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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공무원의 영혼은 누가 빼앗았나

문재인 대통령이 그제 부처 첫 업무보고 자리에서 “정권 뜻에 맞추는 영혼 없는 공직자가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공직자는 국민을 위한 봉사자이지 정권에 충성하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눈치 보지 말고 소신 있게 정책을 설계하고 집행하라는 주문이다. 당연하고도 옳은 말이다. 정권 눈치 안 보고 소신에 따라 일하는 공직자들이 많으면 정책이 일관성 있고 예측 가능하며 투명성도 높아질 수 있다.

그런데 우리 공직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위정자들의 입맛에 맞게 행동하는 공직자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자신들이 전 정부 때 만든 정책을 새 정부에서 갑자기 뒤집기도 하고 정권 코드에 맞게 통계를 마사지하는 경우도 잦다. 이를 잘하는 공직자는 정무감각이 탁월한 공무원이라는 소리를 듣고 승승장구하기도 한다. 이런 현상은 보수·진보정권 가릴 것 없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이 같은 공직풍토를 안타깝게 여겼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이 공직자들의 영혼 없음을 비난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영혼 없게 만든 장본인이 바로 정치권이기 때문이다. 정권마다 자신의 입맛에 맞는 공직자를 기용하고 공약을 이행하라며 공무원을 윽박지르기 일쑤다. 새 정부도 다르지 않다.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공약을 이해하지 못했다”며 부처들에 호통치는 것도 모자라 통신비 인하 방안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미래부의 업무보고를 퇴짜놓기도 했다. 이런 구조에서 어떻게 영혼 있는 공직자가 나올 수 있겠는가.



더 이상 정권에만 충성하는 공직자를 양산하지 않으려면 정치권이 먼저 달라져야 한다. 인사부터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말로만 탕평·적재적소를 외치지 말고 능력과 소신에 따른 인사를 실천해야 한다. 코드·줄세우기 인사를 하면서 공무원에게 국민을 위한 봉사자가 되라고 다그치는 것은 염치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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