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도시정비사업 10조 원 시대’를 눈앞에 둔 가운데 연말 정비사업에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중대재해 사고 등 악재에 직면했던 건설사들 역시 연말을 앞두고 수주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특히 서울 핵심지 도시정비사업은 성공 가능성이 높은 데다 수주에 성공할 경우 브랜드 가치도 높아지는 만큼 각 회사의 자존심을 건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1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여의도 대교아파트 재건축정비조합은 전날 시공사 선정 총회를 열고 삼성물산을 시공사로 최종 선정하는 안건을 96.9%의 찬성률로 가결했다. 앞서 삼성물산은 여의도 대교아파트 재건축 사업의 시공사 선정을 위한 절차서 9월부터 두 차례 진행한 시공사 입찰에 모두 단독 참여해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확보했다. 시공사 선정 총회에서는 찬반투표만 거치면 수의계약을 체결한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은 경쟁 입찰이 두 차례 이상 유찰되면 수의계약을 인정한다.
여의도 일대 재건축 추진단지 중 가장 사업속도가 빠른 대교아파트 재건축은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41번지 일대에 지하 6층~지상 49층 규모의 총 4개 동, 912가구와 부대복리시설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공사비는 약 7987억 원이다. 서울 첫 신속통합기획 자문방식(패스트트랙) 사업장이기도 하다. 삼성물산이 대교아파트 시공권을 확보하며 올해 정비사업 수주금액은 8조 3488억 원으로 증가했다. 올 정비사업 수주 1위 현대건설(누적 9조 원)을 추격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오는 29일 시공사가 선정되는 증산4구역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수주도 유력하다. 증산4구역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은 공사비 규모가 1조 9000억 원 수준에 이른다. DL이앤씨와 컨소시엄으로 입찰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정비사업 수주 1위 현대건설은 오는 29일 장위15구역 재개발정비사업 수주가 유력하다. 공사비 1조 4663억 원 규모로 수주에 성공한다면 업계 최초로 연간 도시정비 신규 수주 10조 원을 넘기게 된다. 앞서 세 차례 단독 입찰했던 만큼 수주가 유력하다. 현대건설은 앞서 지난 10일 3567억 원 규모 부산 사직5구역 재개발 사업을 수주했다. 올 들어 △부산 연산5구역 재건축을 시작으로 △개포주공6·7단지 재건축 △구리 수택동 재개발 △압구정2구역 재건축 등 전국 주요 사업지를 잇달아 수주한 데 이은 성과다.
다른 대형 건설사들도 연말을 앞두고 수주전에 팔을 걷고 있다. 올해 도시정비사업 수주 실적은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에 이어 포스코이앤씨(5조 9600억 원), GS건설(5조 1440억 원), HDC현대산업개발(3조 7900억 원), 롯데건설(2조 9500억 원), DL이앤씨(2조 6800억 원), 대우건설(2조 5000억 원) 순이다.
연이은 산업재해 사망사고로 이재명 대통령에게 강도 높은 질타를 받는 등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던 포스코이앤씨는 최근 들어 조심스럽게 주택사업 수주를 재개하고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최근 6158억 원 규모 금호21구역 재개발 사업 시공사 선정을 위한 2차 입찰 현장설명회에 참석했는데 1차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던 만큼 업계에서는 복병이 등장했다는 평가다.
포스코이앤씨는 앞서 서울 강북권 재개발 최대어로 평가 받던 성수전략정비구역 2지구 시공사 입찰 참여도 포기했던 바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포스코이앤씨가 같은 성동구에 위치한 금호21구역 수주를 통해 성수에 재진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금호21구역에는 롯데건설이 재개발 사업 초기부터 공사 참여에 대한 의지를 계속 나타내왔다. 경쟁 수주가 이뤄질 경우 내년 2월께 시공사 선정 총회가 이뤄질 예정이다.
내년에는 압구정 등 강남권을 비롯해 여의도, 성수 등에서 대규모 도시정비 물량이 나온다. 각 건설사가 올해 도시정비 시장에서 브랜드 밸류를 끌어올리려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건설 경기 부진과 똘똘한 한 채 현상 심화로 사업 성공 가능성이 높은 서울 핵심지 도시개발 사업 수주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며 “특히 여의도와 성수 등은 일종의 랜드마크와 같은 텐트폴 역할을 하는 만큼 각 건설사에서 사력을 다해 수주전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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