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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와 지구의 숨겨진 과거

4,000만 년 전에는 지구 어디에도 얼음이 없었고 심지어 극지방도 아열대 기후였다. 북극에는 현재의 악어와 같은 공룡이 살았고 남극에는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동식물이 서식했던 것.

이처럼 과거에 지구가 더웠던 것은 화산활동으로 인해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자연적인 것이다. 오늘날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석탄과 석유 같은 화석연료의 사용이 급속도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급속한 지구온난화, 그리고 이로 인해 파생되는 기후변화·기상이변·생태계 파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과거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기상청은 최근 10년간 국내 15개

지역의 평균 기온을 과거 30년 (1971~2000년)의 평년값과 비교한 결과 점점 아열대 기후의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원인은 물론 지구온난화. 이 같은 지구온난화로 봄과 여름에는 강수량이 증가하고 가을과 겨울에는 강수량이 줄어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구온난화란 지구 표면의 평균 온도가 상승하는 현상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해수면이 올라가 해안선이 달라지고 땅이나 물에 있는 생태계가 변화하는 등 지구의 기온이 급등함에 따라 발생하는 제반 문제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이해되고 있다.

지구온난화의 원인과 부정적 영향

일반적으로 태양에서 방출된 햇빛은 지구의 대기를 통과하면서 대기에 반사돼 외계로 방출되거나 대기에 흡수된다. 그리고 50%의 햇빛만이 지표에 도달하게 되는데, 이때 지표에 의해 흡수된 햇빛은 열에너지나 파장이 긴 적외선으로 바뀌어 다시 외계로 방출된다.

방출되는 적외선의 반(半) 정도는 대기를 뚫고 외계로 빠져나가지만 나머지는 수증기, 이산화탄소 같은 온실기체에 의해 흡수되며, 온실기체는 다시 적외선을 지표로 되돌려 보낸다. 이것이 바로 온실효과인데, 온실효과는 지구를 항상 일정한 온도로 유지시켜 주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만일 온실효과가 없다면 지구는 화성처럼 낮에는 햇빛을 받아 수십℃ 이상 올라가지만 반대로 밤에는 모든 열이 방출돼 영하 100℃ 이하로 떨어지게 될 것이다. 따라서 현재 거론되고 있는 온실효과는 그 자체가 문제인 것이 아니라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기체들이 과다하게 대기 중에 뿜어져 나옴으로써 야기되는 이상고온, 즉 지구온난화가 문제인 것이다.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온실기체는 이산화탄소, 염화불화탄소(프레온), 메탄, 아산화질소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이산화탄소에 의한 영향이 55%로 가장 많으며, 그 뒤를 프레온(24%), 메탄(15%), 그리고 아산화질소(6%)가 잇고 있다.

지구온난화가 지구에 미치는 영향은 기후변화, 기상이변, 그리고 생태계 변화 등을 들 수 있다. 우선 기후변화는 따뜻한 지역이 많아지는 방향으로 이뤄진다. 즉 온대 기후가 아열대 기후로 바뀌고, 아열대 기후는 열대 기후로 바뀌어 가는 것. 그런데 이 같은 기후변화는 지구 전체의 평균 온도를 높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해류나 바람은 온도 등 성질이 서로 다른 해수 및 공기가 부딪치거나 섞이면서 만들어내는 에너지의 거대한 순환이자 에너지가 골고루 분포하도록 하는 과정이다. 그런데 지구온난화로 이 같은 에너지 이동과정에 교란이 생기면 기상이변이 발생하게 된다.

예를 들어 얼음은 빛을 반사하는 정도인 알베도가 높다. 그런데 극지방의 얼음이 녹으면 태양빛을 반사하는 면적이 줄어들면서 지구온난화가 더욱 가속화된다.

또한 극지방의 온도가 상승하면 고위도의 한류 온도가 올라가고, 이에 따라 저위도에서 올라오는 난류와의 온도차도 적어진다. 이로 인해 저위도와 고위도의 열적 불균형 상태가 심각해진다. 바로 이런 상태에서 열적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기상현상은 평소보다 훨씬 강력해져 기상이변이 일어나고 생태계 역시 파괴되는 것이다.

지구온난화로 인류가 입을 수 있는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수도 있다. 거대한 태풍과 허리케인, 지진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어느 지역에서는 끊임없는 가뭄으로 생존권을 위협받는 반면 다른 지역에서는 대홍수가 일어날 수 있다.

이 같은 기상이변은 질병의 창궐로 이어지고, 듣도 보도 못하던 새로운 종류의 바이러스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생태계의 파괴는 먹이사슬을 끊어지게 함으로써 동식물의 생존은 물론 인류의 생존에도 위협을 가할 수 있다.

아열대 기후였던 과거의 북극과 남극

지구의 지질시대는 크게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로 나뉜다. 고생대는 대부분 지구 표면에 얼음이 없는 고온 기후였다. 고생대 말기에 일시적으로 빙하기에 접어들기는 했지만 중생대에 들어와 다시 기후가 따뜻해졌는데, 특히 1억4,600만~6,500만 년 전인 백악기에는 연이은 화산활동으로 온난화가 촉진됐다.

그리고 지금으로부터 4,000만 년 전 가장 최근의 빙하기가 도래하면서 지구 표면 대부분이 빙하로 덮일 정도로 지구의 온도는 급속히 냉각됐다. 한마디로 지금으로부터 4,000만 년 전에는 어디에도 얼음이 없었고 전 지구가 온실 속처럼 더웠다는 얘기다. 북극과 남극 역시 아열대 기후였다.

실제 화석을 통해 조사한 결과 1억~4,000만 년 전까지 북극은 민물호수였으며, 현대의 악어와 같은 공룡이 살고 있었다. 또한 남극도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동식물이 풍성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당시의 극지방이 아주 따뜻했다는 것을 알려주는 증거는 얼마든지 있다. 그린란드에서는 20세기 초 현재의 하와이 같은 곳에서나 자라는 빵 나무의 화석이 발견됐다. 또한 뉴욕 로체스터 대학교의 존 타두노 연구 팀은 지난 1998년 캐나다 측 북극해의 액셀 하이베르크 섬에서 악어처럼 생긴 공룡, 즉 챔프소사우루스의 화석을 발견했다.

길이 2.4m의 챔프소사우루스는 물고기를 잡아먹는 공룡으로 따뜻한 기후에서만 살 수 있다. 타두노 연구팀은 챔프소사우루스의 새끼 화석도 발견해 냄으로써 이 공룡 이 북극권에서 매우 번창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현대의 악어는 중국 양자강, 미국의 노스캐롤라이나 이북 지역에서는 살지 못한다. 이것을 보면 당시의 액셀 하이베르크 섬은 연평균 기온이 14℃, 가장 추운 달도 5.5℃ 이상을 유지했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타두노 연구팀은 역시 따뜻한 곳에서만 사는 거북인 마크로베니데의 화석도 같은 곳에서 발견했다. 마크로베니데와 챔프소 사우루스는 모두 민물에 사는 생물이다. 이 같은 화석 증거와 수천 만 년 묵은 북극 얼음 층 속의 빙핵 탐사를 통해 북극이 과거에는 민물호수였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즉 과거 북극은 다른 바다와 격리돼 있었으며, 민물보다 비중이 높아 아래로 가라 앉는 소금물 위로 각 대륙의 강에서 흘러온 민물이 겹쳐 민물 호수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남극 얼음의 빙핵은 기껏해야 100만년 정도 지난 것이라서 그 옛날 지구가 한창 더웠을 때의 증거는 되지 못한다. 하지만 남극에서 발견되는 화석은 그 같이 빈약한 증거를 상쇄하고 남을 정도의 정보를 제공한다.

남아메리카를 향해 튀어나온 남극 반도에는 과거 남극이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동식물이 풍성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화석이 잔뜩 있다. 이곳은 1억 5,000~1억 년 전에 안데스 산맥 같은 산맥이었으며, 이곳으로 흘러들어오는 강물이 현재의 제임스 로스 분지에 퇴적물을 공급했다.

이 퇴적물이 쌓여 형성된 암석 속에서는 무수한 암모나이트와 복족류의 화석이 나왔다. 또한 성게와 바다가재, 어룡, 상어치아 등의 화석도 나왔다. 이 화석들은 1억 년 전의 것이며, 수온이 15℃는 돼야 살 수 있는 어종들이다.

게다가 이곳에서 나온 식물 화석 등을 전제로 하면 당시의 남극은 오늘날의 남아프리카와 비슷한, 즉 연평균 기온이 17~19℃는 되는 아열대 기후 지역임을 알 수 있다.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원인

당시의 북극과 남극이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따뜻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유력한 가설은 대기 중의 온실가스, 그 중에서도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현재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높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 가설에도 논리적인 문제점은 있다. 이 가설대로 극지방이 아열대 기후가 될 만큼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가 많았다면 적도 지방은 차마 견뎌낼 수 없을 만큼 뜨거웠을 것이라는 얘기다.

시카고 대학의 레이몬드 피에르훔버트에 따르면 당시 적도 주변의 연평균 온도는 40℃ 이상, 여름철에는 무려 50℃ 이상이었을 것이라고 한다. 이는 대부분의 생물이 살기 어려운 온도다. 과연 과거의 적도는 생물이 살기 힘든 열사의 지대였을까.

이 가설에 기반한 기후 모델을 적용하면 내륙지방인 시베리아의 연평균 기온은 0℃ 이하로 추웠어야 한다. 하지만 시베리아에서 발견된 백악기 말기 암석에서는 양치식물, 꽃, 야자수 등의 화석이 나왔다. 이는 시베리아의 당시 연평균 기온이 13℃ 정도였으며, 겨울에도 빙점 이하로 떨어지는 일이 거의 없었음을 의미한다.

이 같은 딜레마는 퍼듀 대학의 매튜 후버에 의해 어느 정도 해결된다. 그는 매우 뜨거워진 적도 지방에서 극지방으로 열이 이동, 생물이 살기 힘들만큼 적도 지방이 뜨거워지는 것을 막았을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았다.

실제 후버와 그의 연구팀은 오늘날의 사이클론이 지나간 열대지방 해수의 상태를 연구한 결과 사이클론이 바다 속을 뒤집어 놓아 열기를 바다 밑으로 빼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리고 해류를 통해 이 열기가 극지방으로 흘러들어가 적도와 극지방 간의 온도 격차를 줄인다는 것이다.

많은 연구자들 역시 기온이 높아질수록 열대성 사이클론의 강도와 발생빈도, 지속 기간이 늘어난다고 생각하고 있다. 만약 충분한 빈도와 강도의 사이클론이 있었다면 열대 연평균 기온이 35℃ 미만이면서 극지방이 아열대 기후를 유지할 만큼 열 분배가 이루어졌을 수도 있다.

과거의 지구온난화 되풀이 될 수도

이처럼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높았던 것이 당시 지구온난화의 원인인 것으로 보는 게 통설이다. 그렇다면 이산화탄소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

대기중 이산화탄소의 농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던 것은 화산활동이다. 화산활동이 크게 일어나면 화산 분출물로 인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늘어나고 지구온난화가 초래된다는 것.

물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화산활동과 암석 풍화 간의 균형으로 이 같은 상태는 해소된다. 즉 온난한 환경은 암석의 화학적 풍화를 촉진하는데, 이 때 암석에서 빠져나온 칼슘 등 무기물들은 바다로 흘러들어가 수중의 이산화탄소와 결합해 탄산칼슘 등의 형태로 바다 속에 침전,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줄이게 된다.

영국 사우댐프턴 대학의 고기후학자 폴 윌슨에 따르면 백악기 내내 화산활동이 왕성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높았지만 히말라야 조산운동을 기점으로 암석 풍화가 활발해지면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감소, 지구가 추워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당시의 대기에 높은 농도의 이산화탄소가 함유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샘플은 빈약하다. 대빙원 속의 공기방울 속에서는 지금으로부터 100만 년 전까지의 공기는 찾아볼 수 있지만 1억 년 전의 공기는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나뭇잎 화석 속의 털 구멍 숫자 등 다른 증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이 같은 증거들이 의미하는 바가 명확히 규명될 때 이산화탄소 농도가 대기에 얼마만한 영향을 미치는지 확실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어떤 기후 모델에서는 백악기~시신세 사이, 즉 1억4,600만~4,000만 년의 대기 중에 포함된 이산화탄소 농도는 산업혁명 이전의 16배에 달했을 것으로 추산하기도 한다. 또한 어떤 기후 모델은 8배로 제시하 고 있다. 현재로서는 후자가 더욱 신빙성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렇다면 백악기와 시신세는 이렇게 더웠는데 지금의 우리는 그때보다 낫다고 안심해도 되는 것일까.

이미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산업혁명 이전보다 2배 가까이 높은 상태다. 그리고 현재와 같이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를 쏟아내면 그 농도는 200년 내 4배가 될 것이다. 그러면 백악기나 시신세의 절반에 해당하는 이산화탄소 농도가 된다.

게다가 계속되는 온난화는 또 다른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메탄을 잠에서 깨울지도 모른다. 현재 시베리아의 영구 동토층이 지구온난화로 녹으면서 이산화탄소보다 온실 효과가 20배나 강한 메탄이 대기 중으로 분출되고 있다. 그리고 분출된 메탄은 온실효과를 강화시켜 더 많은 메탄의 분출을 유도하는 악순환이 벌어질 것이다.

산업혁명 이후 지금까지 200년 동안 지구의 온도가 빠른 속도로 높아지고 있다. 과학자들은 지구의 기온이 1℃만 높아져도 해수면 상승, 강수량 증가, 토양의 변화 등으로 엄청난 생태계의 변화를 초래한다고 말한다.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모두의 지혜가 절실한 순간이다.
글_이동훈 과학칼럼니스트 enitel@hanmail.net

과거 북극과 남극이 더웠던 것은 화산활동에 따른 화산 분출물로
대기중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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