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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재구축 필요한 과학기술 행정체제

임기철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장





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에서 드론이 벌인 빛의 쇼가 단연 화제였다. 우리의 밤하늘을 인텔에 내어준 아쉬움은 올림픽 파트너라는 특별한 지위를 감안해 애써 묻어둔다 하더라도 우리에게 기회가 주어졌더라면 과연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으로서의 면모에 걸맞게 연출해냈을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인텔이 중국의 드론 제조사 유닉에 650억원을 투자하고 독일의 자동 파일럿 소프트웨어(SW) 개발사 어센딩테크놀로지를 인수할 동안 촘촘한 규제에 묶여 있었던 우리다.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비롯한 포괄적인 네거티브 시스템의 조기 도입이 아쉬워지는 대목이다.

미래의 과학기술을 전망할 때 흔히 현재 관점에서 미래를 예측하는 포캐스팅(forecasting)을 한다. 하지만 과학기술의 가치를 가늠하려면 미래상을 먼저 구상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해당 과학기술의 궤적을 그려보는 백캐스팅(backcasting)이 유효한 경우가 많다. 현재의 제한된 지식과 시각으로 미래기술의 실현 여부를 판단하기란 쉽지 않은 까닭이다. 드론쇼에 고무돼 수십억원의 연구개발비를 책정하기에 앞서 규제와 산업 구조, 생산성과 기업 문화 등을 짚어볼 때 비로소 바람직한 미래로 가는 궤적이 보이는 법이다.

저성장 경제구조를 타개해나갈 화두로 4차 산업혁명이 제기된 지 두 해가 흘렀다. 이 열차에 올라타려면 연구개발(R&D) 혁신 주체들이 열정이 담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다. R&D가 든든히 하부를 받쳐야 신산업이 창출되고 양질의 일자리도 생겨난다. 연간 20조원에 달하는 정부 예산이 R&D에 투자되지만 생산성이 낮다는 비판에 자괴감이 든다. 단기간에 판을 흔들 수 있는 연구성과로 승부를 보겠다는 조급함은 금물이다. 과학기술 행정체제라는 기본 틀을 다시 돌아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과학기술 행정체제 구축에 공을 들였다. 그러나 들인 공에 비해 과학기술계 현장의 반응은 만족스럽지 않을뿐더러 성과 역시 기대 이하라는 평가다. 특히 실행 조직으로서 야심 차게 부활한 과학기술혁신본부는 ‘선수심판론’에 발이 묶여 독립성과 위상 강화가 요원하다. 기존의 업무에 더해 기획재정부로부터 예비타당성 조사까지 위탁받았기에 조직의 확대는 당연하다. 범부처 예산 배분·조정 업무를 위한 부처 간 조율, 법제화를 위한 국회와의 관계 유지 등 혁신본부에 대한 기대는 한없이 엄중함에도 규모와 위상은 미흡하다. 차제에 부처에서 독립시켜 차관급 이상의 조직으로 ‘과학기술혁신위원회(가칭)’를 신설하고 위상을 높여야 비로소 혁신성장 주도라는 제 몫을 다할 수 있을 것이다.

지방선거 이후 정부조직법의 일부 개정 수요를 찾아 과학기술 행정체제를 다듬는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때마침 진행 중인 개헌 논의에서도 과학기술을 경제 발전의 도구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국민 생활과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역할을 강조하자는 목소리를 반영하는 셈이다. 이참에 야당도 ‘협치’의 돌파구를 함께 열어 주리라 기대해본다. 과학기술로 열어갈 미래는 우리 모두의 것이기에 공멸이 아닌 상생의 길을 열자는 얘기다.

임기철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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