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상용화를 목표로 원자력 분야의 선진국들이 공동으로 참여해 다음 세대를 위한 원자력 기술개발에 나서는 이 사업은 방사성 폐기물 등의 문제를 해결해 안전성을 향상시키고, 단순 전력생산을 뛰어 넘어 보다 다양한 용도로 원자력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총 20기의 원자력발전소를 가동중인 세계 6위의 원자력 강국임에도 불구하고 핵비확산 등을 이유로 ‘핵연료주기’기술 전체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재순환 핵연료주기를 갖는 Gen-Ⅳ를 통해서 핵연료주기 기술 전체를 확보하는 것도 기대되고 있다.
‘핵연료주기’란 우라늄을 농축해 핵연료를 제작하고, 핵발전에 사용된 핵연료를 재처리하는 전과정을 말하는 것으로 우리와 유사한 일본은 ‘핵연료주기’기술 전체를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이 기술이 핵무기 개발과 직결되기 때문에 한국은 농축 및 재처리와 관련된 기술개발은 포기한 상태이며, 이와관련된 기술개발을 추진할 경우 IAEA의 사찰 및 제재를 받게 된다.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 전체 발전량에서 원자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40.3%로 가장 큰 비중을 보이고 있다. 단순히 전력생산만이 목적이라면 현재의 경수로나 중수로 기술만으로도 충분하고 이 기술을 보다 향상시켜 나가면 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현재의 원자력 기술에는 미래 세대에 대한 배려가 취약한 상황이다.
바로 경수로에서 다량으로 발생되는 방사성 폐기물 처리 문제와 원자력이 전력생산 이외에는 활용도가 낮아 수소경제시대에 제몫을 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자원 빈국인 우리나라가 원자력 발전을 포기할 수 없는 만큼 끊임없이 쌓여가는 방사성 폐기물은 결국 미래 후손에 대한 부채로 남을 수밖에 없다. 또한 무공해 고효율 에너지인 수소를 사용하는 수소경제시대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이 역시 미래 세대에 대한 부담으로 남을수 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대안이 바로 제4세대 원자력시스템 기술인 Gen-Ⅳ이다.
Gen-Ⅳ는 지난 2000년 미국 에너지부(DOE)가 세계적으로 원자력 활동이 활발한 8개국(한국·일본·프랑스·영국·남아공·캐나다·아르헨티나·브라질)에 대해 Gen-IV 공동개발을 위한 의견교환을 요청하게 되었고, 이후 국가간 원자력개발 정책책임자급 회의로 확대된 뒤 다시 제4세대 원자력시스템 국제포럼 (GIF ; Generation IV International Forum)으로 발전하게 됐다.
이후 GIF는 2001년 공동기술개발을 위한 기술지도(Technology Roadmap)작성에 착수해 2002년 7월 총 6종의 제4세대 원자력시스템을 선정하고 본격적인 연구개발에 나서게 됐다.
GIF가 선정한 6종의 미래형 원자로는 가스냉각 고속로 시스템(GFR; Gas-cooled Fast Reactor System), 납냉각 고속로 시스템(LFR; Lead-cooled Fast Reactor System), 소듐냉각 고속로 시스템(SFR; Sodium-cooled Fast Reactor System), 용융염로 시스템(MSR; Molten Salt Reactor System), 초고온가스로 시스템 (VHTR; Very High Temperature Reactor System), 초임계수 냉각로 시스템(SCWR; Supercritical Water-cooled Reactor System) 등이다.
이 중 한국이 직접 연구개발에 참여하는 부문은 기술개발 속도가 가장 빠르고 상당부분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소듐냉각 고속로 (이하 SFR)와 수소생산에 초점을 둔 초고온가스로 (이하 VHTR) 등 2개다. 초임계수 냉각로 시스템(SCWR) 부문에는 직접적인 연구개발 없이 간접적으로만 참여하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는 이들 2개 미래형 원자로의 국가간 최상위 협정인 기본협정(Framework Agreement)을 체결했고, 2단계 협정인 시스템 약정(System Agreement)은 SFR이 지난해 4월, VHTR은 지난 12월에 각각 체결한 상태다.
Gen-Ⅳ의 기술개발 주관 연구기관인 한국원자력연구소(소장 박창규) 유체공학연구부장 한도희박사는 “6개의 미래형 원자로중 우리의 기술력과 미래 투자면에서 가장 효율적인 2개의 원자로를 선택해 기술개발을 추진중이며, 유사한 기술 특성을 가진 6개의 원자로에 모두 투자하는 것은 중복투자의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한국이 선택한 2개의 미래형 원자로중 SFR의 가장 큰 특징은 ‘고속로’라는 점이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사용되는 중수로나 경수로처럼 핵연료의 핵분열 속도를 인위적으로 줄임으로써 통제하는 ‘저속로’와는 기술적 접근 방향이 다르다. 저속로는 핵분열 속도를 적정하게 늦춤으로써 핵폭발과 같은 위험성을 배제하고 안정적인 전력생산이 가능하다.
반면 SFR은 핵연료의 핵분열 속도를 빠르게 함으로써 경수로 등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핵폐기물을 거의 남기지 않을 정도의 효율성을 얻어내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고속로'의 특성은 경수로 운용을 통해 누적된 핵연료 폐기물을 재활용 또는 방사능이 거의 없는 폐기물로 변환하는 장점을 갖게 된다.
결국 지금 세대의 에너지 활용을 위해 미래 세대에게 남겨주게 되는 핵폐기물 문제를 최소화 할 수 있게 된다.
SFR은 Gen-Ⅳ 원자로중 가장 빠른 2015년 상용화를 목표로 기술개발을 진행중이며, 상용화가 이뤄지면 재순환 핵연료주기를 이용한다는 특성에 따라 영구처분해야 하는 고준위폐기물의 양을 경수로 대비 약 100분의 1 수준으로 줄일수 있다.
또한 SFR의 재순환 핵연료주기는 우라늄 핵연료를 1회 장착할 경우 최대 60회 이상 재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는 SFR이 전력생산 이외에 가지는 최대 장점이며 한국이 6개의 미래형 원자로중 SFR을 선택한 이유이다.
현재 SFR 프로젝트에는 한국을 포함해 미국·일본·프랑스·EU 등 세계 최고의 원자력 기술 강국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올해중에는 중국과 러시아도 참여할 예정이다. SFR과 관련해 한국은 지난해 4월 시스템 약정을 체결했고, 이달중 최하위 협정인 프로젝트 약정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연구개발에 나설 전망이다.
소듐냉각 방식의 고속로는 상용화를 이루지는 못했지만 50년대부터 미국·영국·프랑스 등이 앞다퉈 기술개발에 나섰던 분야이다. 고속로라는 특성상 핵분열에 필요한 양보다 많은 여분의 중성자가 발생하기 때문에 당시 ‘꿈이 원자로’로 불리우며 경쟁적인 기술개발이 이뤄졌다.
한국 역시 72년부터 소규모 형태로 기초기술 확보에 나섰으며 97년부터는 국가 원자력중장기계획사업의 일환으로 본격적이 기술개발에 들어가 2001년 소형 소듐냉각 고속로인 ‘KALIMER-150’의 개념설계를 개발했다. 이후 2006년까지 중형급인 ‘KALIMER-600’의 개념설계를 마쳤으며, 이는 Gen-Ⅳ SFR 프로젝트의 참조노형으로 선정됐다.
또 다른 미래형 원자로인 ‘초고온가스로(VHTR)’는 수소경제시대에 대한 대비책이다. 현재 수소를 생산하는 대표적인 기술로는 전기분해방식과 고온의 열을 이용하는 열화학공정이 있다.
이중 전기분해방식은 원자력 발전 등을 통해 만들어진 전기를 이용함에 따라 에너지 효율성이 현저히 낮아지게 된다. 이에대한 대안이 원자로에서 발생하는 열을 이용해수소를 생산함로써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다.
이에따라 한국은 6개의 Gen-Ⅳ 원자로중 VHTR 개발에 참여한 것이다.
VHTR의 최대 장점은 전력생산과 수소생산이 동시에 가능한 복합발전(co-generation)이 가능하다는 점인 반면 비순환 핵연료주기를 채택함으로써 핵연료의 재활용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최대 약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미래의 에너지인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에너지 빈국인 한국이 국가의 흥망을 좌우하는 기술일 수도 있다.
VHTR 프로젝트는 2020년 상용화를 목표로 한국을 포함해 미국·일본·프랑스·EU·스위스·캐나다 등 7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대덕=강재윤기자 hama9806@sed.co.kr
원자력 기술 세대별 특성
제 1세대(Gen I)는 1950년대에 도입된 원자력시스템들로 원자력이 인류를 위한 에너지원으로 평화적으로 이용되기 시작한 초창기의 원자로이다. Gen I의 대표적인 예는 영국의 Magnox형 원전과 미국의 Shippingport 원전이 대표적이다.
제 2세대(Gen II)는 원자력발전소가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한 1960년대 이후 건설된 발전소들로서 현재 세계적으로 운전되고 있는 대부분의 원전들이 이에 해당된다.
Gen II는 가압경수로(PWR), 비등경수로(BWR), 중수로(CANDU) 및 가스냉각로(AGR) 등으로, 우리나라에서는 고리, 영광, 울진 및 월성에 건설된 초기 원전들이 해당된다.
제 3세대(Gen III)는 1980년대 이후 기술이 표준화되고 성능 측면에서 개량되어 1990년대 중반에 도입이 시작된 원전들이 이에 해당된다. 대표적인 예로는 우리나라의 한국표준형원전인 KSNP, 미국의 신개념 안전계통을 도입한 AP600, 개량형 비등경수로 ABWR 등을 들 수 있다.
또한, 최근 미국이 2010년까지 도입할 것을 검토하고 있는 원자력시스템들로 현재 건설 중인 Gen III 보다는 경제성 측면에서 좀 더 개선된 제3세대+(Gen III+)라는 개념으로 분류되고 있으며, 유럽의 프랑스와 독일이 공동개발한 EPR, 미국의 AP1000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용량 개량형 경수로인 APR-1400과 중소형 원자로 SMART가 이에 해당된다.
Gen-Ⅳ에서 추진중인 미래형 원자로
제4세대 원자력시스템(Gen IV)은 원자로 기술뿐 아니라, 관련되는 핵연료주기 기술 전체를 포함하는 것으로서 GIF에서 선정한 미래형 원자로는 모두 6개다.
● 가스냉각 고속로(GFR)는 고속중성자를 이용하고 헬륨을 냉각재로 사용한다. 전력생산 및 수소생산 등에 사용할 수 있지만 타 원자로에 비해 기술개발 속도가 느린편이다.
● 납냉각 고속로(LFR)는 고속중성자를 이용하고 납 또는 납/비스무스
혼합 액체금속을 냉각재로 사용하고
전력생산 및 수소생산이 가능하며 특히 소용량 전력생산 및 이동형 에너지원으로 활용 가능하다.
● 용융염로(MSR)는 열중성자를 이용하고 액체상태의 핵연료를 사용한다. 액체형의 핵연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연료의 성형 가공이 필요없고, 핵물질인 플루토늄에 방사성물질을 첨가하는 것이 손쉬워 핵물질을 핵폭탄 제조용으로 전용하는 것을 차단하는 것이 가능하다.
● 소듐냉각 고속로(SFR)는 고속중성자를 이용하고 소듐을 냉각재로 사용한다. 전력생산 이외에 고준위폐기물 중 플루토늄의 재활용이 가능해 사용후 핵연료를 감소시키는 것이 최대 장점인 반면 상대적으로 열이 높지 않아 수소생산에는 적합하지 않다.
● 초임계수 냉각로(SCWR)는 열중성자를 이용하며 물의 임계점(374℃, 22.1MPa) 이상에서 운전되는 고온·고압의 수냉각로이다. 초임계수의 사용은 원자로 보조계통을 간소화시킴으로써 경수로에 비해 열효율을 1/3이상 향상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반면 비순환 핵연료주기를 가짐으로써 핵연료의 재활용성이 낮다.
● 초고온 가스로(VHTR)는 열중성자를 이용하며 1,000℃ 이상의 고온발생에 초점에 맞춤으로써 열화학공정을 이용한 수소생산에 효과적이다. 특히 수소생산과 전력을 모두 생산하는 복합발전에 적합하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GIF와 미국
GIF(Generation IV International Forum)는 미국 에너지부(DOE)가 2000년 1월 원자력 활동이 활발한 8개국(한국·일본·프랑스 ·영국·남아공·캐나다·아르헨티나·브라질)에 대해 Gen IV 공동개발을 위한 의견교환을 요청함으로써 시작됐다.
이후 이 회의는 국가간 원자력개발 정책 책임자급 회의로 진전됐고, 2001년 7월 회원국들이 헌장(Charter)에 서명함으로써 ‘제4세대 원자력시스템 국제포럼(GIF)’이 공식출범하게 됐다.
현재 미국을 포함한 9개국에 스위스와 유라톰(EU)이 참여함으로써 회원국은 11개국으로 늘어났다. 내년에는 중국과 러시아도 시스템 약정형태로 참여할 전망이다.
2002년 7월에는 6개의 제4세대 원자력시스템을 선정했고, 2003년 1월에는 각 시스템의 개발을 위한 기술 분야와 일정을 담은 제4세대 원자력시스템 기술지도가 완성되었다.
한국은 최상위 협정인 기본협정(Framework Agreement)에는 회원국과 함께 체결했으나 , 직접적인 연구개발을 위한 2단계 협정인 시스템 약정(System Agreement)은 2006년 2월에는 참여치 않고 뒤늦게 지난해 4월에 추가서명 형태로 참여했다.
즉 GIF는 11개 회원국이 서명한 헌장(Charter)을 토대로 Gen-Ⅳ사업을 공동으로 진행하는 기본협정(Framework Agreement)이 있다. 이 보다 하위에 6개의 미래형 원자로에 대한 6개의 시스템 약정(System Agreement)이 있으며, 최하위에 각각의 미래형 원자로 사업에 대해 다수의 프로젝트 약정(Project Agreement)이 있다.
즉 하나의 원자로에 대한 프로젝트 약정이 4개 라면 전체적으로는 24개가 되는 셈이다.
한편 원자력 기술분야의 강국임에도 원자력 발전 자체에는 미온적이었던 미국이 이처럼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안전하고 활용성 높은 미래형 원자로 개발이라는 이면에 핵확산방지라는 목적이 강하다.
이는 개발도상국의 경제력이 발전함에 따라 전력수요가 급증할 수밖에 없고 결국 가장 빠른 대안인 원자력 발전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현재의 경수로나 중수로 기술로는 원자력 발전에 따른 핵무기 개발을 철저히 차단하기 어렵고 누적되는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를 통제하기 어렵다.
반면 미래형 원자로는 재순환 핵연료주기를 채택함으로써 사용후 핵연료의 양을 최소화하거나 핵연료 자체에 방사성 물질을 첨가해 여기에 접근하는 것 자체를 차단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미국은 지난해 2월 국제원자력에너지 파트너십(GNEP;Global Nuclear Energy Partnership)을 발표했으며 이는 안전한 원자력 활용과 함께 핵확산방지라는 측면에서 GIF와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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