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묘 앞 재개발 사업과 관련해 국가유산청장이 세계유산영향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거듭 주장한 데 대해 서울시는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서울시는 이미 시뮬레이션을 통해 건물의 높이가 높아지더라도 경관이 훼손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입장이지만, 유산청은 유네스코의 '강력한 요구' 조치를 거론하며 평가를 받을 때까지 사업 승인을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17일 이민경 대변인 명의 입장문을 내고 "국가유산청장이 세운4구역 재정비촉진사업과 관련해 종묘 경관 훼손 가능성을 반복 제기하며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지속 압박하는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는 이날 허민 국가유산청장이 기자간담회를 열어 "최근 유네스코가 고층 건물 개발로 종묘가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에 영향평가를 반드시 받도록 권고했다"며 “세계유산영향평가에 대한 검토가 끝날 때까지 사업 승인을 중지할 것을 명시했다”고 말한 데 따른 입장이다.
서울시는 최근 종묘 인근 세운4구역의 건물 높이를 최고 145m까지 올리는 재정비촉진계획을 고시했다. 서울시는 "남산에서 종묘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녹지축과 좌우로 형성되는 입체적인 도심은 지금의 폐허와 같은 판자 건물이 가로막고 있는 종묘 주변을 더욱 돋보이게 할 것"이라며 "정밀한 시뮬레이션과 종묘와 조화되는 건축 디자인 도입을 통해 경관 훼손이 없음을 이미 검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유산청장은 서울시 계획의 구체적인 내용을 정확히 확인하고 협의하는 과정 없이 마치 종묘가 세계문화유산 지위를 잃을 것처럼 호도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유산청장의 과도한 주장이 오히려 대외적으로 종묘의 세계유산적 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신중한 언행을 당부한다"고 밝혔다.
시는 유산청장의 뒤늦은 ‘늑장 대응’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시는 “유산청이 세운4구역 재개발이 쟁점화된 이후에야 시행의 법적 전제가 되는 세계유산지구 지정을 했다”며 "서울시의 특정 사업을 겨냥하기 위해 행동에 나섰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또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후 30년이 지났음에도 유산청이 종묘 보호의 기준선이 되는 '완충구역'을 확정하지 않은 것도 문제”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서울시에만 세계유산영향평가 이행을 반복 요구하는 것은 종묘 보존에 대한 유산청의 진정성마저 의심케 하는 행태"라고 반발했다.
아울러 유산청장이 제안한 관계기관 회의를 적극 환영한다면서도 주민 대표들의 참여를 요구했다. 시는 "수 십 년 간 개발 지연으로 피해를 겪어 온 종로 지역 주민 대표들도 함께 참여해 특정 기관의 일방적 입장이 아닌 민·관·전문가가 함께하는 균형 잡힌 논의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며 "문화유산 보존과 도시 미래 경쟁력 확보는 선택이 아닌 동시에 추구해야 할 두 축으로 유산청의 책임 있는 협조를 강력히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세운지구 사업은 단순히 고층빌딩을 짓는 재개발이 아니라 종묘에서 퇴계로까지 거대한 녹지축을 조성하고, 좌우로 녹지와 고층건물이 어우러지게 복합개발해 풍요로운 ‘직주락’ 도시로 재탄생되는 것”이라며 “본격적인 ‘강북 전성시대’를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산청은 보존을 우선으로 하는 행정기관이라 도시계획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가 부족할 뿐더러 과도하게 예민할 수 있다”면서도 “조화를 이뤄야 하는 여러 가치 중 한 가지에만 천착할 수 밖에 없는 유산청이 서울이 가고자하는 ‘도시 재창조’의 길을 막아서는 안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특히 오 시장은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을 반대한 김민석 국무총리를 향해 “무엇이 진정으로 서울의 미래를 향하는 길인지 감성적 구호가 아닌 과학적인 근거를 기반으로 관계기관들이 협의해 나갈 수 있도록 조정자 역할을 해 달라”며 “조만간 찾아뵙고 서울시에 왜 더 많은 녹지가 필요한지 ‘녹지생태 도심 마스터 플랜’을 상세히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서울시의 정밀한 시뮬레이션 결과를 곧 공개할 것”이라며 “멈추면 쇠퇴하는 도시를 위해, 또 다음 세대를 위한 길을 열기 위해 우리 모두 ‘해야 할 일’을 제 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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