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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러 도발·북미 냉대에도 목소리 못내…상처뿐인 '비핵화 국방'

[동굴의 우상서 벗어나라]

<4·끝>복합위기 자초한 외교안보 (下) 한반도 '잔인한 안보의 계절'

잇단 안보 흔들기에도…'평화경제' 거대담론 갇혀 옴짝달싹 못해

日에는 감정적 대응 일관…정치권선 안보 정쟁수단으로만 삼아

北도발 분명한 메시지 주고 美의회·연구소 등 '공공외교' 강화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프랑스 비아리츠 주요7개국(G7) 정상회의 폐막 기자회견에서 손바닥을 펼쳐 든 채 굳은 표정으로 연설하고 있다. /비아리츠=AP연합뉴스




한국의 안보가 안팎으로 거센 풍랑을 맞았다. 북한은 연일 미사일을 쏴대고 ‘우방’인 일본과의 갈등은 커져만 간다. 군사적 결속을 강화하려는 중국과 러시아는 연합훈련 형태로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을 제집 드나들 듯 무단 진입하고 있다. 한미동맹의 현주소도 과연 정부 말대로 굳건한지 의문이 많다. 사방이 안개인 가운데 지출은 마냥 늘어나는 구조에 빠졌다. 국방비가 50조원을 넘어 3년 후라면 6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주한미군에 대한 방위비 분담금도 사상 최대 수준으로의 증액을 앞두고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이어지는 한일갈등에 외교 환경마저 악화된 상황에서 주변국의 군사적 도발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중국과 러시아 폭격기 4대가 동해 카디즈에 진입해 동중국해까지 남하한 뒤 돌아갔다. 같은 날 러시아는 독도 영공을 침범, 공군이 경고사격을 가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타국 군용기가 한국 영공을 무단 침범한 것은 지난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 처음이었다. 북한은 올해 들어 발사체를 아홉 차례나 쏴 올렸다. 북한에 이어 중·러의 도발까지 전방위적 위협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한미 동맹에 이상징후도 포착되고 있다. 말 그대로 잔인한 ‘안보의 계절’이다.



성과는 없고 출혈만 많은 이유는 우리의 안보가 ‘동굴 속의 우상’에 빠져버린 탓이다.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정착’이라는 거대 담론에 갇혀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하는 형국이다. 명분과 취지에 수긍할 수 있는 점이 많지만 현실적으로는 손과 발이 묶여 버린 상태다. 문제는 동굴 속 우상이 하나 더 있다는 사실이다. 대미 발언권과 협상력이 역대 어느 정권보다 약해진 상태에서 문재인 정부는 미국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하고 있다. 우리 국민과 선박이 테러 대상으로 지목될 위험이 큰 호르무즈해협 파병조차 제대로 된 논의도 없이 받아들였다. 프랑스와 독일이 거절하고 일본은 조건을 내세워 저울질하는 파병 요구를 덥석 문 나라는 한국과 영국뿐이다.

그렇다고 미국으로부터 대접을 받는 형편도 아니다. 오히려 북한과 미국으로부터 찬밥 신세에도 못 미친다. 북한은 8·15 경축사를 통해 ‘평화 경제’를 제안한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삶은 소 대가리도 앙천대소할 노릇”이라며 “한국 당국자와 마주 앉을 생각도 없다”고 막말해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미연합훈련은 완전한 돈 낭비”이며 “솔직히 할 필요가 없었다”고까지 말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그 빈틈을 약삭빠르게 파고들었다. 중국·러시아 군용기의 카디즈 침범은 2월 중국 해군정찰기의 무단 진입을 비롯해 근래 들어 부쩍 빈발하고 있다. 중국 군용기의 카디즈 무단침입은 지난해만도 여덟 차례에 달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미국이 인도·태평양 전략을 본격화하자 중국과 러시아가 이에 맞서면서 한반도가 미일과 중러 간 무력시위 공간으로 전환되는 등 동북아시아 안보질서 재편이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에 채이고 북한에 까지면서 중·러의 빈틈공세에도 꼼짝달싹하지 못한 반사작용인지 정부는 일본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물론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등 구체적 경제 제재에 대한 정당한 대응이지만 신중한 접근 대신 감정에 의존했다는 지적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신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국 입장에서 한반도보다는 중국 문제가 중요하고 일본을 통한 중국 견제가 기본 전략”이라며 “감정적으로 대응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안보 DNA는 감정이라는 게 있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동북아 안보질서 재편 속에 정부의 확고한 원칙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한미동맹은 확고하며 주권 침해에 대해 단호히 대응한다는 선언과 의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 대표는 “북한과 중국·러시아의 ‘안보 흔들기’가 노골화하는 상황에서 한미동맹이 생존의 문제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고 했다. 더욱 고약한 점은 동굴의 우상뿐 아니라 ‘소문의 벽’도 우리를 가로막고 있다는 점이다. 사사건건 대립하는 여야는 정반대를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안보에 영향을 미칠 사안을 정국 호도에 이용하려는 움직임은 여당이나 야당이 따로 없다.

대안은 우리 사회의 ‘공통 목적’을 확인하고 우상과 벽을 하나씩 헤쳐나가는 데 모아진다. 무엇보다 정부의 어깨가 무겁다. 국가 안보라는 공통 목적을 위해서, 반대파를 껴안기 위해서 북한이든 미국이든 필요할 때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북한의 연속적인 미사일 발사에 대해 ‘9·19 군사합의의 정신에는 어긋나도 내용 자체에 대한 위반은 아니다’라는 애매한 문구에 숨는 게 아니라 실제적인 대응력과 의지를 보여 줄 필요가 있다. 정부의 말대로 ‘단거리 미사일의 경우 우리가 북한보다 질은 물론 수량에서도 앞선다’면 북한의 신무기 시험발사 직후 현무-2 등의 단거리 미사일을 ‘위력 발사’하는 것도 방법이다. 북핵 문제가 해결되기 어려운 경우에 대비해 원자력 추진 잠수함 건조와 핵무기 개발 능력 확보도 장기 대안으로 손꼽힌다.

미국에 대해서는 보다 정교하고 다각적인 대응이 시급하다.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을 가치와 이데올로기적 관점이 아니라 경제적 관점에 바라보고 있다”며 “미국 여론을 형성하는 의회와 이익단체, 각종 연구소와 언론을 향한 공공 외교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도 중요하지만 미국의 실제 여론을 형성하고 움직이는 이들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며 수용할 것은 수용하는 자세에서 한미동맹도 굳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권홍우선임기자 송종호기자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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