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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명으로 재미와 꿈 '두 마리 토끼' 잡아요"

[청소년 미래상상기술경진대회] 차세대 발명왕을 만나다

지식경제부가 주최하고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주관한 '2010 청소년 미래상상 기술경진대회'의 수상자가 최근 발표됐다.

이 대회는 청소년들의 과학 창의성을 높이고 산업기술 마인드를 확산, 공학계의 차세대 리더를 양성하기 위한 취지로 매년 개최되고 있는데 올해에는 총 925팀 1,850명의 중·고등학생들이 참가해 불꽃 튀는 아이디어 경쟁을 펼쳤다.

대한민국의 차세대 발명왕들은 어떤 눈으로 주변을 바라보고 있을까. 그리고 생활 속의 불편을 해소할 아이디어는 어떻게 떠올리는 것일까. 이번 대회에서 금상의 영예를 차지한 4팀의 기발하면서도 진지한 발명 세계를 들여다봤다.


발명품: 손가락끼임 막는 회전 롤러식 문틈 방지기

수상자: 경화여자고등학고 2학년 김지혜, 박수미


누구나 한번쯤은 문틈에 손가락이 끼여 말 못할 고통에 몸부림쳤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를 일상 다반사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어린이들의 경우 자칫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이러한 위험에서 아이들을 해방시키기 위해 두 발명가가 나섰다.

경화여자고등학교 2학년 김지혜, 박수미 양이 바로 그 주인공. 이 아이디어를 처음 떠올린 사람은 지혜 양이었다. "친척집 아기를 보면서 문 틈에 손가락이 끼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얘기를 수미와 함께 주고 받다가 아이디어를 얻었죠."

두 사람은 이미 중학생 시절부터 줄곧 발명 동아리에서 함께 활동해 온 절친한 사이다. 발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는 벌써 5년이 넘었다. 이들 베테랑이 문제해결을 위해 구상한 아이템은 회전 롤러를 이용한 문틈 방지기였다.

자력 형성된 롤러로 문 틈새 막아

문틈 방지기의 핵심은 플라스틱 소재의 회전롤러와 고정롤러, 그리고 N극과 S극의 자력이다. 문에는 N극의 회전롤러를, 문틀에는 S극의 고정롤러를 부착시켜 서로 끌어당기는 인력(引力)에 의해 문을 여닫을 때 틈새가 생길 수 있는 여지를 원천 봉쇄한 것이다.

이 발명품은 고무 탄성체를 이용해 문틈을 메우는 기존의 방식과 비교해 효용성면에서 확실한 우위를 지닌다. 고무 탄성체는 쉽게 찢어져 자주 교체해야 하는데다 이를 장착하면 문이 잘 닫히지 않을 때도 많다.

또한 비싼 가격과 복잡한 구조 때문에 일반 가정에서 손쉽게 사용하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두 학생의 문틈 방지기는 플라스틱 롤러라는 간편한 소재를 이용, 이 같은 어려움을 일거에 해소했다.

그렇다면 두 사람은 롤러라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어떻게 떠올린 것일까. 수미 양은 "처음에는 스프링을 생각했지만 녹이 생길 수 있다는 생각에 롤러로 바꾸게 된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렇게 지난 9월 처음 아이디어를 구체화한지 두 달도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시제품을 완성했다.

물론 모든 과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발을 동동 구를만한 위기의 순간도 있었다. 특히 경진대회 당일은 두 사람이 기억하는 최대의 고비였다. 현장에서 최종 점검을 하며 손가락을 틈새에 끼워 보니 생각 이상으로 아프더라는 것. 그간 롤러에 지나치게 치중 한 나머지 부수적인 부분에는 미처 신경을 쓰지 못한 결과였다.

하지만 롤러의 상하부에 고무를 달아주는 기지를 발휘, 위기의 순간을 넘기고 금상 수상의 기쁨을 누렸다. 지혜 양은 "이번 경험을 통해 아주 작은 착오도 발생하지 않도록 제품 제작 전의 도면작업을 더욱 확실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실용신안출원… 상용화에 노력

두 사람은 자신들의 발명품을 하루빨리 상용화시키는 데 힘을 쏟을 계획이다. 지혜 양은 "제품 자체에는 아직까지 특별히 보완이 필요한 부분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하지만 기존의 문틀에 제품을 보다 쉽게 부착할 수 있는 방법 등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 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수미 양도 "여러 발명대회에 참가했었지만 실용신안을 출원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우리의 첫 공식 발명품인 만큼 사회 곳곳에서 유익하게 이용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두 사람을 지도한 한주열 교사는 "경진대회를 위해 경기도 광주에서 서울까지 방과 후 여러 차례 먼 길을 오가는 힘 든 일정을 소화했다"며 "대회에 임하는 태도에서 발명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러한 점들이 좋은 결실을 가져왔고 앞으로의 성장에도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게 한 교사의 생각이다.

현재 지혜 양과 수미 양은 변리사라는 장래의 꿈도 함께 키워가고 있다. 미래 계획이 확고한 때문인지 두 사람의 행보는 여느 여고생들보다 몇 배로 부지런하다.

중학생 시절부터 웬만한 발병대회는 다 참가했을 정도다. 경진대회를 마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 11월 중순에도 특허청이 주최 한 발명 장학생 선발 캠프에 참가했다.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두 사람은 최선을 다하는 도전 그 자체가 마치 재미있는 놀이가 됐다.

지혜 양의 경우 현재 소수정예의 창의적 과학인재 양성을 목표로 지난해 출범한 포스텍의 영재기업인교육원 1기 교육생으로도 선발돼 활발히 활동 중에 있다. 학기 중에는 온라인 교육을, 방학 중에는 1주일씩 캠프생활을 수행해야 해 번거로울 만도 하지만 "전국의 발명 영재들이 집결하는 자리여서 자극을 많이 받는다"며 오히려 즐거운 기색이다.

친구들의 부러움 한몸에

이렇다 보니 문틈 방지기 외에도 그간 두 사람이 만든 발명품은 한두 개가 아니다. 지혜 양은 '절수용 변기', 수미 양은 '잡기 편한 가위'를 자신이 개발한 가장 인상적인 발명품으로 꼽았다.





절수용 변기는 고무 패킹 하나를 바꿔 상당량의 물을 절약할 수 있는 제품이며 잡기 편한 가위는 가위를 오랜시간 사용할 때 겪을 수 있는 어깨 결림이나 손가락 통증을 막아주는 제품이다.

새롭게 준비하고 있는 아이템도 있을까. 물론이다. 지혜 양은 불필요한 전기 소모를 막아주는 '타이머 조절형 콘센트', 수미 양은 야외에서 빗물 등을 차단할 수 있는 '콘센트 감전 방지용 덮개'를 각각 구상하고 있다. 내년에 열린 발명 대회에서는 이 제품을 들고 시상식 맨 윗자리에 올라 있는 두 사람을 보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런 두 사람은 친구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다. 어떻게 그처럼 발명을 잘 할 수 있는지 신기해하는 친구들도 적지 않다. 그때마다 두 사람의 답은 한결같다. "재밌으니까"다. 이것이 두 사람을 발명으로 이끄는 가장 밑바닥에 깔린 원동력이다. 두 사람은 앞으로도 '하면 된다'라는 당찬 팀명대로 꾸준히 발명에 임할 생각이다.

박소란 기자 psr@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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