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현대 과학실험의 최대 황금기

유명한 과학자의 비망록을 한 번 들춰보면 십중팔구 어린 시절 모퉁이 약국에서 대단히 위험한 화학 약품들을 사서 집을 거의 날려먹을 뻔한 이야기들이 적혀 있을 것이다. 대개 늘 그런 식이다.

비슷한 예로 1800년대의 아이들용 화학 실험책을 훑어보면 아마 머리카락이 쭈뼛 설 것이다. 그렇게 위험한 실험들을 하면서 성인이 되어 어른용 화학 실험을 또 한다는 게 기적 같기만 하다.

백색 인은 아주 재미있는 실험 약품인데 0.15그램만 되도 치사량이지만 그 정도면 어둠 속에서도 빛이 난다. 수은도 재미는 있지만 사실 알고 보면 뇌를 썩게 한다. 그런데 이런 약품들을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즈음, 특히 9/11 테러 이후 이런 상황이 바뀌었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필자가 약국에서 쉽게 살 수 있었던 화약 재료들을 이젠 동네 모퉁이 약국에서 살수가 없다. 예전 같으면 흔한 물건들이었던 마그네슘 리본이나 알루미늄 분말, 몇 가지 비료들이 이제 판매 제한에 걸려 있다. 이런 것들을 사려고 돌아다녀 보면 까다로운 질문을 받게 될 것이다.

과학실험의 황금기
이 덕분에 아이들과 미국 본토가 안전해지기는 하지만 그에 따른 희생도 있다. 학교에서의 과학이 따분해지면서 총명한 아이들이 과학자가 되기보다는 회계사가 되는 쪽을 선택하는 경우가 더 많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폭약 외에도 스릴 넘치는 과학 실험 재료는 많다. 그런 점에서 20년이나 50년, 혹은 150년 전이 아닌 현재야 말로 광범위한 과학 실험 장비와 재료, 화학 약품들을 구입할 수 있는 황금기라고 말할 수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바로 eBay 덕분이다.

만약 이 경매사이트를 한 번도 이용해 보지 못했다면 1달러 조금 넘는 돈만으로도 이곳에서 얼마나 다양하고 정교한 물품들을 구할 수 있는지 믿지 못할 것이다. 실험을 좀 더 안전하게 할 수 있는 연기 배출기가 필요한가? 필자는 2천200달러짜리 제품을 150달러에 샀다. 물론 조금 사용했던 것이지만 아무렇지도 않다. 진공증착 실험을 위해 800달러짜리 진공펌프가 필요한가?

주중 아무 때고 eBay에서 이 가격의 10분의 1에 그런 제품을 구할 수 있다. 만약 그리니야 시약을 만들기 위해 마그네슘 리본이 필요할 경우에도 이곳에서 아무런 질문도 받지 않은 채 구할 수 있다. 많은 대학과 정부 연구소, 민간 기업들이 남아도는 물품과 장비들을 경매로 처분하지만 일반인들이 여기에 참가하려면 불편하기도 하고 익숙치 않은데다 특별한 물건을 찾는 경우에는 시간을 낭비하는 경우가 많다. 다행히 전문적으로 이런 경매에 다니면서 사들인 물건을 eBay를 통해 되파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은 사실상 이런 경매를 키워드만으로 검색할 수 있고 놀라울 정도로 쉽게 구매를 한다.

인터넷 경매 사이트의 매력
필자는 eBay가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독창적인 전자제품들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은 어느 정도 동경의 아키하바라 전자상가 덕분이다. 토끼굴처럼 뒤엉켜있는 이곳의 상점들에서는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전자 부품들을 구할 수 있는데, 분위기가 마치 채소 시장처럼 느껴진다. 최신형 고속 집적회로를 구하려면 왼쪽 세 번째 가게의 남자를 찾으면 되는 식이다.

이런 분위기를 통해 꿈과 문제 해결력, 그리고 고도의 독창성이 활력을 얻게 된다. 분명 수많은 현직 기술자들과 예비 기술자들이 이곳의 상점가를 어슬렁거리다 본인이 찾고 있는 부품을 정확히 찾아내 문제를 해결하거나 놀라운 새 기술에 대한 단서를 얻기도 할 것이다. 일리노이와 스위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자란 필자는 세 곳 모두 아키하바라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불편했다. 다소 과장된 것 같지만 필자는 정말 이곳을 보고 싶었는데 수년 후 회사에서 동경에 지사를 설립하면서 결국 꿈을 이루게 되었다.

오늘날 eBay는 아키하바라와 수백 개의 다른 시장들을 합쳐 놓은 데다 어디서나 접속이 가능하다. 사용이 너무나 편리해 eBay에서 원하는 물건을 마침 지하실에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부터 직접 구입하는 것이 똑같은 제품을 웹사이트나 재고로 가지고 있는 업체에서 카탈로그 주문으로 구입하는 것보다 훨씬 쉽다. 놀라울 따름이다.



경매에 오른 대퇴부 관절
괜찮은 바자회처럼 eBay에서는 뜻하지 않은 횡재를 기대해 볼 만하다. 필자가 운영하는 웹사이트(periodictable.com)용으로 수백개의 원소 샘플들을 eBay에서 수집하느라 상당히 오랜 시간을 특이한 원소들로 만들어진 기이한 것들을 찾아 돌아다녔다. eBay는 사람의 유해 판매를 금지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필자는 우여곡절 끝에 인공 무릎 관절이 부착된 사람의 대퇴부를 구입했다. 물론 무덤에서 파 온 게 아니라 의사들이 무릎 교체 수술 연습용으로 사용하던 것이었다.

필자는 누군가가 실수해 전동 공구로 남겨놓은 구멍 자국에 겁먹지 않으려고 무던 애를 썼다. 인공 장기는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데, 매달 예닐곱 개의 티타늄 대퇴부 관절이 경매에 올라온다. 물론 뼈는 붙어있지 않다. 가끔 깜짝 놀랄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한 번은 필자가 아이스크림을 만들려고 구입한 대형 액체 질소 드웨어 플라스크를 닦아내고 있는데 분홍색 액체로 가득찬 세포 배양 물병들이 한 다발 나왔다. 라벨을 보니 잡다한 것들의 복제된 세포들이 들어 있었다. 필자는 혹시라도 돌연변이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될지 몰라 친구들에게 자초지종을 알리는 메일을 보냈다.

물론 이런 특이한 발견들은 기존의 경매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필자가 한 골동품 금고를 경매에서 샀는데 밀봉된 유리병 안에는 연노랑색 액체가 마치 누군가가 자물쇠를 강제로 부수려고 할 경우 산산조각이 날 것 같은 형태로 들어 있었다.

없는게 없는 eBay 사이트
필자가 자세히 보려고 치켜 들자 경매인을 포함해 모두가 뒤로 물러섰다. 모두들 그 액체가 니트로글리세린이나 신경가스인 줄 알았다. 하지만 eBay의 놀라운 점은 가끔식 있는 이런 일보다는 사이트 전반에 배어있는 독특한 사람들의 느낌 때문이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재미있고 수다스러우며 기묘하고, 굉장히 정직하다.

예를 들어 문제의 드웨어 플라스크는 주요 대학의 실험실에서 처분된 것으로 판매자가 필자에게 연락을 해 전염성 내용물은 전혀 들어있지 않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니트로글리세린” 건도 조사해 봤더니 옛날에 금고의 보안 조치로 사용됐던 최루가스였을 가능성이 높았다. 필자는 입찰 과정에서 만난 특이한 재료 공급자들과 장기적인 관계를 맺으면서 이들이 eBay에 내놓는 물건에 관해 질문을 하기도 한다.
영국에 사는 한 여자는 필자에게 하프늄 샘플을 제공했는데, 하루는 그 여자가 자기집
주변에서 다량의 하프늄을 발견했다는 메일을 보냈다. 다음날 그녀가 하프늄을 잘못 두어 찾던 도중 더 많은 양의 하프늄을 발견했다는 메일을 또 한 통 받았다. 얼마나 재미있는 집인가! 삼엽충처럼 보이는 멋진 티타늄 크리스탈을 유일하게 공급하는 캐나다 친구도 있고, 필자가 모은 최초의 순수 원소 샘플을 보내준 세슘 공급업자도 있는가 하면, 현대판 스핀서리스코프를 제작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게 무슨 물건인지 궁금하면 eBay를 검색해 보라.

자신의 난자를 파는 수퍼모델
eBay에서 매우 위험하고 불법적인 물건도 거래가 될까?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이 사이트는 자신의 난자를 파는 수퍼모델을 비롯해 널리 알려진 몇 가지 사건이 있은 후 경매 정책을 상당히 잘 운영해 왔다. 합법적이기는 하지만 다른 방식으로는 구하기 어려운 물건들도 상당히 많은데 회사들이 누군가에게 이 물건들을 무책임하게 팔 가능성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미국에서 제조가 법으로 금지된 발광성 3중 수소 열쇠고리 같은 것들도 있는데 영국이나 일본처럼 불법 제조가 판을 치는 나라들에서는 합법적으로 판매가 된다. 다시 말해 불법이지만 어쨌든 묵인하에 유통되는 것이다. 고성능 폭약이나 플루토늄 같이 위법적인 물건들은 눈에 띄지 않는다. eBay는 전례없는 현상으로 구글과 아마존을 비롯해 인터넷에 의해 생겨난 세 가지 근본적인 신규 세력 중 하나이다. 사람들은 이곳을 온갖 잡동사니로 이루어진 광대한 불모지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현재 이 사이트의 가장 큰 잠재력은 직접 해보는 과학 교육 용도일 것이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