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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통보다 꼬리, 왝더독 제품이 뜬다

왝더독(wag the dog)은 ‘꼬리가 개를 흔든다’는 뜻으로 전형적인 주객전도(主客顚倒) 현상을 의미한다. 원래는 개가 꼬리를 흔들어야 정상인데 오히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기현상을 뜻하며, 앞뒤가 바뀌었을 때 자주 사용하는 단어다.

왝더독은 정치 용어로 먼저 등장했지만 최근에는 경제 분야에서 더 자주 사용되고 있다. 즉 본체보다는 소모품이 더 인기 있는 이색 제품을 일컬어 왝더독 제품이라고 이름 붙여 신조어로 사용하고 있는 것인데, 이들 왝더독 제품의 인기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자료제공 : 중소기업진흥공단

더스틴 호프만, 로버트 드니로 등 연기파 배우의 호연이 돋보인 영화 왝더독(Wag the dog)을 보면 대통령의 섹스 스캔들을 무마하기 위해 전쟁을 일으키는 아이러니한 장면이 나온다.

이처럼 위정자가 불미스러운 사건을 덮기 위해 국민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자 사용하는 방식을 ‘왝더독’이라고 하는데, 이는 일종의 정치 속어(俗語)라고 할 수 있다.

경제 분야에서는 선물(先物) 주식시장이 현물(現物) 주식시장을 흔드는 현상을 일컬어 왝더독 현상이라고 한다.

그러던 것이 최근에는 본체보다 소모품이 더 인기 있는 이색 제품을 일컬어 왝더독 제품이라고 명명해 색다른 신조어로 사용하고 있다.


무엇이 왝더독 제품인가

가장 알기 쉬운 왝더독 제품으로는 프린터를 꼽을 수 있다. 프린터는 세계시장 규모가 지난 2006년 1,3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첨단산업이라고 불리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규모가 400억 달러고, 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디지털 TV 시장이 1,000억 달러 안팎이고 보면 시장 규모가 얼마나 큰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2012년 프린터의 세계시장 규모는 1,600억 달러를 훌쩍 넘길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렇게 승승장구하고 있는 프린터 시장에서 본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590억 달러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나머지 700억 달러는 잉크와 토너 등 소모품을 팔아 벌어들인 돈이라는 얘기다.

미국의 시장조사 전문업체인 IDC는 “이미 프린터 본체 시장 규모는 포화상태로 변화와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지만 소모품의 시장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면서 “2012년 프린터의 세계시장 규모를 1,600억 달러에 이르게 하는 일등 주역은 잉크와 토너 등 소모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으로 60조원을 벌었지만 게임 타이틀 판매액은 100조원을 넘는다.

또 다른 왝더독 제품으로는 콘솔(console) 게임기를 들 수 있다. 콘솔 게임은 일종의 비디오 게임으로 전용 게임기를 텔레비전이나 모니터 화면에 연결해 작동하는 게임을 말한다. 플레이스테이션은 물론 최근 엄청나게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닌텐도DS 등이 좋은 예다.

콘솔 게임은 오락실에서 즐기는 아케이드 게임이나 통신망을 통해 서버에 접속, 다수가 동시에 즐기는 온라인 게임과는 달리 각각의 게임 타이틀을 구입해야만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이에 따라 자연히 게임기 본체보다 게임 타이틀로 얻는 수익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지난 1995년 플레이스테이션(PS)을 처음 내놓은 소니는 PS2와 PS3, 그리고 휴대용인 PSP 등을 모두 합쳐 60조원에 달하는 엄청난 수익을 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사실은 따로 있었다. 소니의 PS게임 타이틀 판매액이 무려 100조원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게임기 본체에는 중앙처리장치, 메모리, 그래픽카드 같은 고가 부품이 다수 들어가기 때문에 아무리 판매율이 좋아도 이익이 크게 남지 않는다. 반면 게임 타이틀은 팔리는 족족 이익이 된다.

전문가들은 2008년 400억 달러 규모로 예상되는 전 세계 게임시장에서 PC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0%로 줄어드는 반면 콘솔 게임기 시장은 두 배에 달하는 60% 이상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실제 업계는 물론 게임 전문가들도 2008년 콘솔 게임기 시장이 최소 250억 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리고 그 핵심에는 게임 타이틀이 놓일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마디로 누가 더 재미있는 게임 타이틀을 내놓느냐가 문제지 게임기 본체의 비중은 그다지 크지 않다는 얘기다.

덕분에 소니는 PS3의 가격을 지난 2007년부터 20% 이상 낮춘 상태다. 차세대 DVD 지원 기능을 갖춘 PS3를 많이 팔아서 차세대 DVD 타이틀 시장까지 노려보겠다는 야심찬 전략을 짜놓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왝더독이 대세



최근에는 디지털카메라에서도 왝더독 제품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른바 DSLR(렌즈 교체용 디지털카메라; Digital Single Lens Reflex)이 등장해서 소모품 시장의 열기를 한층 뜨겁게 달구기 시작한 것이다.

디지털카메라 제조업체들은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콤팩트 카메라보다 DSLR 시장에 더 집중하고 있다. DSLR은 판매 대수가 적어도 렌즈와 액세서리 등 부가장비의 매출이 꾸준하고, 고가인 만큼 수익성도 좋아 일찍부터 효자 상품으로 이름이 높았다.

DSLR 시장은 지난 2007년 한 해 동안 꾸준히 성장했으며, 2008년에도 이 같은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DSLR 시장을 장악하는 브랜드가 전체 디지털카메라 시장도 장악할 것이라는 예측이 공공연하게 나돌 정도다.

캐논과 니콘은 이미 국내 DSLR 시장에서 각각 40% 대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확고한 양강(兩强) 체제를 굳힌 상태다.

이제 이들 회사는 각사의 기술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최상위 기종인 ‘플래그십’ 제품을 필두로 1위 자리다툼을 펼치고 있다.

니콘은 최근 필름과 동일한 크기의 이미지 센서인 풀 프레임을 탑재한 ‘D3’를 출시하며 기술력 경쟁에 맞불을 놓았다. 그동안 풀 프레임 DSLR는 캐논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다.

이에 캐논은 최고의 DSLR로 평가되던 ‘1Ds 마크2’의 후속 제품인 ‘1Ds 마크3’를 연이어 출시 했다. 이 제품은 유효화소 2,110만 화소로 2,000만 화소 시대를 여는 기념비적인 제품이기도 하다.

블루레이와 HD-DVD로 대표되는 차세대 DVD도 왝더독 시장에 가세하기 위해 준비 하고 있다. 차세대 DVD는 고화질의 하이비전 화면을 손쉽게 장시간 녹화할 수 있는 DVD로 소니 및 마쓰시타 전기의 블루레이 디스크와 도시바의 HD-DVD가 시장에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들은 최근 기존의 3분의 1 가격으로 기기 가격을 인하하면서까지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는데, 이는 일본의 시장조사 회사인 비시엔(BCN)이 차세대 기기의 시장 점유율이 초고속 상승하고 있음을 밝히면서부터 시작된 전쟁 아닌 전쟁이다.

비시엔은 “2008년 여름이면 차세대 DVD 시장 점유율이 50%를 넘어설 것”이라는 긍정적인 예측까지 덧붙였다.

결국 차세대 DVD가 시장을 점유하면 바로 차세대 DVD 타이틀을 판매하는 새로운 시장이 자연스럽게 펼쳐질 것이고, 이미 콘솔 게임기로 소모품 시장에서 엄청나게 재미를 보고 있는 소니가 이 같은 알짜 시장을 놓칠 리 없었던 것.
이제 막 펼쳐질 달콤한 왝더독 제품 시장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 이들 브랜드는 무리하면서까지 본체 가격 인하를 감행하고 있다.

애프터마켓을 노려야 생존

왝더독 제품이 인기 있는 이유는 분명하다.

소모품 시장은 말 그대로 소비돼 사라지는 것들을 파는 시장이기 때문에 시장 가치가 무한하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기존의 본체 시장처럼 시장 규모가 유한한 제품군과는 확연히 다른 시장 규모를 갖추고 있는 셈이다. 각종 전자산업이 애프터마켓(after market) 창출에 혈안이 돼 있는 것도 다 그 때문이다.

게다가 시장 개척이 용이해서 기존의 시장에 숟가락 하나 더 얹는 정도면 충분하다. 또한 브랜드의 로열티까지 높여주는 부수적인 효과도 만만치 않다. A사의 프린터를 산 사람이라면 저절로 A사의 토너를 사용하게 되는 식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왝더독 제품의 가치를 가장 먼저 파악한 기업은 삼성이다. 삼성전자는 프린터 분야를 차세대 수익사업으로 삼고 HP, 엡손, 캐논 등이 장악하고 있는 잉크젯 대신 레이저 프린터 시장을 공략해 단기간에 프린터 시장 점유율 세계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한 바 있다.

소모품 시장은 말 그대로 소비돼 사라지는 것들을 파는 시장이기 때문에 시장가치가 무한하다.

또 삼성테크윈의 DSLR 출사표도 눈에 띄는 행보다. 삼성테크윈은 펜탁스와 협력해 ‘GX-10’을 선보였으며, 제휴 관계를 더욱 강화해 2008년부터는 성능을 강화한 신제품을 출시하는 등 시장 공략의 고삐를 당길 태세다.

삼성과 같은 대기업들이 뛰어든 분야라고 해서 중소기업들이 지레 겁부터 먹을 필요는 없다. 찾아보면 아직도 도전해볼 만한 왝더독 제품 시장은 무궁무진하다.

일례로 자동차 부품이나 컴퓨터 주변기기들도 대부분 소모품이다. 굳이 전자제품이 아니더라도 에스프레소 머신과 원두처럼 특별한 상관관계가 있는 애프터마켓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그저 시장, 그 다음의 시장을 만들어낼 수 있는 왝더독 제품이야말로 차세대 마케터들이 노려볼 만한 노른자위라는 사실만 새기고 있으면 된다.


글_박성연 기업나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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