 미국에 가게 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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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프로는 PGA 투어 대회장으로 매주 출근하며 스위니 코치의 선수 지도를 먼 발치에서 뚫어지게 살폈다. 해 뜰 때부터 해질 때까지 연습 그린을 지켰다. 몇 달을 그렇게 했더니 “가까이서 봐도 좋다”는 ‘그린 라이트’가 떨어졌다. 마침 스위니도 같이 일할 사람을 찾고 있던 차였다. 나중에는 지도하는 선수에게 인사도 시켜주고 교습 노하우도 가르쳐줬다.
김 프로는 “연습 그린에서 하염없이 서 있을 때는 ‘내가 뭐하고 있는 건가’ 싶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하니 헛된 시간은 아니었다”고 돌아봤다. 2020년까지 2년을 함께하면서 동업을 제안받아 스위니 브랜드를 한국에 가져오게 됐다.
김 프로의 아버지는 한희원·김주연·허윤경·장하나 등을 가르친 유명 레슨 프로 김종필 씨다. “어릴 때인데도 아버지를 보면 진짜 한결같다고 생각했다. 선수 대하는 태도가 늘 진심이셨다”는 김 프로는 “가르치는 입장이 돼보니 진심과 정성이 없으면 안 되는 직업이다. 한 번이라도 더 현장에 가서 힘닿는 데까지 선수한테 도움을 주는 코치가 되려 한다”고 다짐했다.
주말 골퍼들에게 추천하는 퍼트 연습법은 의외로 케틀벨 운동이다. “퍼팅 매트에서 공 굴리는 것도 좋지만 실제 그린과 환경이 달라 효과는 기대만큼 크지 않다”는 설명. 김 프로는 “케틀벨은 운동 삼아 흔들고만 있어도 퍼팅 밸런스 잡기에 효과적이다. 어드레스 자세를 취하고 팔은 늘어뜨린 채 시계추처럼 좌우로 흔들면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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