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모처럼 반등했던 2차전지 종목들이 다시 흔들리면서 국내외 기관들의 내년도 업황 전망도 엇갈리게 나타났다. 전기차 부진은 여전하나 미국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이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관측과 함께 ESS가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분석이 동시에 나온다.
20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KODEX 2차전지산업 상장지수펀드(ETF)’는 이달 들어 4.8% 하락했다. 지난달 월간 상승률 87.0%로 전체 상품 가운데 1위를 기록한 ‘KODEX 2차전지산업레버리지 ETF’도 10% 넘게 하락 중이다. 해당 ETF를 구성 중인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LG화학·에코프로비엠 등 주요 2차전지 종목들이 이달 들어 약세로 돌아선 영향이다.
주가 변동성이 커진 만큼 증권가 전망도 신중해졌다. 지난달 주가 전망이 재조정된 삼성SDI·에코프로비엠·포스코퓨처엠 등은 최근 주가 조정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달 18일 DB증권이 LG에너지솔루션 목표주가를 40만 원에서 58만 원으로 크게 높이고 현대차증권은 목표주가를 64만 원에서 61만 3000원으로 낮추는 등 정반대 움직임도 관찰됐다.
내년 2차전지 업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측에서는 전기차에서 ESS로의 전환이 예상보다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북미 ESS 수요 추정치는 올해 60GWh(기가와트시)에서 내년 100GWh, 2027년 125GWh 등으로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ESS 시장 확대가 미국에 대규모 배터리 설비투자를 진행한 한국 기업들의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제열 S&P 이사는 “데이터센터의 급증하는 전력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ESS 공급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당초 높았던 기대를 완전 충족하기는 어렵지만 당장 실적 부담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ESS만으로는 당장 눈에 띄는 실적 개선을 이뤄내기 어렵다는 반박도 있다. 2027년 이후 ESS 물량 공급이 본격화되기 전까지 ESS 수주 물량이 전기차 물량을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문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AI 데이터센터 전력수요 증가로 ESS 기대감이 높지만 미국 내 수요는 아직도 전기차 대비 4%로 초기 단계”라며 “기대가 선반영됐으나 공급 증가 등 위험도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친환경 정책 축소 등으로 전기차 시장 부진이 이어지면서 국내 기업들의 올해 3분기 실적도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S&P는 올해 미국 내 전기차 보급률이 10~11% 수준으로 2022년 내놓았던 추정치(18~25%) 대비 절반 수준에 그쳤다고 평가했다. 영업 현금 창출력이 떨어지고 부족한 자금을 외부 차입으로 충당하는 등 신용등급 하향 압력도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최근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의 신용등급을 기존 ‘Baa1’에서 ‘Baa2’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민원식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올해 4분기 이후로도 전기차 수요 둔화와 중국과의 경쟁으로 부정적인 사업 환경이 지속될 것”이라며 “핵심 시장인 미국 내 전기차 판매 흐름과 수요 둔화에 대응하기 위한 2차전치 업체들의 ESS 수주 확보 동향을 중점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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