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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화된 무인항공기 전쟁

항공기를 원격조종해 벌이는 전쟁, 즉 무인항공기를 이용한 전쟁은 더 이상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무인항공기는 수km 상공에서 선회비행하며 차량을 추적하고, 폭약 수송로를 감시하며, 정밀유도폭탄과 미사일을 발사해 적군이나 게릴라를 괴멸시킨다.

무인항공기 조종사는 전투 현장에만 없을 뿐 전투기에 탑승한 것처럼 현지 지상군과 무선으로 교신하며 전투에 참여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머지않아 조종사가 탑승한 전투기는 사라지는 등 전쟁 양상이 혁명적으로 바뀔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무인항공기는 로봇을 이용한 전쟁으로 가는 길목에 있다는 점에서 미 공군은 물론 전 세계 군관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길이 막히지 않는다면 아담 브록셔스 대위가 라스베이거스 교외의 집을 떠나 네바다 주 인디언 스프링스에 있는 크리치 공군기지까지 자동차로 가는 데는 45분이 걸린다.

그의 통근로인 95번 고속도로는 조슈아 트리가 드문드문 서 있는 모하비 사막을 뚫고 지나간다. 양 옆으로는 황량한 산들이 줄지어 북서로 뻗어있다. 그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싸울 무인항공기(UAV: Unmanned Aerial Vehicle) 조종사들을 훈련시키지만 이처럼 황량한 길을 달리는 것은 그의 일과 중에서 두려운 일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아이를 얻은 지 얼마 안 되는, 키 큰 금발에 창백한 안색의 브록셔스 대위는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사무용 의자와 컴퓨터 모니터가 있는 창문 없는 방에서 보낸다.

이 방에서 1만 2,000km 떨어진 전쟁터의 무인항공기를 조종하는 데 필요한 20여 가지 사항을 가르치는 데 소비하는 것이다. 그의 일은 무엇으로 보아도 행정직이지만 현대 공군에서 가장 중요한 보직 가운데 하나다.

지난 2년 동안 무인항공기의 임무는 3배 이상 늘었다. 미 공군은 이렇게 늘어나는 수요에 충당할 수 있는 인원을 신속히 훈련시킬 수 없어 애를 먹고 있을 정도다. 브록셔스 대위의 임무는 무인항공기 조종사들을 대량으로, 그리고 신속히 배출하는 것이다.

급격히 늘어나는 무인항공기 수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브록셔스 대위가 무인항공기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파퓰러사이언스 같은 과학 잡지에서 보고 배운 것이 전부였다.

사우스다코타 주립대학을 졸업하고 공군 비행학교에 입학하던 지난 2001년만 해도 그는 자신이 무인항공기를 조종하게 될 줄은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때는 무기를 장착한 무인항공기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꼭 무인항공기를 조종해야겠다는 생각도 해 본 적이 없다. 동기생 가운데 몇 명이 F-16 전투기 조종에 힘을 쏟고 있었지만 그는 전투기 조종에 필요한 경쟁심이 없었다. “저는 전투기 조종에 적합한 저돌적인 사람은 못 되었지요.”

그의 표정은 고향 사우스다코타에 있는 4명의 대통령 두상과도 같아보였다. 블랙힐스 산봉우리의 암벽에 조각돼 있는 워싱턴, 제퍼슨, 루스벨트, 그리고 링컨 등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통령으로 손꼽히는 4명의 대통령 두상 말이다.

“저는 대형 항공기를 조종하는 것이 더 좋았어요.” 그래서 그는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KC-135 공중급유기를 조종하게 됐다.

KC-135 공중급유기는 보잉 367-80을 개조한 것으로 길이 41.53m, 높이 12.7m에 항속거리와 최대이륙중량은 각각 2,419km, 14만6,285kg이다. 1956년 처음 도입된 KC-135 공중급유기는 미 공군뿐만 아니라 해군과 해병대, 그리고 우방의 항공기에 대한 공중급유도 실시하고 있다.

지난 2007년 영국 밀든 홀 공군기지에서의 첫 파견근무 기간이 끝나갈 무렵 그와 아내는 둘째 아이를 갖기로 했다. 그래서 또 다른 해외 파견 근무를 나가는 것이 내키지 않았다.

게다가 KC-135 공중급유기는 아이젠하워 대통령 시절에 만들어진 것이라서 고장 날 위험이 높았다. 실제 비행 중 고장이 나서 다른 곳에 내린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물론 수리를 위해서다.

그래서 브룩셔스 대위는 네바다 주의 크리치 공군기지에 배속됐을 때 매우 기뻐했다. 현재 30세인 그는 크리치 공군기지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 하지만 예상외의 성능을 보여준 무인항공기 MQ-1 프레데터의 가장 경험 많은 조종사다.

프레데터는 적외선감지기, 비디오카메라, 기상레이더를 갖추고 지상의 작전기지 및 인공위성과 6초 내에 이미지를 송수신할 수 있다. 7,600m 상공에서 시속 130~160km의 속도로 비행하면서 4.5km 떨어진 곳의 교통신호를 읽을 정도로 식별능력이 뛰어나다.

또한 전자광 학렌즈 및 적외선렌즈를 통해 주야간으로 촬영한 비디오 데이터를 인공위성을 통해 실시간 전송하며, 한번에 40시간 이상 비행할 수 있다. 기체의 길이가 8m에 불과해 수벌(drone)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리는 프레데터는 지난 1995년 보스니아 내전 때 코소보 지역에 투입된 이후 각종 분쟁지역의 정찰임무에 투입돼 왔다.

하지만 지난 2001년 2월에는 미사일이 탑재된 전투형이 개발됐다. 그리고 2001년 10월 아프가니스탄 공격 때 미사일을 장착, 공습에 투입함으로써 원격조종 공격의 가능성을 열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파키스탄의 특수전 임무에 이르기까지 많은 지상군 지휘관들은 프레데터와 그보다 더 크고 강한 무인 항공기 MQ-9 리퍼에 끊임없는 지원 요청을 하고 있다. 공군 참모총장이 나서 “지상군 지휘관들이 매우 탐욕스러울 정도로 지원 요청을 하고 있다”고 말할 정도.

이들의 지원 요청이 쇄도하는 이유는 뻔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십 대의 무인항공기가 게릴라들의 머리 위 수km 상공을 선회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자동차 번호판도 읽을 정도의 해상도로 모든 것을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무인항공기들이 지휘관, 정보장교, 지상군 병력에게 보내오는 실시간 동영상의 분량은 매월 1만8,000 시간에 달한다. 이 무인항공기들은 적의 차량을 추적하고, 폭약 수송로를 감시하며, 정밀유도폭탄과 미사일을 발사한다.

F-16 전투기와는 달리 프레데터는 표적 상공에 24시간 체공이 가능하며, 브록셔스 대위 같은 무인항공기 조종사들은 교대로 근무할 수 있다. 이들 조종사들이 어두운 밤에 퇴근하기 직전 비디오 모니터에서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떠오르는 태양이 보일 것이다.

예비역 공군 대령이자 뛰어난 무인항공기 전문가인 톰 에라드는 이렇게 말한다. “무인항공기는 이제껏 없었던 능력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이 능력을 공격 시스템과 결합하면 마치 마법과도 같이 적을 공격할 수 있습니다.”

물론 브록셔스 대위가 대형 항공기 조종을 그만두고 무인항공기를 조종하게 된 것은 마법과 같은 공격력 때문은 아니었다. 그는 무엇보다 자식들의 얼굴을 볼 수 있다는 점에 끌렸다. 미 공군은 이 같은 라이프 스타일에 매력을 느낀 사람들이 무인항공기 조종에 지원하기를 바라고 있다.







무인항공기 조종사 양성의 어려움

지난 1990년대 중반 발칸 전쟁에서 정보수집용으로 사용하던 무인항공기는 이제 모든 무기체계를 갖춘 살인병기로 거듭났다. 하지만 미 공군은 무인항공기의 이 같은 성공에 스스로 발목이 잡혔다.

즉 9.11 테러 사태 이후 미 공군은 무인항공기를 취역시키기에 급급했고, 현재는 늘어난 업무 부담을 해결하지 못해 쩔쩔매고 있다. 유인항공기, 그 중에서도 전투기 조종사들을 재교육시켜 무인항공기를 조종하게 한다는 미 공군의 현재 방침은 결국 경험 없는 조종사들만 전투기 조종에 남게 하기 때문에 전투비행대의 질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크다.

또한 무인항공기 조종사를 양성하는 데는 많은 시간과 돈도 들어간다. 무인항공기 조종을 배우는 것은 석사학위를 따는 것만큼이나 어려우며, 가장 뛰어난 유인항공기 조종사들에게도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다.

현재까지 도입된 프레데터 200대 중 3분의 1 이상이 추락했는데, 그 원인은 기계 결함 및 조종 실수였다. 추력이 충분한 유인항공기에서라면 조종사가 급선회를 해도 괜찮다.

하지만 스노모빌 엔진으로나 사용되는 로텍스 912 및 914로 움직이는 프레데터를 조종하면서 급선회를 시도했다가는 추락할 가능성이 높다. 무인항공기가 뒤집혀 조종불능 상태가 되는 동시에 나선강하를 하면서 추락해 버린다는 것.

또한 비행 중에 엔진을 꺼뜨려버리는 무인항공기 조종사들도 있다. 이와 함께 실수로 기내 RAM을 삭제해버린 사례도 있는데, 이 경우 무인항공기 제어는 완전히 불가능하다. 기내 RAM은 기억된 정보를 읽어내거나 다른 정보를 기억시킬 수 있는 메모리를 말한다.

지난 2004년 무인항공기 추락사고 분석 보고서를 작성한 연방항 공청의 케빈 윌리엄스는 “무인항공기의 비행 중에 이런 사고가 있었다는 것은 매우 주목할 만한 사례”라면서 “무인항공기 시스템을 위한 보조 소프트웨어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3월 크리치 공군기지에서 존 몽고메리 대령 역시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지금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미 공군은 무인항공기 조종사를 위한 전문코스를 만드는 데 실패, 지난해 12월 감사기관의 맹공격을 받았다. 그리고 현재는 크리치 공군 기지의 무인항공기 기초조종학교에 대량의 유인항공기 조종사들을 투입하고 있다.

당장의 목표는 현재의 400명보다 3배 가까이 많은 1,100명의 무인 항공기 조종사들을 양성, 기간요원으로 삼는 것이다. 또한 앞으로 2년 내 무인항공기의 정찰 횟수를 47% 늘리는 것도 목표에 포함돼 있다. 이를 위해 올해에는 기존의 12개월짜리 조종사 교육을 갓 수료한 100 명이 크리치 공군기지에 보내져 프레데터 조종법을 배운 후 곧바로 실전임무에 투입될 것이다.

하지만 미 공군은 장기적인 해법으로 유인항공기 조종사가 아닌 인원들을 교육시켜 무인항공기 조종에 투입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즉 유인항공기 조종사 양성과정과 무인항공기 조종사 양성과정을 별도로 두겠다는 것이다.

이 실험적인 무인항공기 조종사 양성과정은 기존의 유인항공기 조종사들이 받아야 했던 강도 높은 훈련 중 상당부분을 삭제해 버린 탓에 교육기간도 기존의 16개월에서 9개월로 줄어들었다.

이번 달에는 4~6년간 군 복무를 했지만 조종 경력은 거의 없는 대위 8명이 상당히 단축된 무인항공기 조종훈련을 수료한다. 과거에 200시간이었던 유인항공기 비행훈련도 20시간으로 줄였다.

미 공군이 이렇게까지 서두르고 있는 것은 더욱 신속하게 무인항공기 조종사를 양성하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행보가 결국 전투 로봇으로 하늘을 지배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미 공군에게는 논쟁을 계속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올해에는 일명 21세기형 제트 전투기라고 불리는 F-22 랩터 최종 생산분 20대가 인도된다. 하지만 올해 인도되는 프레데터와 리퍼의 수는 이보다 2배가 넘는다.

지난 5월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2010년 예산안 공청회에서 군수물자 획득 우선순위의 변화를 예고했다. 다시 말해 1억5,000만 달러짜리 F-22 랩터의 생산 중지를 강력히 요구하는 상원의원들에 대해 미래의 위협에 대한 대응책은 유인항공기가 아님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미 공군은 이에 발맞춰 올해 전투기 조종사와 폭격기 조종사를 다 합친 것보다 많은 무인항공기 조종사들을 훈련시킬 것이다.

미 의회 역시 무인항공기를 포함한 정보감시정찰 분야에 추가로 20 억 달러의 예산을 배정했다. 미 공군은 50년 이상 정찰분야에 투자해 왔지만 최근 그들이 원하는 것은 완전히 새로운 무인무장정찰기의 운용이다.






















비디오 게임과 다른 무인항공기 조종

브록셔스 대위는 황토색의 의자에 앉은 교육생 옆에 서서 무인항공기 조종 기술을 가르치고 있다. 그 모습은 마치 시뮬레이터에서 교육생을 지도하는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교육생들이 조종하고 있는 것은 네바다 사막 상공을 나는 진짜 무인항공기다.

브록셔스 대위가 말을 꺼냈다. “표적이 더 잘 보이도록 선회해 보게.” 그의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느긋하지는 않았다. 일반적으로 현지의 지상군 부대는 표적을 육안으로 확인하지 못한 채 각종 탐지장비의 무선신호에만 의존하기 때문에 자칫 아군에 대한 오폭 가능성도 있 다. 브록셔스 대위는 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공격을 할 때는 반드시 표적을 확인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브록셔스 대위와 2명의 사병 교관이 진행하는 오늘의 수업은 무인 항공기 조종사들에게 프레데터의 조종법과 함께 레이저 유도 방식의 대전차 미사일인 헬파이어를 발사하는 기초훈련이다.

이 수업은 크리치 공군기지에 신축된 건물의 좁은 방에서 이루어진다. 이곳은 무인항공기 훈련의 지상통제소 역할을 한다. 실전 상황에서는 무인항공기 이착륙에 필요한 일은 현지에서 지상요원들이 하지만 조종은 위성 통신을 통해 크리치 공군기지와 같은 주 방위 공군기지 혹은 뉴멕시코의 특수작전부대에서 실시하게 된다.

원래는 10명의 조종사가 있어야 근무조 편성, 유지보수, 그리고 휴가 등에 대처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7명만이 근무한다. 이렇게 인원이 적기 때문에 크리치 공군기지를 장기간 떠나는 조종사는 없다.

무인항공기 조종사들은 보통 한 기지에서 3년간 근무한다. 하지만 일부 조종사들은 오아시스라는 반어적인 별명이 붙은 이 사막 한 가운데의 기지에서 5~6년이나 근무하기도 한다. F-16 전투비행대라면 이 인원의 3배는 있어야 한다. 이 때문에 어느 무인항공기 조종사도 전용 침대에서 자는 사치를 누릴 수 없다.

티모시 카일 대위는 애리조나 출신의 33살 먹은 주 방위 공군 헬리 콥터 조종사다. 교육생 신분인 그는 지금 여러 대의 모니터와 레이건 시대에 만들어졌을 법한 누르스름한 키보드 2대, 그리고 트랙볼 앞에 앉아 있다.

트랙볼은 볼 마우스를 뒤집어 놓은 것 같은 형태로 볼이 마우스의 윗면에 달려있다. 사용자가 손가락으로 볼을 굴리면 볼이 움직이는 방향대로 커서가 움직인다.

이 때문에 마우스를 직접 움직이지 않고도 마우스를 이동시킨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2대의 주 모니터 가운데 하나에는 지평선, 항공기 고도 등 주요 정보가 실린 무인항공기 내 전방 시현기의 영상이 나오고 있다.

그리고 다른 모니터에서는 무인항공기가 비행하는 지역의 위성 지도를 배경으로 각종 그래픽이 전개되고 있었다. 물론 여기에도 조이스틱은 있지만 주로 이륙, 착륙, 그리고 목표를 추적할 때 사용한다.

보통 무인항공기는 사전에 프로그램 된 비행경로를 따라 날게 된다. 방향을 바꾸려면 카일 대위가 마치 포토샵을 쓰듯이 화면 위에 새로운 비행경로를 그린 다음 기다리기만 하면 무인항공기가 알아서 방향을 바꾼다.

그의 오른쪽에 앉은 또 다른 교육생 윌리엄 켈트너 하사는 11년간 군 복무한 끝에 그래픽 디자이너에서 무인항공기 센서 조작사로 보직을 바꾸었다. 표적을 추적하고 까다로운 지상군 지휘관과 정보장교를 만족시킬 최고급 사진을 찍어야 하는 그의 임무는 무인항공기를 조종하는 조종사의 일보다 더욱 힘들다.

켈트너 하사가 사용하는 장비도 조종사의 것과 차이는 없다. 다만 그의 조이스틱은 잠시도 쉬지 않는 프레데터의 100만 달러짜리 센서 볼을 조작한다. 무인항공기의 ‘깜박이지 않는 눈’으로 불리는 센서 볼은 일종의 센서 복합체로 전자광학장비, 적외선, 비디오, 레이저 표적 지시기 등을 조종한다.

이들이 앉는 덩치 큰 의자는 회전의자처럼 보이지만 돌아가지 않는다. 이들이 있는 장소는 빈둥빈둥거리며 회전의자를 돌리거나 책상 위에 발을 올려놓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

오늘의 교육 내용은 표적 추적이다. 오전의 차분한 분위기에서 강의 및 미션 브리핑이 있고 난 후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브록셔스 대위와 2명의 사병 교관, 즉 센서 조작을 가르치는 조나단 오클리(24세)와 임무 정보를 조정하는 마이클 퍼거(22세)는 카일 대위와 켈트너 하사에게 바그다드로 상정된 훈련장에서 하얀색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을 찾으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 차량은 주차장에 있다가 조금 전 교통체증을 일으킨 바그다드의 도로로 나온 상황이다.

켈트너: 찾았습니다.

퍼거: 좋습니다.

브록셔스: 차량을 추적할 때 센서 조작자는 조종사에게 끊임없이 정보를 제공해야 돼. 저기 보면 나비 모양의 적외선 신호가 차량 후드 위에 있지? 차량이 교통체증을 일으킨 바그다드 도로 한복판에 서 있어. 주변에 자동차가 잔뜩 있지만 찾을 수 있을 거야. 까딱하다가는 신경 못 쓰고 넘어간다고. 항상 무인항공기로 어디를 정찰해야 할지 생각하고 있어야 돼.

카일: 예, 신경 쓰지 못했습니다.

오클리: 카일 대위는 표적에 대해 차량 정보 확인을 하지 않았죠.

카일: 예, 안했습니다.

오클리: 그럼 표적으로 돌아가서 뭘 해야 됩니까?

카일: 줌을 당겨서 차량 정보를 확인해야 합니다.

퍼거: 무인항공기가 표적을 지나쳤습니다. 대기하십시오.

브록셔스: 무인항공기의 선회 반경을 줄여 표적을 놓치지 말라.

퍼거: 그동안 차량 이동은 없었습니까?

카일: 다시 적외선 감시로 전환하겠습니다. 하지만 아무 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퍼거: 주차장에서 방금 전까지 차량이 있었던 곳은 어디입니까?

카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난처해진 카일 대위와 켈트너 하사는 서로를 잠시 쳐다보고 나서 텅 빈 주차공간을 찍은 비디오를 다시 살펴보았다. 그때 오클리가 마법을 부렸다. 적외선 센서를 사용하자 온도가 낮은 곳은 색상이 어둡게 나왔다. 온도가 낮은 것은 그 곳에 얼마 전까지 차량이 있어서 태양 빛으로부터 지면을 가려주었다는 뜻이다.

센서를 조작하는 병사는 조종사보다 훨씬 현실적인 일을 한다. 조종사가 방아쇠를 당겨 미사일을 발사할 때 레이저 표적지시기로 목표를 조준하는 것은 센서를 조작하는 병사의 몫이다.

30초 동안 움직이는 표적 위에 조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정말 피곤한 일이다. 오클리는 어린 시절 마이크로소프트(MS)의 플라이트 컨트롤 게임을 하며 자랐고, 1,200 시간에 달하는 프레데터 비행 기록을 갖고 있지만 여전히 무인항공기를 조종하는 일은 버겁다. 이건 절대 비디오 게임이 아닌 것이다.

무인항공기 세계의 에이스 파일럿

무인항공기 세계의 에이스 파일럿을 만들어내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F-15 전투기를 조종하다가 등에 부상을 당해 무인항공기 조종으로 옮긴 에릭 매튜슨 대령 같은 무인항공기 전문가에 따르면 무인항공기 조종에도 유인항공기 조종과 똑같은 기술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유인항공기 조종의 기초를 배우지 않은 사람들을 프레데터 조종사로 육성시키는 것은 진정한 조종 감각을 빼앗는 일이 되지 않을까.

조종 감각이란 측정 불가능한 것으로서 압박을 당하는 와중에서도 올바른 판단과 숙달된 기술을 구사하고, 제6감이라고 불리는 상황인식력을 갖는 것을 말한다. 또한 3차원의 전투 공간 내에서 항공기의 위치를 아는 것도 포함된다. 카일 대위 역시 이 같은 문제점을 거론했다. “여기 앉아서는 아무리 배워도 그런 감각을 얻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생각해보면 과연 그런 것이 문제가 될까 싶기도 하다. 유인항공기의 야간 조종 때와 마찬가지로 무인항공기 조종에 필요한 모든 수치적, 시각적 정보는 조종사에게 전달된다. 그리고 무인항공기를 조종할 때에는 죽을 걱정을 안 해도 된다. 더구나 교육생들이 받는 베타테스트 과정은 문제점을 찾아내고 바꾸기 위한 것이다.

매튜슨 대령은 이렇게 말한다. “베타테스트라고 부르는 이유는 뭔가를 바꾸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지요.” 일반적으로 베타테스트란 회사가 제품을 출시하거나 서비스를 개시하기 이전에 고객의 만족도 및 사업의 안정성을 평가하기 위해 미리 사용자들에게 제품이나 서비스를 공개하는 것이다. 정식으로 상품을 출시하거나 서비스를 시작하기 이전에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될 때는 곧바로 그에 대한 대처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이 활용되고 있다.

표준적인 무인항공기 조종 훈련의 경제성이 입증된다면 앞으로 어떤 사람들이 무인항공기 조종에 지원할지 점쳐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앞으로의 무인항공기 조종사들은 곡예비행사라기보다는 컴퓨터광에 더 가까운 사람들이 될 것이다. 무인항공기 조종사들은 표적이 달아날 때 살인본능을 느낄 필요도 없다.

하지만 무인항공기 조종은 난해하고 처리해야 할 정보 역시 너무 많다. 프레데터 조종사이자 전에는 전투기를 조종했던 패트릭 대위는 이렇게 말한다. “너무나 많은 정보가 있다는 것은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입니다.”

패트릭 대위는 전투임무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에 그의 이름만 밝혔다. “이 모니터들을 보세요. 여기서 배우는 것은 정보를 걸러내고, 발견하며, 활용하는 방법입니다. 유인항공기 조종사도 한꺼번에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해야 합니다만 무인항공기 조종사는 처리할 것이 더욱 많습니다. 간단히 말해 무인항공기 조종이 더욱 어렵습니다.”

전투임무의 스트레스와 가정생활

브록셔스 대위는 매일 크리치 공군기지로 출퇴근하는 것을 특별히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전투임무를 수행할 때면 출퇴근 시간은 업무의 스트레스와 가정생활 사이에 완충장치 노릇을 한다. “가끔씩 집의 소파에 앉아 콜라를 마시다가도 ‘그래, 한 시간 전만 해도 전쟁을 하고 있었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 달 후 그는 실제 무인항공기를 조종하기 시작했다. 그와 다른 조종사들은 게릴라들이 도로를 굽어보며 사제폭발물을 격발시킬 때 이용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가옥을 정찰했다. 브록셔스 대위는 게릴라로 보이는 2명의 사람이 전날 밤 그 집에서 전선을 끌어다가 도로에 연결하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공격을 가할 수 없었다. 증거가 불충분했기 때문이다. 오늘 밤에는 그 두 사람이 도로의 어두운 곳으로 가서 엎드리는 것을 보았다. 또한 숨어서 전선을 폭발물에 연결하는 것도 확인했다.

그 동영상을 본 지상군 부대는 브록셔스 대위에게 공격을 허가했다. 브록셔스 대위는 미사일을 발사했고, 미사일이 표적을 향해 날아가는 것을 보았다. “미사일은 두 사람 중 한 사람의 발 앞에 정확히 명중했습니다.” 그는 잠시 말을 끊었다가 다시 이었다. “그들은 사라져 버렸죠.”

보고서 작성을 끝내고 새벽 2시에 집에 도착했을 때 아내는 자고 있었다. 그녀는 피곤한 몸짓으로 브록셔스 대위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그가 처음으로 실전에 참가해 게릴라를 공격한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말하고는 다시 곯아떨어졌다.

브록셔스 대위는 이 날을 잊지 못할 것이다. 이 날은 딸의 두 번째 생일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는 다음날 딸과 함께 케이크를 먹은 후 출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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