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양대 선사가 모두 살아남을 수 있다면 최선이겠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고 둘 다 죽도록 내버려둘 수도 없다. 만약 두 선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간다면 즉각 퇴출을 규정한 글로벌 해운동맹에서 빠질 수밖에 없다. 이 경우 국내 해운업만이 아니라 선박 선·하적 물량을 처리하고 운반하는 항만과 물류산업에까지 타격이 불가피하다. 당장 글로벌 해운동맹의 항로조정에 따른 여파가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부산항의 지난달 컨테이너 물동량이 전년보다 5.2% 감소하고 유럽 환적 물량은 34%나 급감한 것이다. 더 악화할 경우 조선에 이은 또 한번의 대량실업 충격이 우리 사회를 덮칠 가능성이 높다.
둘 다 살릴 수 없다면 하나라도 살려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단 전제가 있다. 이왕 살리려면 확실하게 살려야 한다. 생존 기업이 주요 항로의 선박을 대형화해 원가를 낮추고 자가 소유와 임대 비율을 적절히 맞춰 용선료 부담을 줄이는 등 체질개선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충분한 지원에 나서야 한다. 경제성이 떨어지는 분야는 철저히 도려내고 비사업 분야의 비중을 줄이는 선사 자체의 노력도 필요하다. 기업의 뼈를 깎는 자구노력과 제대로 된 정부 지원, 철저한 구조조정이 결합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면 현재 위기는 충분히 기회로 바뀔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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