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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STORY]한경희 "고객들 덕분에 '잿빛 하늘' 닦아…올해는 '장밋빛' 될 것"

한경희생활과학 대표

23일 한경희 한경희생활과학 대표./이호재기자.




●달콤한 시간

“1990년대 후반 ‘스팀청소기’로 대성공

年매출 1,000억대 여성벤처 신화 됐죠”



집안의 바닥을 청소하기 위해서는 무릎을 꿇고 걸레를 손에 쥔 채 바닥을 닦던 지난 1990년대 후반. 한경희생활과학의 스팀청소기는 모든 주부에게 혁신이었다. 먼지 흡입이 주 기능이었던 진공청소기만으로는 청소가 충분하지 않아 주부들은 무릎과 허리를 구부려 물걸레질을 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국내 최초로 이 상품을 개발·출시한 한경희(54·사진) 한경희생활과학 대표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를 거쳐 교육부 사무관으로 일하던 맞벌이 여성이었다. 공무원으로 일하며 가사활동, 특히 물걸레질에 애를 먹던 그는 스팀청소기 개발에 성공한 후 ‘1가정 1스팀청소기’ 돌풍을 불러일으키며 승승장구의 길을 걸었다. 2005년에는 1,000억원대 매출액을 기록하면서 한 대표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주목할 만한 여성 기업인 50’과 포브스아시아 ‘아시아 파워 여성 기업인 50’, 뉴스위크 ‘세계를 움직이는 여성 150인’ 등에 선정됐다. 대표적인 ‘여성벤처 신화’로 불리며 찬란한 미래를 보장받은 듯했다.

●잿빛 하늘

“국내시장 한계에 다품종 신사업이 毒돼

美진출도 실패…결국 법정관리 절차에”



그러나 달콤한 시간은 짧았다. 한경희생활과학의 연 매출액은 10년 가까이 1,000억원대를 넘어서지 못했다. 급기야 2014년 처음으로 70억원대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에 들어섰다. 적자 폭은 더욱 커져 이듬해에는 190억원의 영업손실과 340억원대의 순손실을 각각 기록하며 완전자본잠식 상태에까지 빠졌다. 결국 한경희생활과학은 지난해 1월 재무구조 개선작업(워크아웃)을 신청했으나 채권자들의 동의를 얻지 못해 부결됐고 이후 기업회생(법정관리) 절차에 들어갔다.

그러던 한경희생활과학이 최근 4개월 만에 법정관리를 조기 졸업하며 재기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한 대표는 “법정관리에 들어서면 고객들이 제품을 사지 않아 정상궤도에 다시 오르는 것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우리 고객들은 ‘한경희생활과학이 어렵다는데 내 구매로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적극적으로 제품 구매에 나서 주셔서 졸업할 수 있었다”고 법정관리 졸업 소감을 밝혔다.

한 대표는 지난 몇 년간 이어진 위기의 원인으로 높은 스팀청소기 보급률과 신사업 실패를 꼽았다. 그는 “생활가전 제품이다 보니 많은 수량을 판매해야 하는 구조였는데 좋은 품질의 제품을 최저 가격으로 공급하려고 노력한 결과 고객들이 한 제품을 10여년을 쓰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이익을 지속해서 내는 것이 어려웠다”며 “이 때문에 새로운 사업에 관심을 가지면서 미국 기업과 캡슐 음료 관련된 신사업을 추진했고 미국에도 진출했으나 이런 부분이 결과적으로 잘못됐다”고 돌아봤다.

대부분 가정이 스팀청소기를 보유하면서 추가 매출을 내는 것이 어려워지자 신사업으로 돌파구를 찾으려 했으나 오히려 독이 돼 돌아왔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한경희생활과학은 기존의 스팀청소기와 물걸레청소기·스팀다리미 외에도 가위칼·식품건조기·살균건조기, 미세먼지 측정기, 자세교정 책걸상, 가습기, 온수매트, 홈케어서비스까지 팔았다.

야심 차게 진행한 미국 진출 실패는 위기를 더욱 키웠다. 글로벌 브랜드가 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미국 시장에 진출했지만 기대를 밑도는 규모의 스팀청소기 시장과 중소기업이 상대하기 버거운 미국 유통시스템은 큰 벽이었다. 한 대표는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으로서 미국 시장을 뚫는 것이 굉장히 어려웠다”며 “마케팅과 운영비용으로 큰 손실을 봤다”고 회상했다.



한 대표 개인과 회사를 둘러싼 각종 송사도 상황을 악화시켰다. 한 대표는 지난해 봄 신주발행 의사 없이 인수계약을 맺어 8억원을 가로챘다며 사기 혐의로 고소를 당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그는 “검찰에서 조사한 결과 무혐의로 끝난 사안”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신사업을 함께 추진했던 미국 캡슐 음료 기업 스파클링드링크시스템(SDS)을 상대로 한 4,800만달러의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서는 “음료 사업에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어 소송을 낸 것”이라며 “아직 상대방이 송달을 받지 않아 진행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장밋빛 도약

“충성고객 도움 등에 조기 경영 정상화

사업 구조조정으로 청소기·다리미 집중

성숙한 기업 첫발, 올 10억 흑자 낼 것”



한 대표는 올해가 ‘흑자전환의 해’가 될 것이라고 자부했다.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월별 흑자를 내는 데 성공한 만큼 올해 10억원 이상의 흑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계산이다. 그는 “일반적으로 10년에 걸쳐서 상환하는 만큼 흑자를 낸다면 당연히 차질없이 상환할 것”이라며 “희망으로는 10년이 아니라 5년 안에 상환을 마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흑자전환의 일등공신은 가수 이효리였다. 지난해 예능프로그램 ‘효리네 민박’에서 한경희생활과학의 물걸레청소기가 방송을 타면서 판매가 급속도로 증가했다. 한 대표는 “국내에서 물 분사가 자동으로 되는 물걸레청소기는 한경희생활과학 제품이 유일하다”며 “일일이 걸레를 적셔가며 빨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고객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간 것 같다”고 강조했다.

한경희생활과학은 흑자전환을 위해 수익성이 낮은 제품라인은 과감하게 정리할 계획이다. 한 대표는 “여러 모델 중 수익성이 없는 제품은 정리해야 했는데 자금 회전이 중요하다 보니 그 부분에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에 회생절차를 거치면서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정리 작업을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해 법정관리로 인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가격을 대폭 낮춘 제품들을 정리할 예정이다.

한 대표는 “회사가 경영 정상화를 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가격 정책”이라며 “사업정리와 동시에 청소기와 다리미가 메인이던 초심으로 돌아가 주요 제품 개발에 집중할 방침”이라고 복안을 털어놓았다. 그는 “청소와 다림질은 여자나 남자는 물론 요새 늘어나는 1인 가구 모두 필수적으로 해야만 하는 일”이라며 “이 때문에 청소기와 다리미는 앞으로도 주력제품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아침 식사를 챙겨 먹는 이들을 위한 죽 제조기와 광파오븐 등 고객들로부터 반응이 좋았던 주방 가전은 일부 유지할 생각이다.

직판시스템 도입을 통한 수익 증대에도 나선다. 한경희생활과학은 일차적으로는 수도권 위주의 지점을 내고 조만간 전국으로 판매처를 확대할 계획이다. 한 대표는 “제조기업은 소비자에게 직접 제품과 품질·기능을 설명하는 유통시스템을 가지는 것에 대해 로망이 있다”며 “이번 회생절차에서 나타난 것처럼 이미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은 만큼 여타 유통망이 아닌 직접 판매에 나서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고 본다”고 힘줘 말했다.

한 대표는 법정관리라는 아픔이 회사가 장기적으로 발전하는 데 좋은 디딤돌이 될 것이라며 더 나은 제품을 만들기 위한 계기로 삼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기업 자체가 펀더멘털이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4개월 만에 졸업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당시는 물론 지금도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앞으로 훨씬 더 성숙한 기업가가 돼 좋은 회사·좋은 직장을 만드는 첫발을 내딛는 데 엄청난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이어 “스팀청소기와 물걸레청소기처럼 기술적인 우위를 가지고 있는 제품을 지속해서 개발해 선두 생활가전 기업이라는 자리를 유지할 것”이라며 “한경희생활과학은 가족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모든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 회사인 만큼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고 소비자가 꼭 필요로 하는 좋은 제품들을 공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연하기자 yeona@sedaily.com

She is…

△1964년 서울 △1987년 이화여대 불문과 △1991년 캘리포니아주립대학원 MBA △1986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1997년 교육인적자원부 교육행정사무관 △1999년 한경희생활과학 설립 △2005년 발명의 날 대통령 표창 △2008년 월스트리트저널 ‘주목해야 하는 여성 기업인 50인’ 선정 △2010년 제12회 대한민국 브랜드 대상 우수상 △2012년 뉴스위크 ‘2012 세계를 움직이는 여성 150인’ 선정 △2012년 포브스 아시아 ‘아시아 파워 여성기업인 50인’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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