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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앤] '음지에서 양지로' 진화한 모텔..."숙박어플 덕이에요"

'여기어때' 바로결제 시스템 등

숙박어플 치열한 경쟁으로

가격거품 꺼지고 서비스 개선

파티·스파 등 즐기는 곳으로 변화

여성 회원·이용자 크게 늘어나

전국 모텔 3만개 달하는데

1·2위 어플 제휴 5,000여 개 그쳐

관련 산업 지속 성장 가능성





# 회사원 김진숙(30·가명)씨는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 때 무엇을 하고 보낼 지 고민하다 고등학교 친구들과 서울 영등포의 한 모텔에서 파티를 즐기기로 결정했다. 풍선 등을 이용해 한껏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고 친구들과 눈치 보지 않고 수다 떨기에는 모텔 파티룸만 한 장소가 없었다. 수다를 떨다 지치면 객실 내 스파에서 쉬거나 영화를 볼 수도 있었다. 모텔을 고르는 일도 어렵지 않았다. 스마트폰 내 숙박 어플에 접속하면 김씨가 원하는 장소, 콘셉트, 인테리어의 공간을 얼마든지 선택할 수 있었다. 김씨는 모텔에서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뜻깊은 크리스마스 추억을 만들고 무척 만족했다. 불륜 등 부정적이고 은밀한 공간으로 생각되던 모텔이 이제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진화한 셈이다.

최근 숙박 어플들이 이른바 ‘모텔’이라 부르는 중소형호텔 시장을 진두지휘하면서 관련 시장이 음지에서 양지로 완전히 올라섰다. 특히 중소형호텔의 활용도가 과거보다 훨씬 넓어지면서 오롯이 남성 몫이었던 결제 시장에 여성 참여가 급격히 늘고 있다.

현재 월간 순이용자 수 1위를 달리고 있는 ‘여기어때’ 서비스를 제공하는 위드이노베이션에 따르면 현재 이 어플의 회원 성비는 남성 51%, 여성 49%로 큰 차이가 없다. 현장에서 결제해야 하는 예약 성비는 남성 60%, 여성 40%로 아직 격차가 있지만, 어플을 통해 결제까지 마치는 바로예약 서비스의 경우 지난해 12월 개시 이후 지금까지 여성과 남성이 50%로 똑같이 이용했다.

여성 사용자가 크게 늘면서 모텔을 이용하는 목적도 다변화됐다. 실제로 2014년 4분기만 해도 ‘여기어때’ 어플 내 검색창에는 무인텔(11.0%), 대실(5.6%), 무한대실(5.5%) 등의 검색어가 상위권을 차지했으나 지난해 4분기에는 파티룸(15.8%), 스파(12.3%), 파티(8.8%), 수영장(4.9%) 등이 검색 상위를 휩쓸었다. 또 중소형호텔이 성공하는 핵심 요인도 건물 외관과 눈에 잘 띄는 간판에서 서비스와 인테리어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이렇게 여성이 모텔 이용과 결제에 적극 참여하게 된 것은 숙박 어플이 대중화되면서 관련 시장이 크게 양성화됐기 때문이다. 모텔 로비 한 구석에서 “쉬다 갈 거에요, 자고 갈 거에요?”라는 은밀한 질문에 얼굴을 돌리고 있어야 했던 시절은 이제 옛말이 된 셈이다.

출발은 2014년 어플 경쟁체제가 자리잡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모텔투어 카페를 기반으로 성장한 ‘야놀자’가 2012년 어플 사업을 시작하면서 중소형호텔도 온·오프라인 연계(O2O) 서비스의 한 축으로 구동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때만 해도 숙박비는 업체 주인이 부르는 게 값이었던 만큼 어플 때문에 할인을 해주는 것인지 애초부터 높게 가격을 부르고 할인한 것처럼 생색을 내는 것인지 확인할 길은 없었다.

그러다 2013년 플레이엔유의 ‘여기야’가 후속으로 시장에 뛰어든 데 이어 2014년 위드이노베이션의 ‘여기어때’가 곧바로 야놀자와 양강 체제를 확립하면서 가격 거품은 꺼지고 서비스는 비약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여기어때’가 어플에 예약은 물론 바로 결제까지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불분명한 오프라인 가격이 양성화됐다. 올 1월과 2월에는 가격정보가 최저가가 아닐 시 차액의 500%를 보상해주는 최저가보상제와 당일 취소라도 예약금을 전부 환불받을 수 있게 한 100% 환불보장제까지 들고 나오며 사업 투명성을 한층 높였다.

문지형 위드이노베이션 커뮤니케이션 총괄은 “그동안 모텔업에 대한 인식은 ‘동네장사’, ‘뜨내기 장사’ 정도에 그친 게 사실”이라며 “숙박 어플을 통해 각 모텔의 서비스 마인드를 고취하고, 이용문화도 호텔급으로 끌어올리는 데 일조하겠다”고 다짐했다.

최근에는 최후발주자인 ‘여기어때’가 기존 1위 업체인 ‘야놀자’를 추월하면서 양질의 서비스를 내놓기 위한 경쟁에 더 불이 붙은 모양새다. 닐슨코리안클릭이 지난 2~3월 안드로이드 휴대폰만 대상으로 조사한 숙박 어플 월간 순이용자수 자료에 따르면 ‘여기어때’는 지난해 1월만 해도 8만6,396명으로 10위를 기록, 1위인 ‘야놀자’(62만2,352명)에 크게 밀렸지만, 지난해 4월 처음 1위에 오르더니 올 들어서는 1~3월 연속 1위 자리를 지키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2월 현재 중소형 숙박 어플 시장 점유율은 ‘여기어때’ 53.5%, ‘야놀자’ 41.5%, ‘여기야’ 5.0% 순이다. 누적 다운로드 수도 2월 기준 ‘여기어때’(500만 건)가 ‘야놀자’(770만 건)를 바짝 뒤쫓고 있다.

치열해진 경쟁만큼 시장도 커지고 서비스도 좋아지자 숙박업주와 이용자들의 만족도도 크게 높아졌다. 시장조사업체 마크로밀 엠브레인이 지난 2월~3월 조사한 바에 따르면 숙박 어플이 영업 등에 도움이 됐다는 답변을 한 숙박업주는 53.5%에 달했다. 숙박앱이 늘어나면서 직접 매출이 증가했다고 답한 업주도 54.7%에 이르렀고, 숙박 어플에 오른 고객 후기와 평가에 따라 서비스·청결도를 개선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업주는 무려 74.8%나 됐다. 이용자들의 어플 만족도(100점 만점)도 여기어때(67.53점), 야놀자(66.17점) 등 높은 편으로 조사됐다.



서울 영등포의 코모도호텔 사장은 “숙박 어플을 통한 모객이 사라진다면 객실 회전율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며 “20~30대 손님이 대다수라 모바일 제휴를 하지 않을 수 없었고, 숙박 어플과 제휴한 뒤에 방 하나당 하루 회전율(대실 포함)이 2.5건에 달할 정도로 높아졌다”고 말했다. 한 지방 모텔 업주는 “손님이 없어 폐업 위기였는데 숙박 어플과 제휴한 뒤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고 안도했다.

업계에서는 국내 중소형호텔 시장 규모가 14조원으로 추정되는 만큼 관련 산업의 성장 여지가 충분한 것으로 진단한다. 실제로 ‘여기어때’와 ‘야놀자’ 모두 제휴점수는 각각 4,000여 개, 3,000여 개로 중복 업체를 감안하면 총 5,000여 개지만 전국의 모텔 수는 3만여 개에 달한다. 숙박 어플들은 심지어 울릉도, 백령도, 마라도 등 오지 도서 지역 중소형 숙박업소까지 전략적 제휴업체로 추가하고 있다.

문 총괄은 “당장의 수익을 위해 업주의 요구에 맞추기보다는 중소형 호텔 운영 시스템을 혁신하는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상당수 모텔들이 시기·시간·경로 등에 따라 가격을 달리 책정하는 것을 당연시하고 있지만 이제는 소비자가 신뢰하는 가격 기준을 앞장서서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서울 화곡동 메이트호텔 파티룸에서 여기어때 직원들이 와인을 즐기고 있다. /사진제공=위드이노베이션


당구장까지 구비해 놓은 전주 마리호텔 내부. /사진제공=위드이노베이션


야외 파티를 위한 테라스를 구비한 건대 쁠랑호텔. /사진제공=위드이노베이션


서울 종로구 낙원동 일대의 중소형호텔촌. /사진제공=위드이노베이션


서울 종로구 낙원동 일대의 중소형호텔촌. /사진제공=위드이노베이션


여성 두 명이 한 카페에서 숙박 어플로 중소형 호텔을 검색하고 있다. /사진제공=위드이노베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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