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신의 직장’으로 불리던 시중은행에서 연말 희망퇴직 바람이 불고 있다. 억대 연봉과 고용 안정성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 년 사이 매년 2000명 가까운 은행원들이 회사를 떠나고 있다.
20일 은행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오는 21일까지 10년 이상 근무한 만 40~56세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만 56세 직원에게는 월급 28개월치, 그 외 직원에게는 20개월치 임금을 특별퇴직금으로 지급한다.
농협은행의 희망퇴직자는 2022년 493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3년 372명, 올해는 약 390명 수준으로 비슷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 밖에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도 순차적으로 희망퇴직 절차에 들어간다. 업계에 따르면 다음 달 초부터 노사 협의가 본격화될 예정이다.
특히 은행권은 사상 최대 실적에도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3분기까지 주요 은행의 누적 순이익은 21조원을 넘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18조8000억원) 대비 2조3000억원 늘어난 규모다.
이 같은 배경으로는 디지털 전환이 결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인공지능(AI) 기반 자동화 창구와 모바일뱅킹의 확대로 단순 창구 업무가 줄면서 인력 과잉 현상이 본격화됐다. 실제로 2021년 3079곳이던 4대 시중은행 영업점은 지난해 말 2705곳으로 감소했다. 불과 4년 사이 374곳이 문을 닫은 셈이다. 오프라인 지점이 빠르게 사라지면서 창구 인력을 중심으로 자연스러운 구조조정 수요가 늘어났다.
올해 주목할 변화는 희망퇴직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50대 직원들의 전유물이던 희망퇴직 대상이 이제는 40대 초반, 심지어 책임자급까지 확대됐다.
은행 인력 구조가 ‘역피라미드형’으로 굳어지면서 세대 교체를 위한 퇴직 유도도 불가피해졌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은행 직원 중 20대 비중은 11.2%에 그치지만, 50대 이상은 22.7%로 두 배에 달한다. 신규 채용을 늘리기 위해서라도 일정 규모의 퇴직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이런 인력 감축 속에서도 임원 성과급은 되레 급등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일부 은행에서는 임원 성과급이 3억원을 넘어선 반면, 젊은 직원들까지 회사를 떠나야 하는 모순된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은행 임원 1인당 성과급은 3억1521만원, 신한은행은 1억3323만원, 하나은행은 1억10235만원, 우리은행은 8146만원이었다. 같은 해 직원 성과급은 1인당 평균 700만~1100만원대에 그쳐 격차는 더욱 커지고 있다.
특수은행과 보험사도 예외는 아니다. Sh수협은행은 지난 17일까지 입사 15~18년 차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근속 연수를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만 56세 정규직 직원은 대상에 포함된다.
농협생명과 농협손보도 오는 21일까지 명예퇴직 희망자를 모집 중이다. 10년 이상 근무한 만 40세 이상 일반직이 대상이며, 퇴직금은 1969년생인 만 56세 기준으로 평균 월급의 28개월 치, 그 외 직원은 20개월 치가 지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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