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5년 전북 남원에 거주하는 나 모 씨는 이처럼 대화 없는 가정의 한계를 직시하고 부모와 자녀들이 상호 커뮤니케이션 매개체로 활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 상품을 개발, 실용신안을 출원했다.
‘가족 간 대화 신호등’으로 명명된 이 아이템은 쉽게 말해 일종의 녹음장치다. 가족 중 누구라도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녹음한 후 다른 가족에게 전달하는 것. 신호등이라는 명칭에서 연상되듯 이 장치는 적색·청색·황색 등 3 가지 색상의 버튼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각 심각한 일· 기쁜 일·고민스러운 일이 있을 때 사용한다.
일례로 자녀가 학교에서 친구와 싸워 기분이 좋지 않을 경우 황색 버튼을 눌러 관련 내용을 녹음하면 된다. 그러면 황색 버튼이 점멸해 저녁 늦게 귀가한 부모들이 이를 듣고 적절한 대응을 하는 식이다.
출원인은 이를 통해 귀가 시간이 다른 가족들이 직접 대화를 하지 않더라도 서로의 상황과 심리 상태를 이해하게 되면서 서로를 배려하고 불필요한 오해와 불신을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특허청도 아이디어의 참신성을 인정, 실용신안 등록을 정식 승인했다. 하지만 이 아이템의 상용화 가능성은 비교적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가족. 특히 자녀와의 대화는 사랑과 관심이 전제되어야만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기계장치를 통한 단순한 메시지 전달로는 출원인이 생각하는 가족 간 유대감은 형성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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