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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스페셜’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란?…‘건강할 권리를 찾아서’





31일 방송되는 MBC ‘MBC스페셜’에서는 ‘건강할 권리를 찾아서’ 편이 전파를 탄다.

환자의 건강도 가계도 돌보지 않는 병원의 과잉검진, 과잉진료 스캔들. 하루가 멀다 하고 전해지는 고독사 뉴스. 백세시대, 건강하고 즐겁게 살다 죽기를 바라는 우리들을 불편하게 하는 현실이다. 그러나 병원은 아플 때만 가는 곳이라는 고정관념을 버리니, 병원 문턱은 낮아지고 건강은 올라가서 삶의 행복지수가 높아졌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5만원의 참여로 스스로 병원의 주인이 된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의 조합원들이 바로 그들. 진료실에만 머물지 않고 마을 속으로 들어가 환자의 생활 속으로 파고드는 치료와 보건, 복지가 통합된 의료서비스로 병원의 패러다임을 바꾼 한국과 일본 의료사협 병원의 건강실험. 이들은 왜 백세시대 건강 해법은 ‘온 마을이 병원이다’에서 찾아야 한다고 하는 걸까?

▲ 과잉진료와 병원과 의사에 대한 높은 불신이 한국인의 병을 키운다

31살의 이**씨는 디스크 환자다. 가벼운 허리 통증으로 찾아간 병원에서 권한 고주파열 치료술을 시술한 후 증상이 호전되기는커녕 허리통증은 더 심해지고 멀쩡하던 다리 저림까지 시작되면서 생활이 망가지기 시작했다. 이대로 병이 낫지 않으면 어쩌나하는 불안감에 우울증이 찾아왔고, 가족들과의 불화도 커져서 집에 있기가 불편해서 주말에도 아픈 허리를 부여잡은 채 집밖을 전전한다. 좋다는 치료법을 찾아서 이 병원 저 병원을 옮겨 다니는 이른바 병원쇼핑족 신세이기도 하다.

한때 잘 나가는 웨이트 트레이너로 꽤 큰 규모의 헬스장을 3개나 운영했던박**씨도 집 근처 병원에서 받은 척추시술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게 됐다고 말한다. 집안에서조차 허리를 곧게 펴고 걸을 수 없는 상태로 증상이 악화된 것이다. 어떻게든 병을 고쳐야겠다는 마음에 5년 여간 만난 의사만 300여 명이 넘는다. 지독한 우울증에 자살 충동의 위험을 느낀 것도 여러 번. 심지어 굿까지 했다. 그동안 치료에 엄청난 돈을 쏟아 부으면서 운영하던 헬스장도 모두 문을 닫았다. 하지만 여전히 차도는 없고 불안한 마음에 박씨는 날마다 새로운 치료법을 찾아 병원을 전전한다. 과잉진료가 지핀 불씨가 병원과 의사에 대한 불신으로 번지면서 그의 삶을 의료쇼핑족으로 바꿔버린 것이다.

▲ 환자가 주인인 병원, 5만원의 건강실험

안산에 사는 세 아이의 엄마 정민주씨는 한때 지독한 병원쇼핑족이었다. 세 아이가 지독한 알레르기성 비염이어서 온 가족이 일주일에 세 번은 병원에 찾아가다 보니 집을 반경으로 20㎞ 내외의 동네 병원은 죄다 섭렵했을 정도였다. 아직 3살이 채 안된 막내에게 항생제를 포함해 한번에 7알이나 되는 약을 처방해주기도 하는 병원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컸고, 병원에서 처방을 받을 때마다 1만원을 지급하는 통원비 보험에 이끌린 때문이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아이들의 건강을 볼모로 장사를 하고 있는 병원과 보험회사에 엄마인 자신 역시 이끌려 다녔다는 사실을 깨닫고 병원의 역할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됐다. 그런 고민 끝에 찾아낸 것이 집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의 병원. 100% 시민들의 자본과 힘으로 세운 병원으로, 건강할 때 건강을 지켜가자는 취지에 공감한 시민이라면 5만 원 이상만 출자하면 누구나 이 병원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고, 즉시 가입했다.

진료실을 찾은 환자에겐 주사나 약 처방 대신 예방법과 스스로 이겨낼 수 있는 건강 상식을 먼저 알려주고, 건강할 때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다양한 건강증진프로그램을 개발해서 보급하며, 뜻을 같이 하는 조합원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건강모임이 잘 유지될 수 있도록 비용도 지원하고, 활동 공간으로 병원을 개방하기도 하는 가장 병원다우면서도 또 병원답지 않은 병원이 의료사협의 병원이었다.

현재 한국의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은 18개. 이곳에서는 저마다 지역의 특징을 살린 건강실험이 진행 중이다. 고령인구가 유독 많은 대전시 법동에 위치한 의료사협 병원에서는 의료와 보건, 복지가 통합된 시스템을 구축한 주민건강증진자치센터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고, 저소득자와 1인 가구가 많이 밀집한 안산의 의료사협 병원에서는 이들의 건강과 생활을 함께 돌보는 노인돌봄센터를 별도의 조직으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뇌경색으로 쓰러졌지만 다리가 불편한 부인과 단둘이 빌리 지하방에서 살고 있어서 병원을 찾아가기가 힘들었던 연종문 할아버지는 집에서 가까운 의료사협 병원 직원의 도움을 받아서 자칫 온 몸 마비로 이어질 수도 있는 위급 상황을 면할 수 있었다.

▲ 일본 노인 복지의 모델 야마토마치, 마을 병원이 일군 기적

병원이 온 마을의 주치의 역할을 하면 달라지는 점은 무얼까? 일본 동북부에 위치한 산골마을 야마토마치는 일본에서 개호보험이 시작되기 훨씬 전부터 일본 최고의 복지마을로 알려진 곳이었다. 1960년대만 해도 고혈압 환자와 뇌졸중 환자가 너무 많아 이들을 위한 의료비와 돌봄 문제가 지역사회의 가장 큰 골칫거리였던 마을이지만 일본에서 고령화가 막 가속화 되면서 노인의료비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1980년에는 전국 수준의 1/3로 줄어든 것이 확인되면서 일본을 놀라게 했다.

그리고 밝혀진 이유는 동경의대 출신의 젊은 의사 3명이 마을에 세운 작은 진료소의 치료와 예방, 돌봄이 통합된 획기적인 의료시스템. 또 환자를 기다리지 않고 병원이 직접 환자를 찾아가는 가정 방문 진료 시스템 덕분이었다. 누구도 고령화 사회의 도래를 예고하지 못했던 1970년대에 이미 저렴한 비용으로 최고의 노인 건강 돌봄 시스템을 만들어냈던 야마토마치 마을병원의 성과는 이후 일본 노인복지정책의 모델로 적극 반영됐다.

▲ 혼자만 잘 살면 무슨 재미! 건강은 협동이다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병원이 크고 좋은 시설과 의료기기들보다 더 자랑하는 것은 현재 혹은 미래의 환자인 조합원과 그들이 만든 다양한 소모임들이다. 의료생협 활동이 활발한 일본에서도 나고야시의 미나미의료생협은 다양한 조합원 소모임으로 주목 받는 곳이다. 노인 조합원들이 직접 작곡한 노래에 맞춰 직접 개발한 수건체조를 매일 함께 하면서 건강을 지키는 모임을 비롯해서 915개나 되는 소모임이 이뤄지고 있다. 이런 작은 건강 모임을 기반으로 탄탄하게 성장한 미나미의료생협은 현재 조합원 수는 6만 명에 이르고, 종합병원을 중심으로 병원 2개, 마을의원 7개, 치과 2개의 대규모 시민병원을 운영하는 조직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다보니 나고야시에 사는 시민들은 말기암 치료가 필요할 때도 도쿄와 같은 큰 도시의 유명병원을 찾기보다 자신이 사는 마을의 의료생협 병원을 먼저 찾는다. 췌장암 말기로 11개월의 여명을 선고 받은 마치노씨도 그중 한 명. 가까운 친구 한 명 없는 외지의 병원에서 외롭게 치료받는 것보다 자신이 평생 살아온 고향 마을 병원에서 친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치료 받고, 즐겁게 어울리는 것이 자신에게는 최고의 치료법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바로 이것이 100% 시민들의 자본과 힘으로 만들어진 병원의 힘이자 환자들의 생활 속으로 찾아가는 마을병원이 중요한 이유라고 그는 말했다. “마을 속에 있을 때 나는 제일 편안해요!”

[사진=MBC 제공]

/서경스타 전종선기자 jjs737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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