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과일이나 식물의 씨앗을 보면 그 크기나 모양, 그리고 개수가 천차만별이다. 산술적으로 보면 씨앗이 하나뿐인 것보다는 여러 개인 식물의 번식력이 강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이와 다르다. 씨앗의 숫자나 크기는 그 식물이 어떤 환경에서 자라는지, 그리고 주변에 어떤 경쟁 식물들이 존재하는지에 따라 최적의 형태로 진화한 결과일 뿐이기 때문이다. 씨앗의 숫자와 크기가 번식에 매우 중요한 조건임에는 틀림없지만 단순히 그것만으로 번식력의 유·불리를 결론지어 말할 수 없다는 얘기다.
실례로 야자나무는 씨앗이 몇 개 없다. 반면 국화과 식물들은 매우 많은 씨앗을 품고 있다. 만일 씨앗 숫자와 번식력이 비례한다면 온 들판이 국화과 식물들로 넘쳐나야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야자나무가 적은 수의 열매를 맺는 것은 번식력이 나쁜 것이 아니라 열매가 열리는 높이가 매우 높고 껍질도 단단해 동물과 새들에 의해 훼손될 우려가 낮은데 있다고 보는 것이 옳다. 씨앗의 크기도 마찬가지다. 환경에 맞춰 진화한 것일 뿐 크기에 의해 번식력이 좌우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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