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연봉 1억 원에 달하는 은행 노동자들이 주4.5일제 도입과 임금 5% 인상을 요구하며 추석 연휴 직후 총파업을 예고했다.
2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은 전체 조합원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찬성률 94.98%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금융노조는 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 앞 성실교섭촉구 결의대회를 시작으로 16일 광화문 광장에서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연 뒤 오는 26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요구안은 △임금 5% 인상 △주4.5일제 전면 도입 △신규 채용 확대 △정년 연장 등이다. 금융노조는 "2002년 주5일제가 금융권에서 시작돼 전국적으로 확산된 것처럼 주4.5일제 역시 금융산업이 선도해야 한다"며 "저출산·지역 소멸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형선 금융노조 위원장은 "지난 5년간 765개 점포가 문을 닫고 7000명 넘는 인력이 줄면서 현장 노동자들의 부담이 커졌다"며 "임금 인상률은 물가 상승을 따라가지 못했고 신규 채용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다. 이번 압도적인 투표 결과는 현장의 분노가 결집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여론은 호의적이지 않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 직원의 1인당 평균 근로소득은 2023년 1억 1265만 원, 지난해에는 1억 1490만 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국내 은행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4조 9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8.4% 늘어 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자 장사 호황을 누리면서도 근무시간 단축을 요구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권의 반복되는 파업 예고도 부정적 시각을 키우고 있다. 금융노조는 지난해에도 영업시간을 30분 늦추는 안을 두고 총파업을 예고했으나 막판 합의로 철회한 바 있다.
또 금융사들의 잇따른 내부통제 실패와 금융당국 제재도 여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까지 5대 금융지주가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받은 제재 건수는 18건으로 지난해 전체 제재 건수(21건)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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