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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택 사장 "미술관, 강남부자 위한 전시장 탈피…음악당과 함께 복합아트센터 역할

[서경이 만난 사람]

미술계와 손 잡고 기획 전시 마련

'셋방살이' 서예박물관도 재편 추진

미래 잠재 고객 위해 임대수익 포기

비영리 '어린이 라운지' 조성하기로





취임 직후 유인택 예술의전당 사장은 연간 방문객 300만명 중 절반에 해당하는 150만명이 미술 관람객이라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예술의전당이 명실상부 국가대표급 ‘공연장’인데 미술관 방문객 비중이 생각 이상으로 높아서였다. ‘극장’이 주력사업이지만 ‘복합아트센터’의 역할을 두루 살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한 계기가 됐다.

유 사장은 “예술의전당이 가진 오페라하우스와 음악당은 클래식 분야에서 ‘0순위’로 꼽히는 꿈의 무대인 데 반해 10개나 되는 전시실을 가진 한가람미술관과 한가람디자인미술관은 대관비를 내고 빌려 쓰는 ‘돈 있는 사람들을 위한 강남의 전시장’쯤으로 보는 경향이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현장예술인의 목소리를 듣고자 한국미술협회·민족미술협회 등과 간담회를 열었으나 “미술계에서 예술의전당 내 미술관은 관심 밖에 있는 고립된 섬”이라는 싸늘한 반응을 확인했다. 10개 전시실을 두고 있음에도 전담 직원이 6명뿐이라는 것도 문제였다. 이에 대해 유 사장은 “공공미술관으로서 역할을 하려면 결국 손해를 감수하고 기획전시를 열어야 하기에 예술계와 우리가 손을 잡고 ‘예술의전당 미술관 공공성 회복’을 위한 의견을 문화체육관광부와 국회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 사장은 미술관 말고도 예술의전당 내 다양한 기관의 역할을 신중히 검토해 재편할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예술자료원 본원이 예술의전당 내 한가람디자인미술관 2·3층에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은 업계 전문가조차도 잘 모른다. 국내 유일의 서예박물관도 예술의전당 안에 있다. 분명 의미 있고 중요한 기관이지만 여기가 ‘제자리’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서예박물관의 경우 예술의전당이 수립한 장기계획 아래 생겨난 것이 아니라 정권과 수장이 바뀌는 과정에서 서예진흥법 발의와 함께 갑자기 박물관이 됐고 학예인력과 예산 등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반면 ‘추사 김정희’ ‘민화’ 등의 굵직한 전시가 해외순회전으로 이어지는 허브 역할을 하는 곳이기에 홀대할 수도 없다.



이에 대해 유 사장은 “대한민국 유일의 예술자료원이 대학로도 아닌 서초동 이곳에서 ‘셋방살이’하고 있다는 것은 그 목적인 자료이용에 대한 접근성 등을 두루 고려할 때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짚으며 “서예박물관도 큰 틀에서 본다면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옆에 위치한 국립한글박물관으로 옮기거나 연계하는 것이 맞고 ‘추사 김정희’나 ‘민화’ 등의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 등 다른 기관이었다면 더 잘할 수 있었던 분야”라고 지적했다. 그는 예술의전당 이기주의를 내세우지 않고 ‘대한민국 문화계 전체의 입장에서’ 고려해 이들 기관의 장기 운영 계획을 문체부와 협의할 계획이다.

공공성을 추구하는 예술의전당의 역할을 강조해 수억원의 수익을 과감히 포기하기도 한다. 예술의전당 내 뷔페식당의 계약기간이 최근 끝났지만 200평의 공간이 벌어들이는 연 3억6,000만원의 임대수익 대신 비영리 ‘어린이 라운지(가칭)’를 조성하기로 했다. 유 사장은 “예술소비층을 파악한 결과 20~30대 여성이 문화예술 소비의 가장 큰 축을 이루고 있는데 이들이 출산·육아로 인해 ‘문화예술 향유 단절층’이 되고 만다”는 점을 강조하며 “만 2세 이상 미취학 아동들이 무료로 놀 수 있고 부모가 공연을 관람하는 동안 믿고 맡길 수 있을 정도의 어린이를 위한 공간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더 멀리 내다본다면 ‘어린이 라운지’ 이용객들은 장차 예술의전당의 잠재고객이 될 수 있다는 점까지 고려했으니 밑질 것 없는 투자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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