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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카드 시스템에 숨어있는 기술

교통카드는 대중교통수단의 운임이나 유료도로의 통행료를 지불할 때 사용하는 일종의 전자화폐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교통카드는 단말기, 그리고 중앙처리시스템과 함께 하나의 교통카드 시스템을 구성한다. 교통카드 앞뒷면의 플라스틱을 벗겨내면 새끼손가락 손톱보다 작은 집적회로, 콘덴서, 그리고 네 모서리를 따라 여러 번 감겨 있는 코일이 있다.

콘덴서와 코일은 집적회로에 내장된 정보를 읽고 이를 단말기와 통신하는데 사용할 전기를 생산 및 저장하지만 용량이 부족하다. 그래서 단말기의 코일에서 발생한 자기장이 교통카드의 코일에 전기를 유도하도록 하는 전자기 유도현상을 이용한다.

단말기는 교통카드와 거래내역 등의 정보를 교환해 운송회사의 서버, 즉 중앙처리시스템으로 전송한다. 그러면 중앙처리시스템은 정보를 처리하고 저장한다.

자료제공: 한국산업기술진흥원 기술과 미래

몇년 전까지만 해도 버스를 탈 때는 요금을 내기 위해 주머니에 동전이나 천 원짜리 한 장을 넣고 다녀야 했다. 그리고 1980년대 초에는 운전기사 말고도 승객을 반기는 안내양이 있었다. 안내양은 승객이 내릴 때 요금을 받고, 승객이 완전히 하차하면 운전기사에게 출발해도 좋다는 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지금의 버스에는 안내양이 없다. 교통카드만 있으면 버스는 물론 지하철까지 모든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다. 잔돈 계산에 신경 쓸 필요가 없고, 귀찮게 지갑이나 가방에서 교통카드를 꺼내지 않아도 된다. 지갑이나 가방을 단말기에 갖다 대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접촉 없이 교통카드를 넣은 지갑이나 가방만 단말기 근처에 대도 요금을 낼 수 있는 것은 무선 주파수 인식(RFID) 기술 때문이다.

아군과 적군 구분하는 신기한 장치

흔히 교통카드를 바코드 시스템의 일종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교통카드에 적용된 RFID 기술은 흰줄과 검은 줄을 이용해 고유번호를 표시하는 바코드 시스템 기술과는 전혀 다르다.

RFID는 비교적 먼 거리에서 정보를 인식하는 기술을 말하는데, 뿌리는 제2차 세계대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영국은 자국의 영공으로 들어오는 항공기 중 아군과 적군을 구분하기 위해 RFID 기술을 개발했다.

일반적으로 RFID는 태그와 판독기로 구성된다. 그리고 태그는 집적회로와 안테나로 이루어져 있는데, 집적회로에 정보를 기록하고 안테나를 통해 판독기로 보내는 것. 이 정보는 태그가 부착된 대상을 식별하는 데 이용된다.

RFID는 사용하는 동력을 기준으로 수동형, 능동형, 그리고 반수동형으로 분류된다. 오직 판독기의 동력만으로 태그 내에 있는 집적회로의 정보를 읽고 통신하는 것을 수동형 RFID라고 한다. 반면 집적회로의 정보를 읽고 그 정보를 통신하는 데 모두 태그의 동력을 사용하는 것을 능동형 RFID라고 한다.

이의 중간 형태도 있다. 바로 반수동형 RFID다. 집적회로에 내장된 정보를 읽기 위해 태그에 내장돼 있는 콘덴서를 이용하지만 통신을 할 때는 판독기의 동력을 이용하는 것.

교통카드 시스템의 구성요소 가운데 교통카드는 RFID의 태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단말기와 중앙처리시스템은 판독기로 볼 수 있다. 동력은 교통카드 내의 콘덴서와 코일, 그리고 단말기의 코일을 모두 이용한다는 점에서 반수동형 RFID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저장된 정보 알려주는 집적회로

교통카드 시스템을 가장 간단하게 요약하면 전파를 통해 교통카드에 내장돼 있는 집적회로와 단말기가 데이터를 교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교통카드와 단말기의 이 같은 정보 교환은 휴대폰과 기지국의 방식과 비슷하다.

휴대폰의 기지국은 끊임없이 전파를 내보낸다. 기지국의 전파를 받은 휴대폰은 자신의 위치정보를 계속해서 기지국으로 보낸다. 서로의 전파를 교환함으로써 언제라도 전화가 걸려오거나 걸 수 있는 것이다.

교통카드 내에 있는 집적회로의 표면적은 고작 3㎟, 가로세로의 길이가 1.7㎜밖에 되지 않는다. 집적회로란 많은 전자회로를 하나의 기판 위 또는 기판 자체에 분리가 불가능한 상태로 결합한 것을 말하는데, 이 작은 집적회로에 단말기와 주고받는 정보가 입력된다. 즉 언제 버스를 탔는지, 그리고 지금까지 얼마나 탔는지 등의 정보가 입력되는 것.

사실 얼마 전만 해도 교통카드에는 시간이 입력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갈아탈 때 요금을 깎아주는 환승요금제를 실시하면서 시간 정보가 중요해졌다. 갈아탄 지 2시간 이내에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면 요금을 할인해 주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집적회로에는 저장된 정보에 비(非)허가자의 접근을 막는 암호 알고리즘과 키(key)라는 보안장치가 있다. 암호 알고리즘은 집적회로에 저장되는 자료를 암호화한다.



그래서 저장된 자료를 타인이 읽더라도 본래의 내용을 알 수 없다. 또한 집적회로 내부의 자료에는 키 값이 부여돼 있어 이것을 모르면 내부자료에의 접근이 차단된다. 키는 일종의 비밀번호라고 할 수 있다.

버스나 지하철 입구에 설치된 단말기에서 나오는 전파에 따라 내부에 저장하고 있던, 즉 암호화된 고유번호를 발신해 주는 것도 집적회로의 기능이다. 그런데 집적회로는 금도금이 돼 있어 노란색으로 반짝거린다.

왜 금을 썼을까. 이는 단말기와 연결될 때 전도성을 좋게 하기 위해서다. 전도성이 좋은 물질은 금 이외에도 많이 있지만 가공성이나 색깔이 좋아 금을 사용하는 것이다.

스스로 전기 만들어내는 교통카드

지하철을 타기 위해 승강장 안으로 들어가려면 개찰구마다 설치된 단말기에서 '요금을 내라'는 전파를 내보낸다. 이 전파를 교통카드가 받아들여 카드에 충전된 금액에서 요금을 공제한 다음 '요금을 냈다'는 전파를 보낸다. 그러면 이를 단말기가 받아들이고 개찰구의 문을 열어준다.

만약 교통카드에 충전된 금액이 부족하거나 사용이 정지된 불량 카드여서 '요금을 내지 않았다'는 전파를 내보낼 경우 단말기는 개찰구의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그런데 여기서 교통카드를 작동시키는 동력에 대해 자세히 알아볼 필요가 있다.

교통카드에는 별도로 장착된 배터리가 없다. 교통카드에 배터리가 있다면 휴대폰처럼 주기적으로 충전시켜 주어야 하지만 교통카드는 그럴 필요가 없다. 주위에서 볼 수 있는 교통카드 충전소란 집적회로 내부의 금액에 관련된 정보를 변경시키는 것이지 전기를 충전시키는 것은 아니다.

교통카드 앞뒷면의 플라스틱을 벗겨내면 새끼손가락 손톱보다 작은 집적회로, 콘덴서, 그리고 네 모서리를 따라 여러 번 감겨 있는 코일이 있다. 단말기에도 코일이 있다.

교통카드에 내장돼 있는 콘덴서는 코일에서 발생한 전기를 모은다. 이를 통해 집적회로에 내장된 정보를 읽고 단말기와 통신한다. 하지만 용량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교통카드는 추가 동력 확보를 위해 코일을 통한 유도전류를 이용한다.

전송코일에 해당하는 단말기의 제1코일에서는 강한 자기장이 흐르고 있으며, 교통카드의 제2코일과 만나면 전류를 발생시킨다. 즉 단말기의 제1코일로부터 나온 자기장의 세기로 교통카드의 네 모퉁이를 둘러싼 제2코일에 유도전류가 생기도록 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교통카드와 단말기의 거리가 10㎝ 정도 되면 정보를 읽고 통신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양의 전기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승하차 때 무조건 단말기 접촉해야

현재의 교통카드는 미리 돈을 충전해 놓는 선불식, 그리고 나중에 계산되는 후불식의 두 종류가 있다. 이 둘의 차이는 단지 요금의 지불시기가 다르다는 것뿐 교통카드와 단말기의 무선통신 방식은 같다. 버스나 지하철 회사는 단말기를 회사 내의 서버에 연결해 일괄적으로 요금을 처리한다.

버스와 지하철을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교통카드는 고속도로 요금을 정산하는 용도로도 쓰일 전망이다. 자동차에 교통카드를 장착해 두면 시속 70~80km의 속도로 지나가도 자동으로 요금이 정산되는 것이다. 빠른 속도로 달려도 문제없이 처리되기 때문에 요금을 내기 위해 톨게이트에서 길게 늘어설 필요가 없다.

교통카드를 사용할 때 잊어서는 안 될 일이 있다. 환승할인 혜택을 받으려면 승차할 때나 하차할 때 반드시 교통카드를 단말기에 접촉해야 한다는 점이다. 하차할 때 단말기에 접촉하지 않으면 다시 신규요금을 지불하게 된다.

버스에 올라탈 때만 단말기에 교통카드를 대고, 내릴 때에는 친구와 잡담하다 교통카드 찍는 걸 잊어 교통요금을 2배로 지불한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이런 일을 두 번 당하지 않도록 버스에 오르내릴 때는 습관처럼 단말기에 교통카드를 갖다 대야 한다.







글_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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